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조바니는 "돈 주어봤니"로
에르나니는 "애를 낳니"로 들리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 일까요? ^^
저의 오페라 리뷰(리뷰랄 것도 없지만)가 저급하더라도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이제 오페라에 대해 공부해 가면서 조금씩 알아가고 있거든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열심히 쓰는 이유는 그나마 공부한 것을 조금이라도
건지려고 하는 저의 작업입니다.
에르나니는 베르디의 오페라 제목입니다.
저는 워낙에 오페라를 잘 모릅니다.
클래식을 좋아하다 보니 유명한 오페라 아리아를 접하게 되는데
축배의 노래는 라트라비아타에 나오는 아리아고
남 몰래 흐르는 눈물은 돈 조바니에, 일 트로바토레에 나오는 대장간의 합창,
베르디의 아이다 중에 나오는 개선행진곡, 나브코에 히브리노예들의 합창
마탄의 사수 중에 사냥꾼의 합창 이렇게 부분 부분만 알고 있는 정도입니다.
나는 그렇다고 쳐도 같이 수업을 듣는 30~40 명 학생 중에서
에르나니라는 오페라를알고 계셨던분은 딱 한분이셨습니다.
저는 제목도 처음 듣는 오페라였습니다.
오페라도 자주 연주되는 것이 당연히 유명하겠지만 연주되지 못하는 데는
난이도가 높은 벨 칸토 오페라이기 때문일 겁니다.
벨 칸토 오페라는 사람 목소리의 무한한 가능성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만들어졌습니다.
(만들어 졌다고 합니다. 라고 말해야 정상이지만 조금 더 정확한 전달을 위해서…)
아름다운 선율과 폭넓은 음역과 고난도 기교를 특징으로 하고
오케스트라나 연극적인 도움을 덜 받고 오직 가수의 목소리에 의존하여
이끌어 가는 공연이라 노래를 듣다보면 내가 전혀 모르는 언어임에도
감정이입이 자연스럽고 느낌이 전달되는 것이 벨칸토 오페라의 장점으로 보여 집니다.
가수의 노래하는 능력에 절대적으로 의존한 노래 중심의 벨칸토 오페라에서 관현악은
노래를 돋보이기 위해 부수적 수단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지금은 전설이 된 마리아 칼라스, 우리나라에서는 조수미씨가 정평이 나 있습니다.
에르나니의 줄거리는 엘비라 라는 숙녀 한 사람을 세 명의 남자가 사랑하는 구도입니다.
1:3이니까 갈등의 구조는 충분하고도 남습니다.
한 여자에 두 명의 남자 반대로 한 남자에 두 명의 여자 이런 것이
연극의 일반적인 갈등의 구조인데 세 명이면 엄청 더 복잡할 것 같지요?
스페인 국왕과 삼촌인 실바 그리고 산적 두목인 에르나니입니다.
얼마나 아름다우면 국왕을 비롯한 세 명의 남자가 목숨을 걸까요?
오페라의 제목이 남자 주인공 이름입니다.
그런데 갈등을 풀어가는 수단은 중세 남자들의 기사도 정신입니다.
정적이라고 해서 무조건 죽이고 보는 것이 아니라
보호해야 할 때는 관대함을 보이고 너그럽게 대해서 위기에서 구하고
아량을 발휘해서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궁지로 몰아넣지 않습니다.
무조건 권력을 휘두르지 않는 것에 기사도 정신을 볼 수 있습니다.
국왕과 대공 산적 이 세 사람이 싸우면 누가 이기겠습니까?
싸울 필요도 없이 많은 군대를 거느린 국왕이 이기겠지요?
그다음이 대공이고 산적은 별로 힘을 못 쓸 것 같지요?
그런데 엘비라의 마음을 차지하는 사람은 에르나니 입니다
드라마에는 인생의 슬픔과 비참함을 재료로 주인공의 파멸, 패배, 죽음 따위의
불행한 결말을 갖는 비극이 있고,
연애를 주제로 한 통속적이고 감상적인 멜로드라마와,
여러 에피소드를 지나 해피엔딩으로 매듭을 짓는 로맨틱 코미디가 있는데
에르나니는 남 녀 주인공이 맺어지지 못하고 두 사람 다 죽음으로 끝이 나니까 비극입니다.
청춘남녀가 만나서 우여곡절 끝에 결혼으로 맺어지면 그건 로맨틱 코미디에 속하는데
로맨틱 코미디 하니까 좀 우스운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우리가 " 코미디를 하는 군"하면 좀 웃긴다는 얘기잖아요.
그러면 결혼에 골인하는것은 웃기는 것이 되는데 결혼이 웃기나요?
내 생각에 결혼은 웃기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연애는 멋지고 아름답고 우아하고… 하여간 뭔가 환상이 있지만
결혼해서 사는 것은 현실이잖아요.
현실은 일상생활이니까 밥도 먹어야 하고 화장실도 가야하고 아프고 놀라고
싸우고 한마디로 하자면 지지고 볶고 사는 것이 인생이니까요.
그러니 코미디를 하는 것이 맞아요. ^^
에르나니 역에는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열연을 했는데
그 목소리의 시원함에 가슴이 후련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카를로 국왕을 노래한 셔를 밀론즈나 실바대공 역의 루제로 라이몬디 같은 분은
전혀 안면이 없습니다.
그래도 목소리 하나는 끝내 주더군요.
엘비라는 흑인 가수가 했는데 흑인 특유의 울림이 있는 깊은 성량을 보였습니다.
개구리가 양볼에 울음주머니가 있다고 들었는데 이 가수는 소리 주머니가 있는지
목이 푹 파여진 드레스 위로 찐빵처럼 아니 타원형의 망고처럼 양쪽으로 부풀어 올라서
소리를 내는데 좀 신기하기도 했고 민망하기도 했습니다.
에르나니는실바대공과 둘이 한 사소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명예롭게 죽음을 택하고
엘비라도 따라 죽게 되는데 남자의 삶은 오직 사랑과 명예를 위해서라고 하면
그 둘 중에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랑을 택해야 하는 것인지
명예롭게 죽는 것이 옳은 것인지?
나 같으면 조금 비굴하게 목숨을 구걸해서라도 사랑을 택할 것 같습니다. ^^
결혼에 골인 하는 것은 로맨틱 코미디라 오페라 세리아의 격식을 갖추기 위해
억지로 죽음으로 끝을 맺은 것은 아닐까?
더 난감하고 극박한 상황에서는 아량을 배풀더니 사소한 일로 생명을 단축하게 만드는
기사도 정신의 정의롭기도하고 모순되기도 한 결말이었습니다.
"오페라란 소프라노와 테너가 서로 사랑하지만 베이스 때문에 침대에 들어가지 못한다. "
우리 선생님께서한마디로 정의하시더군요.
인생은 항상 누군가의 방해를 받아서 이루고자 하는 것에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데
결혼에 이르신분들은 일단 삶에 성공하신 겁니다. ^^
순이
데레사
2009-10-03 at 05:26
순이님.
저도 에르나니는 처음 들어보는 곡입니다. 물론 다른 오페라도 다
안다고는 할수 없지만 학창시절 음악감상실을 자주 들린 덕택으로
조금은 알거든요. ㅎㅎ
추석은 쉬는지요?
즐겁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벤조
2009-10-04 at 06:44
침대에 못 들어가게하는 앨토는 없나요?ㅎㅎ
운정
2009-10-05 at 03:13
대장간의 합창,
합창곡을 가르치던 혹쟁이 선생님이 보고 싶네요.
중딩에게 신혼 시절의 선생님,,,추억을 더듬으며.
추석 자 아 알~~~ 지내셨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