새해 들어 첫 음악회에 참석했습니다.
빈트리오의 연주로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 소나타를 처음 곡으로 열기 전
해설을 하시면서 매독과 매독치료제 606호에 대해서 말씀하셨습니다.
피아니스트 선생님께서 "살바르산"이란 약을 메모지에 적어서 어렵게 발음하면서 설명하셨습니다.
슈베르트가 32살로 일찍 돌아가셨는데 매독에 감염되었다고 합니다.
살바르산이라는 매독 치료약은 1910년에 발명되었는데
그 약이 100년 전에만 개발되었어도 매독으로 일찍 단명한 천재 예술가들이
더 오래 살면서 좋은 음악을 많이 작곡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이야기했습니다.
당시 매독이라고 하면 변변한 치료약이 없어서 거의 사망에 이르는
지금으로 치면 에이즈보다 무서운 병이었습니다.
606번의 실험 끝에 성공한 살바르산은 매독 치료에 많은 기여를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동안 악성 피부염 등에 특효약으로 쓰였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육공육호를 찾는 분들을 가끔 만납니다.
매독 치료제가 없었던 몇 백 년 동안은 수은으로 매독치료제를 대신했는데
수은 중독도 치명적이라 그것 때문에 단명하기도 했습니다.
매독 환자들은 수은 연고를 몸이나 옷 속에 바르고 다녔다는데
그다지 신통하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어떤 영리한 장사꾼은 초콜릿 속에 수은을 넣어 팔아서 대박을 터트린 기록도 있답니다.
매독 감염자들은 배우자의 의심을 사지 않고 자연스럽게 매독 치료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수은이 든 초콜릿을 먹었다고 합니다.
저로서는 약 이야기가 나오면 아무래도 관심이 더 가기 마련입니다.
음악회가 끝나고 와인파티가 있었습니다.
몇몇 지인들과 와인을 한잔씩 손에 들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새해 첫 만남이고 보니 당연히 새해엔 복 많이 받기를 축원하는 이야기로 시작되었습니다.
그중에 L님은 충분히 복이 넘치는 분이지만 심신이 다 건강하여 그 복을
누릴 수 있고 부지런한 그 에너지가 대단하고 보기 좋다고 내가 얘기했습니다.
주위에 보면 재물은 있는데 건강이 없다거나 건강하면 재운이 부족하거나
명이 짧다거나 아니면 마음이 허약해서 늘 노심초사 하느라 주어진 복을 누리지 못하는
분도 많은데 특이하게도 구비한 복을 누리는 분이어서 진심으로 부럽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그 애기를 듣던 의사선생님이
"순이씨나 나 같은 사람은 그런 거 생각하면 일 못해요." 하십니다.
그 말씀이 맞습니다.
놀러가고 싶고, 쉬고 싶고, 누리고 싶고, 그런 것을 다 충족하려면
불만이 많이 생기고 일하는 대부분의 시간이 짜증 날 겁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일에만 매달리니 살아갈 수 있는 겁니다.
요즘 새로 배운 유행어로
"그래도 난 L님이 부러울 뿐이고…"라고 했더니
다른 L님이 "난 순이샘이 부러울 뿐이고."해서 웃었습니다.
내색은 하지 못하지만 반갑지 않은 손님이 있습니다.
유난히 가격에 예민하신 분입니다.
십 원 이십 원 가지고도 얼마나 따지는지 그런 분은 되도록이면 피하고 싶어집니다.
"다른 곳에선 380원인데 여긴 왜 400원이예요?"
"좀 싸게 파는 곳이 있겠지요."
"여긴 왜 싸게 안 팔아요?"
"……"
속으론 "싸게 파는 곳에 가서 사시면 될 탠데…" 이런 생각을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10원어치도 유익을 끼치기 싫어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장사가 20원이라도 남기려고 하는데 그걸 깎겠다고 아득바득하면
난감하기 이를 대 없고 그런 손님은 괴롭기까지 합니다.
내 친구 중에도 함께 어딜 가면 불편한 사람이 있습니다.
식당에서도 유난히 종업원을 불러대고 요구사항이 많고
불평을 많이 합니다.
좋은 식당도 있고 흡족하지 못한 경우도 있고
맛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데
맛이 있으면 종업원의 태도를 문제 삼고
(자꾸 리필을 하라면 종업원이 짜증 날 밖에요.)
맛이 없으면 주인을 불러서 다시 끓여 와라 뭘 더 넣어라 잔소리를 합니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그냥 주는 대로 먹고 나가자고 하면
소비자의 그런 태도가 옳지 못하다고 더 떠들어 대니까 눈살만 찌푸리고 맙니다.
이친구가 모임에 나오면 다른 친구들이 벌 서는 기분으로 조마조마해야 합니다.
친구들의 어려움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이를 먹어도 고쳐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사는 게 어려워서 그러면 그래서 그러려니 이해를 하겠는데
친구들 중에서도 사는 게 가장 나은 사람이 그럽니다.
그 많은 재산을 두고도 누리지 못하는 사람은 차라리 없는 것만 못해 보입니다.
친구들 사이에 경계의 대상이 되면서까지 아끼려고 들면 그건 비참한 건데
본인은 그걸 모르고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현명한 사람인 줄 압니다.
과하게 깎는 것도 남에게 덕이 되지 못합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더 달라고 하거나 깎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조금 싸게 먹는다고, 조금 더 먹는 다고 큰 유익이 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하긴 이런 저런 사람이 모여서 사회가 굴러가니까
그런 분도 없으면 안 될지도 모릅니다.
남을 긴장시키는 재주도 재주는 재주니까요. ^^
병든 사람도 있고 치료하는 사람도 있고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도 있고 음악을 소비하는 사람도 있고
주어진 복을 누리는 사람도 손에 쥐어진 복도 버리는 사람도 있고
각자 주어진 달란트대로 살아가나 봅니다.
그래도 난 복 많은 사람이 부러울 뿐이고….. ^^
순이
Lisa♡
2009-01-08 at 07:07
합죽이가 됩시다~~~합!
청풍명월
2009-01-08 at 07:27
공감합니다. 시골 인심이라는 말이 있지요. 시골에 가면 무조건(?) 더 덤으로 받아야 한다는 것.. 사실 그 덤이라는 것에는 그 파는 분들의 수고와 땀과 노력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해서리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으로 적절한 댓가를 치룸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여긴 왜 그렇게 비싸요? 하면 아니 사면 되고요. 물론 바가지는 다른 말입니다. 해마다 바가지 쓰면서 다니는데,, 그건 고쳐야 할 듯하고요. 바가지는 그 사람이 제공하는 것에 비하여 과다한 요구를 하는 경우를 말하겠지요.
하여간에 좋은 말씀입니다.
김진아
2009-01-08 at 07:39
어디에서건, 그런분은 계시지요..
십원,이십원 깎는것이..잘하는것처럼..
흥정한다지만, 물건값에 비해..맛보자며 입으로 들어가는 양이
더 많을경우도..빈번하게 보고..
속터진다는 속말이..그냥 있는 것이 아니었어요..
어떤 장사건..어디에서 얼만데..하는 분들..환영받지 못하지요..
ㅎㅎ
미친공주
2009-01-08 at 09:42
이미 복이 많으신듯 한데요 뭘. 저도 투덜이 스머프족들은 꽤 싫어합니다. 어떤 거든 좋은점을 찾으려는게 본인에게도 더 행복할텐데 그러지 못한 사람이 너무 많더라구요 ^^
은하수
2009-01-21 at 19:51
제 생각에도 순이님은 벌써 충분히 복을 많이 받으신 분인데요.
저는 노점상이나 시장에서
말도 안되게 물건값을 깎는 사람들이 참 이상하더군요.
잘 사는 사람에게는
사과 장사 아줌마에게 사과 한 알 더 뺏어가는 것이
아무 일도 아닐지 모르지만
추운데 물건 파시는 분들에게는
고통스러운 일이지요.
무무
2009-02-18 at 05:17
식당에서 유난히 까탈을 부리시는 분,
저는 날마다 경험합니다.
그런분들의 대게는 꼬투리를 잡기 위한
투정이 더 많은 편입니다.
애정결핌의 한 증상이라 생각합니다.
혹은 열등감이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