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 아내와 도와다 호수를 사랑한 예술가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도와다 호수의 독특한 풍광은 사람의 마음을
끌기에 충분하지만 오랜 기간 도와다 호숫가에 머물면서
호수를 사랑하고 외부에 알린 사람이 다카무라 고다로 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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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분화구인 도와다 호수엔 눈이 많이 나려 병풍처럼 둘러 있는데
유람선으로 돌아보는 50분 동안 마음속으로 부터 막연한 그리움이
솟아오르게 하는 뭔가가 있었습니다.
아름답기도 하고 고요하기도 하고 쓸쓸한 기분도 들고…..
눈이 호수로 조용히 내려앉고 있다가 갑자기 구름이 벗겨지면서
맑은 하늘이 조금 보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초등학교 미술 시간에 산을 그리자면 회색 크레파스로
산의 선을 그리는데 꼭 초등학생이 그린 산의 모양처럼 산들이
오목조목 보입니다.
산등성이는 조금 진하게 보이고 하얀 눈에 쌓인 설경은
수묵화를 보는 듯 착각이 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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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다 호수의 둘레가 무려 44km로 바다라 고 해도 좋을 만큼 거대한 규모 입니다.
도와다 호는 주변을 감싸고 있는 산들로 인해 사시사철 매우 다른 느낌이 되는데.
우리는 많은 눈이 내린 겨울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가을 단풍철이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군요.
당연히 컬러풀한 가을단풍이 가장 보기 좋기는 할 것 같습니다.

도와다 호수를 사랑한 다카무라 고다로는 제2차 세계대전 무렵에
일본 천황과 전쟁을 찬양하는 시를 주로 써서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본의 패전 뒤에는 자신의 역사관을 후회하며 아내에 관한 시를 주로 썼다고 합니다.
그의 아내에게 정신분열 증세가 나타나자 장소를 옮겨가며 간호를 열심히 하였으나
결국 아내를 잃고 이후 그녀에 대한 추억을 시로 쓰며 살았다고 합니다.
정신분열에 걸린 아내가 결코 아름다울 수 없지만 끝까지 아내를 사랑하고
아내의 사후에는 아내를 추억하는 시를 써서 일본에서는 매우 사랑받는 시인이라는군요.

그는 프랑스 유학을 갔다 온 뒤 첫 눈에 반한 지에코와 열렬한 사랑을 했답니다.
지에코도 조각가였고 두 사람은 결혼해서 가난하지만 단란한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감성이 예민한 지에코가 정신분열증에 걸려 정신없는 모습을 하고 있어도
고타로는 아내 곁에 붙어 있으면서 아내에 대한 사랑이 변하지 않고
아내에게 바치는 사랑의 글만 썼다고 합니다.
고타로의 아내에 대한 사랑이 어느 정도였는지,
정신이상에 빠진 아내를 이런 시로 표현해 내었습니다.

지에코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듣는다.
지에코는 갈 수 없는 곳을 가고
할 수 없는 것을 한다.
지에코는 현신의 나를 보지 않고
뒤의 나를 그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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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천황과 전쟁을 찬양하는 시를 가장 많이 썼던 시인이지만
일본의 패전 후 동남아공영권이 허위였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역사관을 참회하며
산 속에 들어가 7년을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했다는 곳이 도와다 호수가라고 했습니다.
지금 도와다 호수의 상징물이 된 소녀상은 아내의 모습을 조각한 것이라고 합니다.
다카무라 고다로의 가장 마지막 작품이 도와다 호숫가에 있는 소녀상입니다.
소녀상을 멀리서 찍은 내 사진은 볼품이 없어서 인터넷에 검색을 해 봤더니
여러 가지 형태로 나와 있었습니다.
글에 양념으로 소녀상 사진을 하나 넣을 가해서 사진을 검색했더니

여러모습의 사진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의 시각에 따라, 아니 사람이 보고자 하는 관점에 따라 같은 사물이

얼마나 달라지는 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내 보기엔 나이어린 소녀상이라고 보다 아줌마 상에 가까워 보이는데

조각이 아줌마 같이 보이지 않나요?

실제로 자신의 아내를 모델로 했다고 합니다.

도와다 호수와 정신이 병든 아내를 사랑하고 아내 사후에도
아내를 향한 그리움을 시로 쓰고 조각을 한 예술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순이

1 Comment

  1. 오경제

    2010-02-10 at 01:18

    쉽지 않아요. 정신병 환자인 아내와 사는 것이.
    고타로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입니다.
    우리 집 사람이 32년전에 조울증에 걸려 입원 10차례 이상 했습니다. 지금도 약을 먹고 있습니다.
    장모님과 처제, 처가 식구들의 도움이 없으면 30여년 버티지 못했을 겁니다.
    30여년동안의 희노애락을 말로 형언할 수가 없지요. 이제 아들, 딸이 다 가정을 이루고 손자, 손녀도 있고 하느님에게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집 사람이 정신이 안 좋아서 식사문제, 운동문제 해결이 안 되어 이제 당노, 심장, 고지혈, 초비만등등 외에 치매 현상도 조금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어요. 이제 겨우 56세인데..
    나는 자진이 없어요 끝까지 간병할 수 있는지? 30여년동안 정신병 환자와 살았다가 이제
    나도 안정제, 수면제를 복용하고 있어요. 의사의 말에 의하면 이런 상황은 매우 보편적이랍니다. 가족들이 정신적 불안 정세를 껵게 된답니다.
    표면적 사랑이야기를 보면서 우리들의 고통도 이해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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