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에
아버지 산소 성묘를 가야하는데 형제들이 서로 다 바쁘니까 벼르기만 하다가
결국 나는 못가고 막내 남동생이 어머니를 모시고 다녀왔습니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날 목요일 성묘를 개운하게 하고 오셔서 점방에 들려
"내년에는 사람을 사서 해야지 막내 혼자 가니 너무 벅차더라. " 그러셔서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어요. 내년엔 봄가을로 두 차례 성묘를 해 달라고 계약을
하지요. 의정부 가는 쪽에 그런 회사들이 있는 것 봤어요."
이런 얘기들을 잠깐 하고 집으로 들어가셨습니다.
그날 저녁
추석에 자녀들이 올 것에 대비해서 분주히 움직이시다가 어머니께서 사고가 났습니다.
음식 장만을 하시다가 낮에 벌초하러가서 쓴 장갑이랑 양말 등을 베란다에서 빨려고 담가
놓으신 것이 생각나서 배란다로 한발을 내 딛는 순가 뒤로 꽈당 넘어지신 겁니다.
세탁기를 쓰면 될 일인데 우리어머니는 당신 옷은 손빨래를 해야 직성이
풀리시니 말려 볼 수도 없습니다.
속옷은 물론 쉐타나 바지 등 큰 옷도 힘겹게 빨래를 하셔서 누구시키라고 해도
안되고 세탁기에 어머니 빨래를 섞는 일도 싫어 하셔서 꼭 직접 하십니다.
물기있는 베란다에 성큼 내 디디다가 무방비로 체중이 실린 채 뒤로 넘어지셨으니
그 후의 사태는 짐작하시는 밥니다.
노인들이나 어린이들의 안전사고가 집안에서 일어나는 일이 많습니다.
방안에서 넘어져 다치는 바람에 그걸 원인으로 해서 돌아가시는 분도 있고
침대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목욕탕에서 다치기도 하십니다.
동네에서도 그런 분들을 자주 보고 우리 어머니도 삼년 전 옥상에서
내려오다 다친 경력이 있는 분이라 명절이고 뭐고 걱정이 되었습니다.
가사 일을 도우러 우리집에 오는 이모님이 "동티가 난 거라고 뭐 하러 산소를 가냐"고
불난 집에 부채질 하듯 하셔서 벌초 하는데 무슨 동티냐고 어머니께서 화를 내셨습니다.
매사를 동티니 귀신의 작폐니 그런 것으로 이모님은 해석하시기를 즐기셔서
어머니와 의견이 맞지 않으십니다.
동티가 아니면 멀쩡히 다니던 집안에서 왜 다치느냐고 하시는데
벌초를 말끔히 했으니 아버지가 보호해서 그 정도 다치고 말았지 그렇지 않으면
더 큰일을 만났을지 어찌 아냐고 어머니께서 그러시는데
나는 "아버지께서 다른 할머니하고 데이트 하시는데 어머니가 가시니 싫으셨나?"
이러며 애써 분위기를 가볍게 하려고 했습니다.
추석날은 자주 방에 들어가 눕기는 하셨지만 인사하러 오는 사람들에게
아프다는 말씀도 없이 잘 견디셨습니다.
그래서 타박이겠거니, 80 노인이라 그러시겠지 했습니다.
병원에 모시고 가려고 해도 어머니는 한사코 괜찮다고 하셔서
그럭저럭 추석 명절을 끝내고 월요일에 춤바람 동생이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더니 요추에 금이 갔다고 합니다.
지난번에 어머니 무릎 수술을 해 주셨던 의사선생님이라
어머니와는 친해서 친절하게 대해 주셔서 의사선생님의 치료에
전적으로 맡기기로 하고 입원을 했습니다.
의학용어로는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는데 금이 간 척추 부분을 시멘트 같은 것으로
붙이는 수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고, 수술을 해야 빨리 낫고 잘 아문다고 합니다.
수술을 앞두고 MRI를 찍었더니 경추도 다쳐서 두 군대 수술을 해야 했습니다.
입원이 길어지게 생겨서 저는 병원 잠을 또 자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동티가 뭘까요?
남동생이 사고를 당하던 해 4월에 아버지 산소가 오래되어 흙을 돋아서
묘역을 손보는 공사를 큰 남동생이 했는데 그해 6월에 정말 뜻하지 못했던 사고로
세상을 뜨고 말았습니다.
이모님 결혼한 따님 한분이 시집에서 조상의 묘를 이장했는데 그 이후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우연히도 이번에 어머니께서 산소를 다녀오신 그날 집안에서 사고를 당하고 나니
이모님의 동티 이론이 갑자기 힘을 얻는 겁니다.
우리 어머니야 신앙심이 돈독하신 분이니 그런 것을 믿지 않으시고
우리도 아버지가 돌봐서 더 다칠 탠데 그 정도로 보호하셨다고 말하지만
이모님은 동티를 아주 굳게 믿으십니다.
그런 게 있나요?
어머니가 다쳐서 그렇지 않아도 심난한데
이모님이 옆에서 잘 못 거드시는 바람에 마음이 묘해 집니다.
아버지가 도와 주셔서 어머니께서 그나마 조금 다친 것이 맞지요?
순이
소리울
2009-10-06 at 12:33
네, 맞습니다.
동티가 아니라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겁니다.
그렇지 않은 예는 그런 예보다 더 많을 테니 그런 놀리는 성급한 일반화의 논리이지요.
매사 조심 조심. 나이 들면 발걸음도 조심스럽게 …
포사
2009-10-07 at 15:21
동티란 묘나 고목같은것 잘못 건드려서 地神이 노하여 그 행위를한 사람한테 병또는 다른 災殃이 생긴다는 土俗 민속 신앙으로 아무런 근거도없다.
벤조
2009-10-11 at 03:52
전, 제목만 보고 동티가 발에 난 티눈같은 건 줄 알았네요.
순이님 직업과도 관계가 있으니까…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