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사랑과 성, 작가 내면의 소리인가? (은교)

박범신씨가 최근에 펴낸 "은교" 주인공은 세 명입니다.
일흔의 노시인 이적요, 그의 삶에 뛰어들어 회오리바람을 일으킨17세 소녀 한은교,
이적요 시인의 집사 역할을 자청한 40 대의 베스트셀러 소설가 서지우 입니다.
이적요와 서지우 사이에는 남들이 모르는 커다란 비밀이 있습니다.
서지우가 소설을 발표해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지만 실제는 문학에 재능이 없는
제자를 위해 이적요 시인이 대신 써준 것입니다.
소설이 성공해서 강연이다, 싸인회다 해서 서지우가 유명해지자
둘 사이에 갈등이 독버섯처럼 자라고 결국 은교를 두고 연적 관계가 됩니다.

은교는
어디에 포인트를 두고 읽는 가에 따라 그 느낌이 달라지는 연애소설입니다.
노년에 접어든 작가 박범신씨의 내적 고백일 수도 있고 (이적요의 입장)
성공이나 독립과는 거리가 멀어 삶에 멀미를 느끼고 자신감을 상실한
중년의 남자 입장일 수도 있습니다.(서지우)
은교는 목욕탕 때밀이를 하는 어머니 밑에서 동생을 돌보는 고등학생인데
삶이 팍팍하면 딸의 따귀도 올려붙이는 성미 팔팔한 엄마를 둔 소녀입니다.
소녀의 입장에서 보면 푸근한 할아버지 같은 노시인의 사랑도,
필요를 채워주는 허술한 중년남자도 아무렇게나 (!) 좋아 할 수 있는 소녀의 편에서

소설이 읽히기도 합니다.

은교1.jpg

나는 50대 아줌마의 입장에서 노인의 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봤습니다.
성은 우리 인생의 희로애락과 삶의 근원이 되기도 하고
활력과 기쁨을 주기도 하지만 어느 땐 장애가 되기도 하고 죄악의 씨앗이기도 한

성의 문제 중에서 "노년의 성"을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요즘 들어 노인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노년의 성"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노년의 성적 욕구를 노욕으로 치부해 버리고 망령되이 여기던 관점에서는
많이 벗어났지만 아직은 숨기고 추하게 여기는 부분이 많은 현실입니다.
이적요는 70세를 앞둔 나이었고 당뇨를 앓고 있었고
마지막엔 암세포가 온 몸으로 퍼져 육체가 피폐해 갔지만
마음속에 등롱처럼 밝혀진 17살 은교에게 향하는 마음은 더욱 기승을 부립니다.
보통은 환자가 되면 아픈 것에 시달려서 아무런 욕구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요양원에 입원한 80세가 넘은 치매에 걸린 어른들도 성적인 것에 대한 갈망을 보인다고 합니다.
중년 아줌마들이 하는 요양 보호사 분들이 수족도 맘대로 쓰지 못하는 할아버지의
치근덕거리는 것에 연민을 느끼고 어머니 입장에 서서 돌보는 분들도 있지만
그러는 것에 치를 떨고 요양원을 떠나가는 분들이 많다고 합니다.

애인이 빨리 늙어 꾀병 같은 몸 사랑은 그만두고 마음사랑이나 한껏 했으면 좋겠네
산수유 그늘 아래 누워 서로의 흰 머리칼이나 뽑아주면 좋겠네
성근 머리칼에 풀꽃송이 두엇 꽂아놓고 킥킥 거렸으면 좋겠네
빨리 늙은 애인이 허허 웃으며 주름진 이마나 긁적거리면 좋겠네
아직두 철부지 소녀 같다고 거짓농이나 던져주면 좋겠네
한세상 흐릿흐릿 늙어 가는 게 싫지는 않냐 물으면
흥, 흥, 콧방귀나 뀌었으면 좋겠네////// 그랬으면 좋겠네 / 이시하

지인이 이 시를 소개해 주어서 나는 깊은 공감을 했습니다.
그러나 공감을 하는 분은 여자 분들이고 남자 분들은
몸 사랑을 그만두고 마음사랑이나 하면 무슨 재미야. 단칼에 정리를 하더군요.
몸 사랑을 배재한 마음사랑이 가당키나 하냐는 뜻이었습니다.
늙어서 몸 사랑을 배재한 마음 사랑만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여자들만의 생각으로 보여 집니다.

은교에 나오는 노시인은 우리가 말하는 고결한 삶을 평생 흠 없이 살아온 사람입니다.
그러나 17세 소녀에게 끌리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합니다.
성욕은 충분히 다스릴 수 있는 감정으로 치부하고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자연스럽게 다스리는 법을 스스로 터득하여 어려움 없이 살았다고 생각하는데
어린 소녀에 향하는 갑작스러운 자신의 마음과 신체적 반응에 당황합니다.
사랑하는 제자와 어린 소녀를 가운데 두고 연적이 되어 결국은 제자를
교묘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합니다.

나이 많은 남자가 어린 여자아이를 좋아하는 것을 소아기호증이라고 하고
문학적으로는 롤리타 컴플랙스라고 합니다.
성경에도 연세 높은 아버지의 몸에 온기 없음을 보고 효자아들이 아버지의 침상에
어린 소녀를 넣어 줍니다.
나이 들어 몸에서 나는 열기가 서서히 빠지고 혈맥이 걷히고 마른 뼈와 얇아진
피부가 나무껍질처럼 남아서 침상에 누워 추워하니까 어린 소녀를 안고 잘 수
있게 해드리는 것은 어쩌면 가장 큰 효도였을 겁니다.
요즘은 노예제도가 없으니 그럴 수 없겠지만 대신 어린여자아이를
성 매수하는 일들이 많아 사회적인 지탄이 되기도 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일들입니다.

“소아 기호증”을 배울 때 정신과 교수가 "개인적인 견해"인 것을 강조하며 이야기 해 준 것이

생각나는데 남자들만 소아기호증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네 할머니들이 귀여운 남자아기를 보면

"고추 따먹자" 이러며 고추를 따서 호록 마시는 시늉을 하는 것도
어쩌면 소아 기호증의 변형이 아닐까? 그러셨습니다.
실제로 우리네 할머니들이 아래 도리를 벗고 다니는 남자아기들의 고추를
따먹는 모습을 나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그것이 할머니가 손자를 귀여워하는 한 형태로 자리 잡았었나 봅니다.

롤리타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파리 출생인 37세 중년 남자이며 문학 강사인 주인공 험버트는 미국 뉴저지에 방을 얻어 생활 하던 중, 하숙집 여주인 샬로트의 열두 살 난 외동딸인 말괄량이, 야생마 같은 이미지의 롤리타에게 첫눈에 사랑을 느끼게 되고, 그녀의 곁에 있기 위해 샬로트와 결혼한다. 험버트의 일기를 보고, 롤리타에 대한 남편의 마음을 알게 된 샬로트는 충격을 받아 밖으로 나가다가 교통사고로 죽게 된다. 그리고 험버트는 롤리타와 함께 사랑의 도피를 한다. 그러나 롤리타는 험버트의 병적인 애착에 염증을 느껴 다른 남자(퀼티)와 도망치고 3년의 추적끝에 험버트는 롤리타를 가로채 간 퀼티를 찾아내어 살해하고 투옥된다. 험버트는 복역 중 관상동맥 혈전증이라는 병으로 사망하고 롤리타 또한 험버트가 죽은 한달 후 아이를 출산하다가 죽고 만다. 이 충격적인 소설은 어린 소녀, 작은 요정들에 대한 성적도착증(性的倒錯症)을 다룬 이야기로 님페트, 롤리타 콤플렉스, 롤리타신드롬이라는 말을 유행시켰다.

이적요 시인의 인생에
은교라는 돌발사태가 없었으면 그는 흠 없는 인생을 마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은교가 없었으면 인생에 등롱 같은 사랑을 경험해 보지 못했을 겁니다.
갈등 없이 삶을 마감하는 것이 좋았을까?
죽음 직전에라도 “내 어린 신부” “나의 사랑하는 누이“
“미칠 것 같은 사랑”을 느껴 본 것이 좋았을까요?
그걸 당신께 묻고 싶은데 난 후자입니다.
갈등 없이 생을 마감하는 것보다 폭풍우 같은 사랑의 감정을
겪어 본 것이 나을 것 같은데 정답은 아닙니다. ^^

순이

4 Comments

  1. 안영일

    2010-05-14 at 11:55

    가족이 있는자라면 추하지안게사는것 *자식들앞에서 와석종신 * 여자분들은 3종지덕을*

    미덕으로 생각을 하면서 사는사람입니다, 3살 6살손주 할배하나하나 보는대로 행동하는

    어린손주들에게 천가지 만가지 좋은 생활만 가르키고싶은 사람이, 오늘 좋은글의

    살핀이야기를 잘보았읍니다, 건강 하십시요,   

  2. jr6265

    2010-05-14 at 13:15

    70노인이 17세 소녀를 마음으로 사랑하는 것은 소아기호증이 아니라 당연한 겁니다. 이를 부정한다면 위선이지요. 괴테는 15살에 경험하고 73세에 , 에그, 그만하자. 욕 먹을라.   

  3. 생각하기

    2010-06-12 at 01:42

    어제로 은교를 끝냇습니다.
    은교에 대한 이적요시인의 사랑에 깊은 연민과 공감을 가집니다.
    우리 영감에게도 역시 그런 은교가 있으면 좋을 텐데요, ㅎㅎ
    ( 사실, 남자들의 속성을 이해하면서도 남편에게는 너그럽기 힘들어요.)
    육십 넘은 나이지만 ‘사랑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4. 생각하기

    2010-06-14 at 00:08

    생각해보니, 남편한테 은교가 있기를 바란건 위선같아요
    어찌보면 남편에게 그럴 에너지가 있겠나 무시하는 것 같기도 하고,,,
    늙으면 측은해지는 면도 있으나 같이 늙으니 서로 그려려니 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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