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앞에서 어머니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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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서 어쩌다 뼈에 자주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수술실 앞에서 어머니를

기다리길 몇 차례 했는데 그때마다 마음은 그럴 수 없이 초조하고 불안합니다.
삼년 전 어머니께서 무릎인공관절 수술을 하느라고 두 번이나 큰 수술을 받으셨고
이번에도 척추에 금이 가는 바람에 두 번에 걸쳐 시멘트 접합시술을 받으셨습니다.
어머니가 이동침대에 누워 자동으로 열리는 수술실 출입문 속으로 들어가면
저 자동문이 다시 열리고 무사히 나오실 수 있을까?
수술은 잘 진행이 되고 있는 걸까?

수술실 앞에서 별별 좋지않은 상상을 하며 불안 때문에 몸이 스멀거립니다.
누가 급하게 수술실로 들어가는 것이 보여도 가슴이 덜컹하고
누가 침상에 실려 나오면 우리 어머닌가 고개를 숙여 들여다보게 됩니다.

수술실에 어머니를 밀어 넣고 수술실 앞 의자에 무연히 앉아 있노라니
어머니가 들어가신지 삼십분이 지나서야 의사 선생님이 들어가십니다.
수술실 앞에서 어머니 주치선생님을 마주 대한지 벌써 네 번

수술 들어가는 분에게 부담을 주는 말을 하기 싫어서

수술을 잘 해 달라는 뜻으로 가볍게 목례로 배웅을 했더니
"어머니 수술 금방 끝내 줄게요!“ 하며 소풍이라도 가는 듯 밝게 웃으며
손까지 흔들며 의사 선생님이 들어가십니다..
수술을 빨리 끝내서 환자의 고통을 덜어 주겠다는 말씀인 줄은 알지만
빨리 끝내 준다는 말이 너무 웃겨서 그 와중에 혼자 웃었습니다.

어머니가 수술하는 그 시간에 나를 포함해서 세 가족이 대기하고 있었는데
수술하러 들어가신 할아버지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할머니도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넘어져서 어깨를 다치셔서 핀을 박는 수술을 하시는데
고혈압도 있고 심장질환이 있어서 회복이 잘 될 런지 모르겠다고 할머니께서는
걱정을 대단히 하시며 한숨을 들이쉬고 내 쉬고 합니다.
60대 아주머니 한분은 친정모친이 대퇴부와 고관절 복합 골절로 수술이 크다고 하는
것을 볼 때 척추에 금이 간 정도의 우리 어머니가 그중 가장 경미한 수술 이었습니다
수술실에 가족을 들여보낸 다른 분들도 다들 초조해 했지만 그중 경한 수술이라고 하는
우리 어머니를 기다리는 나도 내 심장소리가 느껴질 정도로 가슴이 쿵쾅거렸습니다.

40여분 후에 수술을 마치고 의사선생님이 수술복을 입은 채로
피 묻은 기구를 들고 나오셔서 나에게 보여주시며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정확한 기구 이름은 모르지만 주사기 비슷하게 생겼는데
그것에 바람을 넣어 척추를 밀어 올리고 그렇게 생긴 공간에 시멘트를
바른다고 하는데 다른 이야기는 잘 모르겠고 시멘트는 익히 아는 단어라
"시멘트요?" 라고 의문을 표하자 "인체용 골 접합 시멘트가 따로 있어요."라며
웃으시며 가볍게 말해주는의사선생님이 무척 고마웠습니다.
의사 선생님의 설명에 의하면
50cc 주사기처럼 생긴 기구 끝부분에 풍선처럼 부풀림이 있는 것을 삽입해서
바람을 넣어서 압박된 척추를 펴 준 후 시멘트를 주입하는 방식이랍니다.
풍선의 압력은 자동차 타이어 압력에 버금가는 것이라며 수술복 앞자락으로 싸서
저에게 만져 보라고 하는데 별로 손대고 싶지는 않았지만 의사선생님의 진지한

태도를 거역할 수가 없어서 손끝으로 눌러 봤더니 돌멩이처럼 단단함이 느껴졌습니다.

그 기구값이 비싸다고 했습니다.


시멘트를 넣어서 골절된 척추가 복원되면 그 시로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척추 성형시술은 부분마취로 하기 때문에 몇 시간 후부터 걸어 다닐 수 있고
화장실도 직접 다녀오시고 저녁식사도 정상적으로 하실 수 있었습니다.
여동생이 “우리어머니는 사이보그야” 이러며 놀리는데
현대의학의 눈부신 발전을 어머니 몸소 체험하시는 것이 맞습니다.
우리 어머니는 고혈압이나 당뇨 심장질환 같은 것이 없는 반면에
관절과 뼈에 관한 문제가 자주 발생하는데
그것은 우리어머니께서 몸을 아끼지 않고 생활하는 습관이 많이 작용을 합니다.
무릎관절이 다 닳아지도록 자녀들을 위해서 수고하시는 바람에
양쪽 무릎에 인공관절을 하고 계시고 이번엔 척추에 시멘트를 바르기까지 하셨습니다.
사이보그는 뇌 이외의 장기는 기계로 교체해서 만든 인조인간을 말하는데
우리어머니를 사이보그라고 하는 것은 물론 과장되었지만 인공 무릎관절이나 이번에

시멘트 시술 등의 사건은 사이보그와 비슷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번일로 절실하게 느끼는 것은 노인들은 골절 사고가 치명적이기 때문에
집안에서 일어나는 안전사고에 대비해서 목욕탕이나 베란다 등 타일이 있는 곳에는

미끄럼 방지 시설을 꼭 해야 하고 조심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 베란다 세탁실 목욕탕 등 타일이 있는 곳에는 미끄럼 방지 시설을 다 했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하지만 미끄럼 사고는 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지금이라도

하는 것이 더 큰 사고를 예방하겠기에 어머니 퇴원 전에 그것부터 했습니다.

세상이 참 좋아졌지요.

예전 같으면 척추를 다치면 거의 거동을 못해서불편해 하다가
다른 합병증으로 돌아가시기 딱 알맞은 사건입니다.

우리어머니는 사이보그 비슷해 지셨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어려운 고비를 넘겼으니 우리 어머니 오래 사실 것 같습니다.

순이

4 Comments

  1. 데레사

    2009-10-12 at 23:46

    순이님.
    어머님 오래 사시고 말고요. 정말 오래 사실겁니다.
    좋은 세상에 고쳐가면서 살수 있다는게 정말 행복한 일이지요.

    저도 여기저기 고장나기 시작하는데 걱정 안해도 될것 같아서
    마음이 편안합니다.

    순이님.
    오늘도 즐겁게 보내시기 바래요.   

  2. 벤조

    2009-10-13 at 01:53

    오래 사셔요~ 순이 어머님!   

  3. 운정

    2009-10-13 at 12:54

    얼른 완쾌하시고,,, 당연 오래사셔야죠.

    훌륭한 따님이 계시니까요.   

  4. 참나무.

    2009-10-14 at 00:04

    아이들 보살필 일 한창 많을 때
    친정엄마 인공관절 수술을 두 번 했지요

    그 때 시어르신들이 애들 걱정말라며 편안하게 보살펴 드리리고
    한 40일 꼬빡 고향 진주에 내려가서 간병한 적 있어요

    …그게 제가 한 마지막 효도였네요.
    현명하신 따님 두신 어르신도
    아직 돌바드릴 어머님 계신 순이씨도 부럽고…

    건필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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