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모리 공항에 우리를 픽업 나온 호텔직원의 안내는 이렇습니다.
아침과 저녁은 식당에 뷔페로 차려져 있고
아침 식사시간은 오전 6부터 9시까지이고
저녁시간은 오후 5시 반 부터 9시 까지라고 합니다.
온천이용시간은 아무 때나 자유롭게 이용하면 된다고 하구요.
호텔 안에서는 어디든지 유카타를 입고 다녀도 된다고 합니다.
유카타는 잠옷 위에 입는 덧옷처럼 길게 되어 앞섶을 오비라고 부르는 띠로
묵게 되어있고 단추는 하나 없는 면 옷입니다.
추우면 그 위에 덧옷을 하나 더 입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우리로 치면 딱 잠옷인데 그걸 입고 호텔로비든 온천이든 공연관람이든
쇼핑이든 아무거나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냥 흘려들었는데 첫날 저녁을 먹으로 식당엘 갔더니 많은 분들이 유카다 차림으로 식사를 하더군요.
일본사람이나 한국 사람이나 섞이면 국적을 분간하기 어렵게 똑 같이 생겼기 때문에
가벼운 평상복을 입고 식사를 하러간 내 모습이 오히려 이상했습니다.
“그래!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랬다고 고마키 호텔 안에서는 고마키 호텔 풍습을
따라 해 보는 거야. “
생각하고 저녁을 먹고 방에 올라와서는 유카다로 갈아입었습니다.
친구들도 다 유카다로 갈아입었는데 내가 가장 잘 어울린다며
유카다 드레스 상을 받아야 한다면 친구들이 웃습니다.
내가 입어 봐도 별로 흉잡을 일 없이 그럴 듯(?)합니다. ㅎㅎㅎ

온천을 하러 갈 때는 호텔 측에서 방에 준비해 둔 비닐봉지 하나만
달랑 들고 가면 됩니다.

비닐 속에는 수건과 칫솔 치약 머리빗 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샴푸와 린스 보디 크린저는 온천탕안에, 로션과 스킨 등은탈의실 안에 준비되어 있어서

개인용품은 아무 필요가 없습니다.

일단 호텔에 들어와서 유카다로 갈아입으면 다른 옷도 필요 없습니다.
그 옷을 입고 친구들이랑 방에 모여서 놀았습니다.
머리고무줄 같은 것이 식사를 날라다 먹는 쟁반 옆 소쿠리에 담아 있기에
그게 뭔가 의문을 가졌는데 긴 머리를 묵고 식사를 하라는 고무줄이 아니라
유카다 옷소매가 식사하는데 방해가 되니까
옷소매를 묵어서 고정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었습니다.
(호텔 내부 펌)
아침을 먹으러 간 사이에 이불을 개켜 오시래에 넣고 방을 정리해 주고
저녁을 먹고 오면 요와 이불을 새 시트를 씌워서 잠자리를 준비해 줍니다.
숨겨둔 우렁각시가 있는 듯 했습니다.

온천을 하고 들고 온 젖은 수건을 어디에 둘까하고 보면
방구석에 작은 건조대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종업원들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데 어느 순간 필요할 때
완성되어 있을 정도로 세심하게 신경을 썼습니다.

갤러리 분위기가 나는 나무 바닥으로 된 긴 복도를 따라 다니면 그곳에 식당이 있고
온천이 있고 공연장이 있고 쇼핑할 수 있는 점포들이 죽 이어져 있습니다.
그러니 호텔 안에서 원스톱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어릴 때 반일이나 항일 감정을 교육받은 세대입니다.
일본 강점기를 살아온 부모님으로 부터 알게 모르게 일본에 대한 나쁜 감정을 이입 받았고
학교로 부터 일본은 나쁜 나라, 적대시해야 하는 나라로 배웠습니다.
지금은 우호 협력관계에 있지만 그런 이유로좋지않은 감정은 남아있습니다.
일본과의 운동경기가 있으면 꼭 이겨야 마음이 후련합니다.
어쩐지 일본에 지는 것이나 일본 사람과 비교 되는 것은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번 여행으로 일본사람들이 속 감정을 전혀 들어내지 않고
친절한 것에 호감이 가고 일본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만난 일본 사람들은 친절하고 착하고 온순했습니다.

그러나
비빔밥을 “양두구육(羊頭狗肉) 음식”에 비유했던 산케이신문 구로다 서울지국장은
도요타 관련 기사에서 "한국에서 리콜 된 차량은 미국에서 수입된 400대 정도인데도
자기 나라 문제인 듯 떠들썩하고 보도 량은 일본보다도 많다"며
"일본의 실패를 환영하고 쾌감을 느끼는 특유의 대일감정이 보도 배경"이라고
적었다는 기사는 은근 국가 간의 감정을 건드리는 기사였고
이번여행으로 일본에 대해 좋았던 감정이 희석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집처럼 편안하게 3일을 묵고 온 고마키 호텔이 가끔은 그리워 질 것 같습니다.

(호텔 안내 책자에 나와 있는 사진입니다.)

사진은 가을인데 온천에 몸을 담그고 보는 풍경은 언제라도 아름다울 것 같습니다.

도와다 호수에 가을이 되면 한 번 더 가볼까?
아니면 눈이 오는 겨울에 어머니 모시고 다시 갈까?
이런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온천에서 눈이 펄펄 날려 머리 위와 얼굴에 반짝 반짝 내려오고
몸은 따뜻하게 풀리는 고마키호텔 노천온천은 정말 환호성을 지르게 좋았습니다.

습도가 100%인 온천 안으로 카메라를 들고 들어간다는 것은
카메라 생명에 관계되는 일인데도 한 컷 잡아 보려고 비닐에 싸서 들고 들어가
찍었지만 사진이 신통치 않습니다.

그래도 귀한사진 이니까 자세히 보세요.^^
눈을 맞으며하는노천 온천,

어쩌면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의 모티브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풍경입니다.

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