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에서 무슨 목적으로 이런 코스를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짧은 일정에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조호바루 인도네시아 바탐섬 등을 돌아오는 여행코스를 다녀왔습니다. 나처럼 작은 일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이야기 만들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여행이었지만 휴식이나 볼거리 재미를 찾는 분들에겐 적당한 코스가 아닙니다. 우리 도치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 온가족이 함께 갔었기에 도치들 결혼 전에 온 식구가 다시 한 번 가보자고 해서 선택된 곳입니다.
지하철에서 담배 피우면 벌금 음식을 먹어도 벌금 인화성 물질을가지고 타면 벌금 두리안도 안된다는 표지판 어린이가 90cm가 넘으면 표를 사라는 지하철 안내 표지판 여섯 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한 싱가포르는 우리나라 서울보다 더 번화하고 고층빌딩이 많았습니다. 싱가포르는 국민소득이 삼만 불이고 말레이시아 삼천불 인도네시아 1500불이라니 콩알 만 한 도시국가가 주변의 땅덩어리 큰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습니다. 처음 여행사에 예약을 했을 때 여행사 직원이 담배 안 됩니다. 술 안 됩니다. 껌 안 됩니다. 이러며 안 되는 것을 미리 말하기에 조금 짜증이 났습니다. 무슨 규제가 그렇게 많은지 벌금은 왜 그렇게 많은지? 물론 사소한 일들이고 우리가 범할 규율은 없었습니다. 술도 안 먹고 담배도 안 피우고 가래침등도 뱉어본 적이 없고 껌은 안 씹으면 되고… 다른 나라에 가려면 여권이나 비자 등을 먼저 챙기는데 싱가포르는 여행사에서 부터 유난히 안 되는 일들을 주지시켰습니다. 사소한 규칙만 잘 지키면 아무 불편이 없이 살아갈 수 있는데 그것을 일일이 명문화해서 규제를 한다는 사실이 더 웃겨 보입니다. 대신 도시의 치안이 안정되어 있어서 여행하기는 좋지만 담배를 피우는 분들이나 술을 좋아하는 분들은 조금 불편할 것 같았습니다. 우리나라 소주 한 병에 이 만 원이라고 하니 술 좋아하는 분은 지옥일겁니다. 싱가포르에서 말레이시아를 육로로 차를 타고 건너갔지만 국경은 국경이라 여권조사하고 출입국 카드 쓰고 이민국을 통과하는 절차는 까다로웠습니다. 특별히 볼 것도 없이 잠간 다녀온 말레이시아지만 나름대로 생각할 것은 많았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싱가포르에서 배를 타고 건넜습니다. 한 시간 만에 도착한 인도네시아 바탐은 갑자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 우리나라 60년대 같은 모습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원주민 마을에 갔더니 3살 정도 겨우 말을 배웠을까 하는 아이들이 바나나 몇 개가 담긴 비닐봉지를 내밀며 "아줌마 완 달라"를 외치며 맨발로 따라다닙니다. 아이들이 수 십 명이 달려들어 쫓아다니는데 애처롭기 그지없습니다. 아직도 일부다처제로 살아가기 때문에 아내가 많은 집은 당연히 자녀도 많아서 많게는 25명의 자녀가 한남자의 아이라고 합니다. 축구선수단을 만들면 두 팀을 짜고도 스페어 선수가 남을 만한 인원입니다. 많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니 중앙정부의 통제가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부정부패가 심해서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 살기가 어려운 형편입니다. 나라가 어려운 중에 세계적인 경제난으로 인도네시아도 더욱 어려워졌다고 합니다. 관리들과 돈 있는 사람들이 결탁을 하여 노동력의 착취는 심하고 서민들은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들고 형편이 없는 겁니다. 원주민 어린이들이 우리 일행을 쫓아다니며 "대~한~민~국"을 외쳐댑니다. 1992년 월드컵 때 들었던 응원가를 새삼 남의 나라 어린이의 목소리로 들으니까 어리둥절했습니다. 귀엽다기 보다는 난감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여행객보다 더 많은 어린이들이 졸졸 따라다니며 바나나봉지를 내어 밉니다. 언니 일 딸라~ 엄마 일 딸라 …우리나라 어린이가 엄마에게 응석을 부리는 그 억양대로 엄마 일 딸라~ 엄마 천원을 반복했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대~한~민~국 빠빠빠 빠~빠 "하며 따라다니는데 그 대열은 어린이와 어른들의 섞여서 묘한 모습입니다. 학교를 가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놀이 감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외부에서 관광객이 오면 그 사람들이 원주민의 구경거리고 볼거리고 놀이고 그런 것 같습니다. 원주민 촌 부모들이 구걸하라고 애들을 학교에도 안 보낸다고 했습니다. 원주민이라고 해봐야 이 섬에 1950년부터 거주해온 주민들을 말합니다. 이 들은 보루네오 섬에서 이주한 사람들로 기껏해야 200~300명 정도 있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따라다니며 시끄럽게 하고 놀이 감을 발견한 듯 뛰어다니고 주변에서 구경하는 어른들은 말없이 우리들을 바라보며 웃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쳐다보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짠~했습니다. 아이들의 깊은 눈망울이 마음을 울컥하게 만들 정도로 예뻤습니다. 사진을 찍으려 하니 일제히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면서 “김치 이브자리 까르르~”합니다. 나도 아이들에게 "이브자리 까르르~" 해 주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하듯이 어떤 어린이에게 제스처를 써가며 몇 살이냐 물었지만 부모들의 무지와 무관심 속에 아이들은 자신의 나이를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고 하는군요. 나이가 몇 살인지 세는 것은 아무 필요가 없다는 이야깁니다. 우리의 가이드 유동근씨는 6 년 동안 가이드를 하면서 우리말을 배웠다고 하는데 정식으로 배운 것이 아니라도 열심히 좋은 말, 바른말을 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초등학교 밖에 졸업하지 않아서 문자는 잘 모르고 순전히 말로만 하는 것인데 그렇게 하는 것인데도 유모아가 있어서 순간순간 우리 일행을 웃겼습니다. 툭하면 “이부자리 까르르”….를 남발 하는 통에 우리는 그 말이 좋다는 말 인줄은 알지만 우리나라말로 이부자리 까는 것이 상상되어 수없이 웃었습니다. 경찰이나 공무원 하는 것을 소망하는데 그런 직업을 가진 사람이 잘 살기 때문이랍니다. 그러나 아직도 학교는 부족하고 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생각하기엔 먹고 살기가 바빠서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는답니다. 인도네시아는 학교도 충분하지 않지만 의무교육도 아니라서 그냥 다 자연 상태로 방치되어 살아가는 것입니다. 인도네시아에 사는 유동근씨는 자꾸 이부자리 까르르를 외치지만 내가 보기에 인도네시아의 미래는 이부자리 까르르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남자들에겐 이부자리 까르르 일 수도 있습니다. 네명의 여자를 아내로 둘 수 있고 자녀는 무한정 낳아서 학교에 보낼 필요도 없이 아내와 아이들을 돈 벌러 거리로 내보내고 남자는 집에서 놀기만 하면 됩니다. 혹시 구미가 당기시나요? ^^ 이부자리 까르르~~~~~~~~~ 좋아요? 순이
데레사
2009-08-05 at 00:21
순이님.
여행 다녀오셨군요.
싱가포르는 너무 규제가 많아서 그게 싫어서 이민가버리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공항화장실에서 물 안내리고 나올까봐 감시하는
사람도 있던데요. ㅎㅎ
이부자리 까르르 ~~ 나는 구미 안당겨요.
심뱅이
2009-08-07 at 16:02
위의 어린 소년 사진을 보자니 21년전 인도네시아를 여행했던 그 시절과 비교가됩니다
그땐 여행지의 아이들은 완전 거지 나 다름없었는데…가끔 인도네시아가 어떻게 변해있을까?아직도 온천수가 계곡을 따라 지천으로 흐르고 있을까?빨간 연기.. 주황색 연기.. 노랑연기…하얀연기…온도에 따라 색색이 다른 연기를 토해내던 그 화산은 아직도 그대로 있을까?궁금증이 생기고 제가 무쟈게 가고파하는 나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