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의 클래식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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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예술아카데미에서 새 학기 부터는 "김주영의 클래식 인터뷰"
강좌를 듣기로 했습니다.
16주간 이어지는 본 강의 전에 프리뷰 강좌가 있어서 참석했습니다.
김주영 선생은 KBS클래식 FM을 진행하고 있어서 그런지
강의 내용이 아주 정갈하고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습니다.
목소리도 방송으로 다듬어진 분이라 흐트러짐이 없이 또렷하고 정확했습니다.
전업 피아니스트라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피아노 연주부터 합니다.
첫 곡으로 쇼팽의 녹턴을 연주하는데 얼마나 감미로운지
sweet 한 학기가 될 것 같아서 기대가 많이 됩니다.

나는 아는 것도 없이 그냥 무식하게 음악을 즐기지만
마니아 들은 CD를 수집하여 같은 음악을 음악가 별로 듣기도 하고
아니면 피아노곡만 매달리거나 바이올린곡만 좋아 한다던가
교향곡을 작곡가 별로 수집해서 열심히 듣기도 합니다.
그런 분들은 원음에 가까운 음향기기를 찾아서 계속 바꾸기도 하지만
결국엔 현장에서 직접 연주를 보고 듣는 것만 못하다는 것을 알고
연주회를 가게 된다는 군요.
재생 음으로는 느낄 수 없는 아우라가 연주회장에서는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연주자와 청중 간에 느껴지는 교감도 그렇고
연주자가 청중에서 전달하려고 하는 그 무엇을 알아가며 듣는 맛도 있거든요.

돌체에서도 주말마다 연주회가 열리는데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본 연주회를 앞두고
돌체에서 리허설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돌체의 실내는 5~60평 정도의 작은 공간으로 무대의 바로 앞에 앉아서
연주를 보고 듣고 느낍니다.
연주자의 숨소리를 까지 들으면서 표정을 보고 음악을 느끼니까
그 매력에 더욱 흠뻑 빠지게 됩니다.
연주자의 연주가 대단하지 않아도 현장에서 듣는 맛은
오디오로 재생 음을 듣는 것 하고는 비교가 안 됩니다.
그걸 아우라라고 한답니다.

아우라 (Aura)는 독일의 철학가 발터 밴야민의 예술이론으로,
예술작품에서 흉내 낼 수 없는 고고한 “분위기”를 뜻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아우라"를 "시선의 되받음"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바라볼 때 그 누군가는 그 시선을 느끼고 내 쪽으로 시선을 돌리게
되는 그런 현상으로도 설명이 되는 것입니다.
그 돌려진 시선을 인식하는 것이 바로 아우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시선의 되받음"이 사람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예술작품을 비롯한
모든 사물에 확장시킬 수 있다고 하는데
연주회장에서 연주자가 뿜어내는 아우라가 상당하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연주자들은 연주를 하고 나면 기가 다 빠지는 것을 종종 경험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재생음악에서는 그런 것을 느낄 수 없기 때문에
굳이 시간 내기 어려운 시간을 만들어 가면서
연주회장을 찾아가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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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 시간에 느낀 건데 그곳을 찾아와 함께 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모두다 음악을 좋아하고 음악에 대한 갈증이 있어서 오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분위기가 참 좋습니다.
물론 연주회장이 작고 아늑한 것도 있지만
그곳에 모인 사람들이 다 자발적으로 원해서 왔기에 더 몰두하는 지도 모릅니다.
초대를 받았거나 권유에 의해 억지로 온 사람들은 한 분도 없을 테니까요.
음악을 듣는 분들이 스폰지에 물 스며들듯이 산속에서 맑은 공기를 호흡하듯 합니다.
내 옆에는 친구가 앉았는데 그녀도 깊이 심취에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워낙에 잘 웃고 귀여운 성품의 여인인데 음악을 듣는 시간엔
그 아름다움을 더해 기품이 느껴집니다.
그녀는 모든 취미생활을 남편과 같이 해서 더욱 보기가 좋습니다.

나는 남편과 취미생활을 같이 하는 것을 오래전에 포기했습니다.
난 그의 활동적이고 동적인 취미를 같이하기엔 상당한 무리가 따랐고
몸을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니까 산에 가는 것이나 골프 같은 운동을 하는 것은
근처에도 가기 싫었고 남편은 가만히 앉아서 음악을 듣는 일을 고문으로
여길 정도니 아무리 노력해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각자 좋은 것으로 하자고 했지만 그러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습니다.
남편이 나에게 운동을 함께 하자고 했을 때 난 죽어도 하기 싫다고 했더니
그럼 골프를 다른 여인이랑 칠 수도 있다고 협박을 하더군요.
나도 지지 않고 음악회 같이 갈 수 있는 남자가 있으면 그 남자와 연애 할 거라고 말했습니다.
나이 먹을수록 부부가 취미를 함께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내가 무슨 독립 운동가도 아니면서 음악에
이렇게 목을 매는가 생각하면 어느 땐 자괴감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고 보면 음악에서 받는 위무는
그 어느 것 보다 소중하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일입니다.

지금도 농담처럼 속마음을 얘기하자면
음악회를 같이 갈 수 있는 남자랑 연애를 해 보고 싶답니다.
내가 거절 할 수 없는 좋은 연주회의 표를 준비해서
함께 가자고 하면 그가 누가 되었든 그 데이트에 응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 학기의 공부가 "클래식 인터뷰"이고 김주영 선생님이
방송 일을 하는 분이라 목소리도 듣기 좋고 젊고 실력 있는 분이라
강의 내내 달콤한 데이트가 될 것 같습니다.
강의를 하다가 연주를 하고 다른 연주자에게 마이크를 주면서
연주할 것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하라고 하자 연주자가 직접 짧은 멘트를 하는데
아주 유익하고 재미있는 포인트를 짚어 주었습니다.
새로운 강의 스타일을 접하는 일도 기대됩니다.

음악과 연애하는 것이 나에겐 정말 행복한 일입니다.

순이

3 Comments

  1. 정미경

    2009-02-13 at 01:20

    저도 등록 했어요.프리뷰는 참석 못했지만 기대되요.
    따듯한 순이님을 세종에서 뵙겠네요.
    인사 드릴께요^^   

  2. 소리울

    2009-02-15 at 03:14

    그러시겠어요.
    저도 서울 살면 가고 싶은데 문화적 빈곤의 도시가 제일 힘든 것 같더군요.
    물론 그를 능가하는 자연도 좋지만…..

    덕분에 아이에 대한 아픔의 두려움이 없어졌고 잘 나아가고 있습니다.
    정말 고마웠어요   

  3. Lisa♡

    2009-02-25 at 07:23

    많이 등록했으면 좋겠군요.

    기대됩니다.

    음……………..연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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