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미와 풀룻, 누가 더 아름다운 고음을 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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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얀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하늘이 내린 목소리가 분명한 조수미씨의 음악회를 다녀왔습니다.


그녀의 인기는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하는 목소리 때문도 있지만

친근한 무대매너와 시원시원한 성격 그리고 화려한 드레스와

애교스럽고 귀여운 모습으로 관객에게 다가가기 때문일 겁니다.

노래라고 해서 귀로만 듣는 것은 아닌 것이 분명합니다.

연주회의 성격과 부르는 곡목과 잘 어울리는 의상은

시각적인 효과를 가져와서 청중의 집중력과 관심을 높여주는 것은 물론

음악을 듣는 귀를 한층 예민하게 만들어 줍니다.


소프라노 조수미씨는 무대 옷으로 디자이너 앙드레김의 드레스만 입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성악가들은 악기 없이 스스로 주인공이 돼야 하기 때문에 시선을 집중시키는

화려한 드레스를 입는 게 당연하기도 하지만 그녀에게 잘 어울렸고

자신 있게 움직일 때 마다 그녀의 드레스에서 반짝이는 스팡클이 관객을 눈부시게 했습니다.

쥘 마스네의 오페라 타이스에 나오는 이중창 "그대인가 나의 구원자여"라는

오페라 아리아를 부를 땐 에로틱한 분위기를 위해 페티코트를 입어 허리는 잘록하고

치마를 풍성하게한 멋진 드레스는 모든 여성이 한번쯤 입어보고 싶은 로망이 있는 옷이었습니다.

온 도시를 타락시키는 타이스라는 미모의 여자를 회개시켜 구원에이르게 하려는 신부는

타이스에게 반하여 신을 부정하고 육체의 욕망에 들떠있고 타이스는 구원에 이르는

에로틱하고 아이러니한 장면인데 조수미의 연기가 자연스럽습니다.

오케스트라의 균형감 또한 탁월했고 무게 있는 연주를 했습니다.

차분한 듯 배경으로 있는 현악파트와 대조적으로

플루트와 클라리넷, 트럼펫의 활동이 두드러졌습니다.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중에 나오는 “광란의 아리아”를 부를 땐

고음역의 음색이 정말 아름답고 대단해서 모골이 송연했습니다.

모골이 송연하다는 말은 몸이 오싹하면서 식은땀이흐르는 것을 비유할 때 쓰는 말인데

오페라 아리아를 들으면서도 그런 경험을 했습니다.

사람의 감정을 자극하는 호소력을 가진 플룻이 조수미의 투명한 목소리와 경쟁이라도 하는 듯

이야기를 주고받듯이 멋진 앙상블을 이루는 것도 볼만했습니다.

무대 한 가운데 위치한 조수미와 그 옆에 서서 연주한 풀룻의

정겨운 대화는미조리라는 전설의 새소리를 재현하는 듯 했습니다.

플룻과 더불어 고음으로 새의 지저귐을 표현하는 아리아. "미조리의 노래"는

마치 새소리처럼 청명한 소리를 고음역의 플루트와 대화하듯 조화롭고

콜로라투라 최고의 기교가 발휘되는 고난도의 곡인데 높은 음으로 올라갈 수록

목소리는 더욱 청아하게 울려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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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미 혼자의 음악회가 아니라 드미트리 호보로스토프스키라는 긴 이름을 가진

정말 멋진 테너가수가 함께 공연했는데 나는 조수미씨의 노래가 훨씬 좋았습니다.

드미트리가 노래할 때는 의자의 등받이에 등을 대고 앉아서 들었지만

조수미가 노래하면 몸은 저절로 앞으로 당겨졌고 손에 힘이 들어가고

온 몸에 솜털이 곤두서고 천상의 어느 지점으로 내가 끌려가는 것 같았습니다.

데자뷰란, 최초의 경험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본적이 있거나 경험한 적이 있다는

이상한 느낌이나 환상인데 조수미의 노래를 들으면서 그런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평소에 조수미 노래를 듣기도 했고 공연을 몇 번 본 탓도 있을 겁니다.

세종문화회관이 일층에서부터 삼층 끝까지 빈자리 없이 찼고 관객의 호응이 뜨거웠습니다.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라는 말은 소프라노 중에서도 가장 높은 음역을 부르는 사람입니다.

현재 세계적으로 콜로라투라라고 할 만한 소프라노는 조수미와

나탈리 드세이라는 프랑스 여가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그만큼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는 음역이 사람의 목소리 중에는 가장 높은 음역이고

고음처리가 쉽지 않은 파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수미씨의 목소리는 높이 올라갈수록 깔끔하고 아름답습니다.


앙콜 곡으로 "엄마야 누나야" 를 새소리처럼 높은 음역에서 불렀는데

평소에 들었던 엄마야 누나야가 아니었습니다.

조수미의 아름다운 목소리 덕분에 엄마야 누나야 에서 화사한 빛을 발하는

음의 빛깔이 보이는 듯했습니다.

조수미라는 가수가 우리나라에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고 티켓 값이 아깝지 않았습니다.

조수미와 풀룻, 누가 더 아름다운 고음을 낼까? 타이틀을 잡았는데

전문가는 아니지만 조수미의 목소리가 더욱 높은 음을 내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순이

2 Comments

  1. 벤조

    2009-06-01 at 09:32

    모골이 송연하다는 말 실감이 나네요.
    감동이 너무 크면 그런 느낌이 오더라구요.
    아름다운 느낌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이든지…
    만드신 분은 얼마나 위대한지!   

  2. 소리울

    2009-06-01 at 14:00

    그냥 부럽기만 합니다. 조수미, 순이님 모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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