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모리 온천 알뜰살뜰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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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는 분은 아시지만 나는 아주 게으른 사람이라

너무 더운 것도 아주 추운 것도 되도록이면 피하고 싶은 사람입니다.

영하의 날씨에 눈보라 치는 겨울 산에 등산을 가는 사람들이

성격 이상한 사람들인 줄 알았습니다.

추운 날 고생을 왜 사서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거든요.

나는 춥고 덥고 참아내야 하는 어려움을 견디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인데

눈 오는 아오모리를 가자고 어떤 친구가 이야기를 꺼냈을 때

반대는 하지 않았지만 시큰둥하게 여겼습니다.

여기도 충분히 춥고 올해는 눈도 많아서 눈 구경도 아쉽지 않은

겨울다운 겨울인데 차라리 어디 따뜻한 곳에 다녀오면 좋겠다고 했지만

세 번이나 아오모리를 다녀온 여행 마니아 친구가 강력하게 가자고 추천하는 바람에

그녀의 의견에 따르게 되었습니다.

펑펑 내리는 눈을 맞으면서 노천 온천을 하는 맛이 기가 막히다 는데

조금은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친구들과 30년 넘게 곗돈을 모아놓았다가 가는 것입니다.

사는데 핑계가 많은 것이 아줌마들의 생활이라

못가는 사람에게 여행경비만큼 돌려주면 빠지는 사람이 많다고

곗돈이 아까워서라도 따라 나서게 하는 강제조항이 있습니다.

그러니 어지간하면 친구들이 다 동참을 하고, 못 가는 사람의

여행경비 만큼은 그냥 곗돈으로 자동 세이브 되고 맙니다.

사정이 있어서 못가는 사람만 억울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끼리 규정이 그렇다 보니까 나도 친구들이 유럽과 터키 갈 때

일 때문에 두 번이나 못가고 났더니 보통 억울한 것이 아니라

이제는 기를 쓰고 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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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모리 온천여행에 결론을 말하자면

지금까지 다녀본 여행 중에 가장 편하고 환상적이었습니다.

전에 간 일본에서는 음식을 배불리 먹었던 것 같지 않은데

이번엔 여행사 옵션에 들어가 있는 호화판 식사를 했습니다.

점심은 옵션에 들어가 있지 않다고 친구들이 싸온 것으로 해결했습니다.

첫날 아침은 기내식으로 때우고

점심은 김밥을 맞춰온 것으로 나누어 먹고

두 째날 점심은 찰밥과 알타리 김치 오이지 김 더덕장아찌로

삼일 째 점심은 라면으로 그것도 호텔방에 있는 물을 끓여 보온병에 가지고 나가

호수주변 식당에서 먹었습니다.

아침과 저녁은 호텔 뷔페로 먹는데 그것은 여행경비에 포함된 사항이라

여행 중에 돈 쓸 일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동 한 그릇을 사 먹자고 해도 5000원 정도이고 열 명이니까

오만원이 소요되는데 그렇게 많은 경비를 지출한 친구들이 아니었습니다.

일본에 주재원으로 나가 있던 남편을 따라 5년 정도 일본에서 산 친구가

현지인 수준의 일본어를 구사하니까 통역을 맡고

부지런한 친구는 친구들의 필요를 따라 사과나 먹을 것을 조달하고

선생님인 친구는 우리에게 늘 주의를 주면서 학생 다루듯이 합니다.

“얘들아 주머니에서 손 빼 눈 밑은 얼어 있어서 넘어지면 다쳐”

“얘들아 버스에서 너무 소란스럽게 얘기 하지만 우리 빼고 다 일본사람이야.”

이렇게 인솔을 하기도 합니다.

각자의 특기와 소질을 살려 친구들을 배려하는데 나만

하는 일 없이 친구들의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렇게나마 친구들의 여행을 기록으로 남겨 동창홈페이지에 올려주면

친구들이 너무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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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를 같이 다닌 친구들이라

지금도 40년 전 학교 다닐 때 이야기를 하면 너무 재미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영어선생님이 늘 밥이었는데 그분의 근황을 듣기도 하고

내가 잊고 있었던 나의 중고등학교 시절을 다시 추억으로 만나게 됩니다.

조그만 넷북을 가지고 다니면서 인터넷이 연결되는 곳이 있으면

잠깐씩 보곤 했는데 마우스를 안가지고 가서 뭔가 하고 싶어도

손가락으로 마우스페드를 움직이는 것에는 속도가 떨어져

중요한 순간을 놓치기도 했을 때 집에 두고 온 자그만 물건 즉 칫솔이라든가

마우스 이런 작은 물건들의 가치를 새삼 깨닫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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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은 좀 들었지만 그 몇 배로 마음이 풍요로워졌습니다.

게시판에 글 올릴 소재도 무지 많이 얻었습니다.

아마 겨울 글 농사는 충분할 것 같습니다. ^^

*쇼핑센터에서 만난 일본의 고령인구에 대한 배려와 노인들의 모습

*습기에 약한 카메라의 목숨을 ^^ 걸고 찍어낸 노천 온천 모습

*작은 것에 세심하게 배려하는 일본의 서비스 정신

*아줌마들이 한밤중에 모여 하는 성적농담 (중계방송 해 드리겠습니다.)

*수묵화 같던 호수 정경 등에 대해 써 보려고 합니다.

*평상시 커피한잔으로 아침을 시작했는데 먹지 않던 아침 식사가 더없이 맛있어서

엄청 먹었더니 결과물이 2kg 정도 생겼습니다.

어떻게 하면 결과물이 2kg이나 생기는지 슬픈 이야기도 해 드리겠습니다.

*10년 후의 나를 미리 만나고 시어머니나 친정엄마의 서열에 든 친구들에게서

값비싼 노하우를 듣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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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무조건 설레는 것이고 그중에서도 친구들과 함께한 여행은

더욱 재미있고 행복했습니다.

차차 들려드리겠습니다.

순이

3 Comments

  1. 미친공주

    2010-02-04 at 07:33

    아 온천여행.. ㅠ.ㅜ
    요즘 같을 때 너무 가고 싶은 여행이에요. 부럽습니다.
    포스팅 예고제 ㅋㅋ 재밌어요. 기대할게요~   

  2. 로빈

    2010-02-04 at 09:08

    맛보기만으로도 충분히 설레게 하시네요.
    다음편이 기다려집니다.   

  3. 허클로버~

    2010-02-05 at 05:45

    감사합니다. 마치 저도 다녀온것처럼 친밀하게 느껴집니다.
    좋은곳 맛있는거 많이 많이 가고 먹고
    해피한 나날가운데 기쁨이 충만하시기를
    넘 아름다운 나날들을 다 누리시기를…….
    축복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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