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도 안 부러운 대중가수의 인기 (뮤지컬 모차르트)

뮤지컬 모차르트를 보게 되었습니다.
나는 시간 관계상 모차르트의 주연 가수가 누구냐를 따져서 표를 산 것이 아니라
내가 쓸 수 있는 시간의 공연으로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그날은 공교롭게도 동방신기의 멤버 싸이준수라는 가수가 모차르트 주역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솔직히 말하면 동방신기가 누군지 모릅니다.
우리 어머니가 트윈폴리오는 모르고 이미자씨를 알듯이
나도 옛날 가수는 알지만 요즘 가수들은 알지 못합니다.
내가 송창식 노래를 좋아한다고 하면 우리 어머니께서
“그게 노래냐 염불하는 소리 같다야~” 이러시며 전혀 이해가 없으셨는데
나또한 동방신기가 부르는 노래를 한 가지도 알지 못하고
어쩌다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 그들이 부르는 노래를 듣게 되어도
음악이 전혀 귀에 들리지 않고 재미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당연히 요즘 아이들의 우상이라는 동방신기는 관심도 없습니다.

나도 오래전 한때는 트윈 폴리오의 팬이었습니다.
김세환 송창식 윤형주를 좋아했고 양희은 등 통기타 가수의 노래를 좋아했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대중가수와 개인을 연결해 주는 매체가
라디오나 흑백텔레비전이 전부였기 때문이었는지 팬이라고 해도 요즘 같지는 못했습니다.
요즘엔 인터넷으로 팬클럽이 연결되어 있어서
실시간으로 팬들이 뭉쳐서 커다란 힘을 발휘합니다.

동방신기의 멤버인 김준수씨가 주연을 맡은 뮤지컬 "모차르트"를 보기 위해 모인 팬들이

1월 26일 화요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을 꽉 채웠습니다.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가 아버지와 갈등을 하면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예술가의 숙명을 뮤지컬로 다루어서 젊은 숙녀들이 그렇게 재미를 느낄만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김준수씨가 출연하는 것을 보려는 팬들로
세종문화회관이 만석이 된 것입니다.

서울 세종문화회관의 3000여 객석은 웬만한 네임 벨루로는 꽉 채우기 어렵습니다.
정명훈씨나 조수미씨 등 우리나라 일류급 가수나 오케스트라단이 아니면 어렵거든요.
그런데 김준수씨가 나오자 그룹 동방신기의 팬들로 가득 차는 진풍경이 빚어진 것입니다.
이날 주연을 맡은 동방신기의 멤버 김준수씨를 보기 위해 젊은 여성들이
구름때 처럼 몰려들면서 암표상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세종문화회관을 자주 드나들면서 아무리 유명한 공연이라고 해도
암표상을 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건물 입구엔 검은색 정장을 입은 많은 검표원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습니다.
평소엔 건물 안 로비까지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습니다.
누구나 척 보면 클래식 팬이 아니라 동방신기의 팬클럽이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차림의 젊은 숙녀 분들은 관람하러 오기 전에 다짐을 하고
온 듯 관객매너를 지켜주어서 무척 고마웠습니다.
그분들이 평소 소양대로(?) 하자면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지르고 일어서서 붕붕 날고 싶은
젊은 혈기들인데 무척 자재하면서 흥분을 속으로 삼키고 있었습니다.
시아준수의 팬들이 차분하게 극장 에티켓을 지키고 문화 소비의 한 축으로
자리 잡는 모습을 칭찬하고 싶었습니다.
김준수씨 팬클럽에서 운영하는 홈페이지에 "공연장 매너를 지키자"는
자체 캠페인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커튼콜 때는 콘서트 장을 방불케 하는 함성이 터졌습니다.
뮤지컬 공연장에서 커튼콜 때는 대부분 함성과 박수가 터지기 마련이지만
그 열기는 클래식 공연장의 것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데시벨이 폭발적으로 높았습니다.
김준수씨가 상대역과 키스하는 장면에서는 "아~~~" 하는 소리가 허밍으로 퍼지기도 했는데
그것은 우상에 대한 아쉬움의 한숨이었습니다.

어떻게 해서 그렇게 큰 인기를 누릴 수 있는 걸까요?
일국의 대통령도 누리지 못하는 인기는 어떻게 얻어지는지 궁금해집니다.
우리나라 대통령도 그런 인기는 누리지 못합니다.
오히려 너무 고생스러워 보일 정도로 대통령은 인기보다 고통의 연속입니다.
물론 대중가수에겐 안티 팬도 있겠지만 그들은 열성적인 팬들에 의해 아무소리도
내지 못합니다.
대통령에 대하여서는 무수한 사람들이 원망을 퍼 붙고 미워하는 소리를 거르지 않고 해 대고

나라의 국정을 담당 하느라 영광된 시간보다 고통의 시간이 더 많고 옆에 있는 사람들은

대통령이라는 권력의 덕을 보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보여 지지만
인기가수의 팬들은 그에게 바라는 것 없이 정말 순수하게 좋아하는 모습이 놀랍고

얼마나 그 우상을 좋아하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날이었습니다.

또 한 가지는 클래식 음악가는 대중가수에 비해 너무 마니아층이 없는 겁니다.
단 천명의 열렬한 팬만 확보해도 그 가수가 출연하는 공연은 늘 만석이 되겠지만
일산에 있는 돌체음악실에서 만나는 음악가들을 보면
인기는커녕 그렇게 애쓰고 공부했는데 관객은 20명을 채우지 못 할 때도 많습니다.
일류대 음대를 나온 것은 기본이고 미국이나 이테리 등 클래식 본고장에 유학을 다녀오는 등
대단한 커리어에 많은 투자를 했음에도 돌체의 작은 무대에 설 때도 객석을채우지 못하는 것을

걱정해야 합니다.
반응도 훌륭한 연주에도 불구하고 적은 수의 관객은 덤덤하기만 합니다.

클래식 가수도 대중가수의 인기몰이 비법을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인기는 수입과 직결되는데 아무리 대단한 실력을 겸비한 음악가라 하더라도

대중의 사랑을 받지 못하면 무대에 늘 자비량해서 설 수 밖에 없습니다.

대중 가수가 누리는 인기는대통령도 부럽지 않는 정말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김준수씨 공연이 아닌 것은 좌석이 일부 남아있습니다.

뮤지컬 모차르트는 볼만한 공연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모차르트1.jpg

순이

2 Comments

  1. 데레사

    2010-01-28 at 09:04

    순이님.
    나도 동방신기를 몰라요.
    그러나 나도 송창식이나 양희은이나 윤형주는 좋아하는데요.

    요즘 가수는 노래도 잘해야 하지만 몸매도 좋고 얼굴도 잘생기고
    춤도 잘 춰야만 되는가 봅디다. ㅎㅎ   

  2. Lisa♡

    2010-01-28 at 13:49

    하하하..

    순이님.

    볼만하다구요?
    그렇게 말씀하시니 보고싶네요.

    동방신기….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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