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기쁨이지만 그에겐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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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서 세종문화회관까지는 버스로 50분정도 소요되는 거리라
교통에 어려움이 없어서 광화문은나의 주 활동 무대 같습니다.
그래서 자주 가면서도 날씨가 너무 추우니까 그곳도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추워서 옷을 잔뜩 껴입고 버스에 올랐더니 금세 답답함이 몰려왔습니다.
요즘 버스는 난방도 잘 되고 전용선으로 빨리 다니고 정말 좋습니다.
이 추운 날 꼭 세종문화회관까지 가야할까?
버스에 앉아서 이런 후회도 잠시 몰려왔습니다.
요즘 정말 추운 날들이 계속되는 군요.
텔레비전 드라마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던 베토벤 바이러스에 삽입되었던
음악으로 만든 “베토벤 바이러스 인 라이브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날씨가 얼마나 추운지 갈 때는 마음이 꽁꽁 얼어 시렸는데
돌아오는 길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흐뭇하다고 할까 만족하다고 할까 따뜻한 기운이 온몸에 가득했습니다.
지친 삶을 가만히 어루만지고 때로는 상처를 입어 덧난 마음을
조용하게 치유해 주는 것이 클래식 음악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요.
매일매일 전투하듯 숨 가쁜 삶속에서
걸음을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르듯 음악을 듣는 시간엔
지나온 나의 모습을 되돌아보기도 하고 따뜻한 물에 푹 잠기어
목욕하듯 음악에 잠기어 릴랙스 하는 기분도 맛보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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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음악을 좋아했냐고 묻는 분들이 있는데
딱히 언제부터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부분입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찬송 소리와 하모니카 소리를 듣고 자랐고
주일학교에서 노래를 부르며 살아서 그런지 음악은 저절로 좋아했습니다.
결혼할 때 남편에게 가장 크게 바란 것은 음악회를 가족들이 다함께 가는 것이었습니다.
결혼 전과 결혼 초엔 억지로라도 함께 하려고 노력했지만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남편은 불편해 보였고
음악회 가서 졸거나 지루해 하고 몹시 힘들어 했습니다.
나도 남편이 즐겨하는 운동이나 모임에 참석해 보면 힘든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각자의 취미생활에 자유롭기로 했습니다.
그랬더니 훨씬 편안하고 좋았습니다.
나에겐 큰 기쁨의 시간이지만 남편에겐 고통의 시간이었습니다.
아무리해도 음악을 취미로 하기엔 무리였습니다.
이해를 하는 것이, 나도 등산이나 몸을 움직여서 하는 일엔 고통을 느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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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합의가 있기 전 남편과 함께 갔던 카라얀이 지휘했던 베를린 필 티켓입니다.
그당시고 티켓값이 엄청 비싸서 사회적인 비난이 일기도 했습니다.
1984년 이니 25년 전 일입니다.
카라얀이 이때는 이미 노쇠해서 지휘대에 몸을 기대어 힘없이 지휘를 했지만
도이치 그라마폰 녹음테이프로만 듣다가 현장에서
음악을 듣는 맛에 황홀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냥 듣는 것도 좋지만
어느 때 부턴가는 음악의 깊은 맛을 알기 위해선 조금 더 공부해야겠다는
필요를 느껴서 세종아카데미에서 꾸준히 공부해 오고 있습니다.
거기에 강사 선생님으로 오신분이 베토벤 바이러스의 예술 감독을 하신 서희태 선생님이십니다.
서희태 선생님은 음악을 전공하시기도하셨지만 음악을 정말 사랑하는 분입니다.
베토벤 바이러스 드라마의 성공의 여세를 몰아 책도 쓰시고 지방 순회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클래식을 조금 멀게만 느끼던 분들이 이 드라마로 인해 친숙해 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클래식 음악의 진정한 멋과 맛을 알기 위해서는 공부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수고와 노력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니까요.
언제든 지친 나를 안아줄 친구와도 같은 클래식 음악과 의 만남
그 만남이 낯설지 않고 편안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음악에 대한 공부입니다.
아주 낮선 사람을 처음 만나면 서먹하지만
상대가 어디 사람인지 누군지 좀 알면 더 친근할 수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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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에 쉬운 음악이고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음악은 불황에서 비켜나있었습니다.
7만장에 가까운 판매량을 기록한 앨범만큼 이번 공연의 열기도 대단합니다.
3000여석인 세종문화회관이 빈자리 없이 꽉 찼습니다.
베토벤 바이러스 드라마도 성공이고 그힘을 몰아 OST앨범도 기록적으로 많이 팔리고
책도 그렇고 공연장도 만석을 만드신 것이 서희태 선생님의 예술작품입니다.
공연이 끝나고 로비에서 선생님을 만났는데 무척 반가워 하셨습니다.
베토벤 바이러스가 클래식음악의 저변 확대에 좋은 계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순이

4 Comments

  1. john

    2009-01-14 at 01:03

    반갑습니다. 갑장님을 여기서 뵙네요. 요즈음 음악에 푹 빠져계신 순이 갑장님이 부럽습니다. 제가 원래 음악을 공부하고 싶었거든요. 풍금하나 덩그렇게 놓여있던 시골학교만 졸업하지 않했다면…ㅎㅎ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음악이나 미술..뭐 그런것에 향수같은 것을 갖고 사나 봅니다. 저두 그중에 한 사람이구요. 하지만 지금은 듣는 것으로 만족하고 살고있읍니다. 언젠가 시간이 허락된다면 하다가 중도에 그만둔 색서폰 학원에라두 다녀야 할텐데…언제가 될래는지…기회는 또 올려는지..그러고 있읍니다. 여기서 뵈어 반가군 나머지 횡설수설 했네요. 한국이 요즈음 아주 춥다던데, 감기조심 하세요.
    지금까지 죠은갑장이었읍니다.   

  2. 슈에

    2009-01-14 at 06:14

    베토벤 바이러스 시리즈를 선물받아 곧 보기시작할려고 했어요.

    기내에서 컴을 키고 콘서트 라이브를 보면서 열심히 노트정리하시는

    노인이 참 멋져보이더군요…^^   

  3. Lisa♡

    2009-01-14 at 11:02

    잘 보셨군요.

    서희태샘이 그 날도 설명을?   

  4. 데레사

    2009-01-14 at 15:07

    순이님.
    저도 오는 일요일 예술의전당에 유니세프가 주최하는
    음악회에 가기로 되어 있어요. 후원금을 보내니까 티켓이 왔는데
    지휘자가 정명훈이라는것 밖에 잘은 모르지만….

    추운겨울 나들이가 좀 힘들지만 또 재미도 있지요.
    꽁꽁 싸매고 다니는 재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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