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오후나 조금 한가한 시간엔 바흐의 무반주 첼로 곡을 듣습니다.
정중하면서도 사람의 목소리에 가장 가깝다는 첼로 곡은
삶에 거칠어진 호흡을 가다듬기엔 가장 적당한 음악입니다.
특히 바흐의 무반주 첼로 곡은 다른 곡들보다 삶의 고뇌와 갈등과 어려움을
어루만지듯 치유의 능력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바로크음악 특유의 사라지는 듯 아스라이 이어지는 생명력과,
별스럽지도 않고 차분하게 연주되는 첼로를 듣자면
피아노 독주곡 같은 단조로움이나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우리 삶의 모든 거친 부분이 첼로의 울림에 녹아 버리는 듯합니다.
요즘처럼 날이 덥거나 반대로 한겨울에 몹시 춥거나 바람이 불거나 비가 오거나
외부의 조건과는 아무 상관없이 첼로 음이 조용하게 깔리는 점방 안은 오래된
교회당에 와 있는 느낌을 들게 합니다.
깊은 공명이 있는 첼로의 낮은 음에 귀를 열고 있다 보면
마음은 저절로 순해지고 평안해집니다.
손님이 타당하지 않은 불평을 늘어놓아 불편하게 하는 때도
물건의 가격을 가지고 시비를 해도, 아는 것이 많아서 논쟁을 하려고 덤벼도
다 이해가 되고 미운 마음이 들지 않습니다.
음악이 가지는 힘입니다.
"훌륭한 음악은 자연과 닮아 있다"고 합니다.
자연과 닮아 있는 음악이 가장 훌륭한 음악이라는 말입니다.
어느 분은 휴가가 되면 산 속으로 음악시디를 챙겨가지고 간답니다.
숲속에 들어가 바흐의 음악을 들으면 숲이 음악 같고 음악이
자신의 내부에서 솟아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답니다.
나는 산속이나 바닷가로 가지 않아도 내가 있는 자리에서 휴식을 느낄 수 있고
어느 순간엔 유럽의 오래된 성안에 와 앉아 있는 기분도 들고
조용하고 작은 시골 교회당의 포근한 분위기에 쌓인 것 같기도 한
바흐의 무반주 첼로 곡의 마니아입니다.
비에 얼룩진 출입문이 바흐의 음악만 있으면
아름다운 햇살을 투과하는 스테인 글라스로 보이기도 합니다. ^^
음악은 자연 현상을 표현하는 곡이 많습니다.
특히 인상파 음악가인 드뷔시는 자연현상을 설명하고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비가 오는 모습이라든가 배가 떠다니는 모습 분수에서 물이 뿜어 올라가는 모습들
물의 흐름 비 눈물 바닷물의 출렁거림 등을 음표로 표현하고 그걸 연주하면
자연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음악가는 심상을 표현하고자 합니다.
사랑을 노래하고 사랑의 서정성을 그려냅니다.
같은 뱃노래라고 해도 어느 분은 물결위에 떠있는 배를 묘사하기도 하지만
어떤 작곡가는 배위에 있는 연인들의 사랑하는 감정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브람스는 스승인 슈만의 아내 클라라에 대한 연모의 정이 가득합니다.
만약에 브람스에게 클라라 없었다면 브람스는 그런 음악을 쓸 수 었을까?
음악가나 미술가나 그의 영혼을 흔드는 아름다운 여인이 있어
그의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 넣을 수 있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음악가는 천재라는 말로는 부족한 대단한 무엇이 있습니다.
신이 특별히 창조한 사람들 같습니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곡!
이 음악은 들을 때 마다 새롭고 행복합니다.
아니 행복하다는 것은 약간의 허풍이고 복잡했던 마음이 가라앉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한 바흐의 무반주 첼로 곡은 현의 울림으로는 최고의 곡이라고 생각됩니다.
천상의 소리라는 찬사를 받을 만한 충분한 곡입니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처음 들을 땐 요요마의 연주로 들었습니다.
마이스키의 연주는 낭만적이고 약간의 달콤함이 느껴지는 사랑스러운 음색이 특징이고
야노스 슈타커의 연주나 로스트로포비치의 연주도 좋습니다.
첼로를 하는 분들은 첼로의 구약성서라고 표현을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국내 연주자의 연주도 정말 들을 만하고 훌륭합니다.
오늘 마음에 상처가 있으신가요?
아니면 왠지 모르게 까칠한 느낌이 드시나요?
화가 치밀 것 같습니까?
누가 미운가요?
생활이 너무 피곤한가요?
그러시면 바흐의 무반주 첼로곡을 들어보세요.
마음이 따뜻하게 되는 것을 경험하실 겁니다.
누구의 연주냐고 따질 것도 없습니다.
초등학교 학생이 연주한 것이나 대가라고 칭하는 분의 연주나
누구의 연주라도 다 들을 만하고 좋습니다.
순이
wonhee
2009-08-21 at 08:15
안녕하세요. 처음 인사드립니다.
저도 바흐의 첼로조곡들 정말 좋아합니다.
님의 말씀대로 이 곡은 지치고 힘든 마음을
어루만지고 쓰다듬어주는 따스함이 어려있지요.
소리울
2009-08-21 at 08:39
배에서도 첼로를 연주하는 사람이 있었어요.
흔들리는 배멀미 속에서도 속을 가라앉혀 주기도 했지요.
음악의 힘…
김진아
2009-08-21 at 12:30
로스트로 포비치의 무반주 첼로조곡도 좋았지만,
전, 애너 빌스마의 연주를 더 좋아해요.
요즈음은 글렌 굴드의 피아노곡과 함께요.
^^
Lisa♡
2009-08-23 at 14:58
진아님.
한 수준합니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