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조콘다 (La Gioconda)
작곡은 폰키엘리 (A. Ponchielli, 1834-1886)라는 분이 하셨는데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는 않았습니다.
폰키엘리는 밀라노 음악원의 교수를 지내면서 푸치니와 마스카니를 길러낸
스승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폰키엘리의 곡 중에 유일하게 알려져 있는 라 조콘다는 베리스모 오페라의
선구를 이룬 명작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베리스모는 진실주의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나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가 베리스모 오페라 입니다.
낭만주의 오페라는 신화나 영웅담으로 이루어 진 것이라 비현실적 주제를 가지고 있는 반면
베리스모 오페라에서는 일상생활적인 사건,
인간이 지닌 추악상이나 잔학성 등도 솔직하게 표현되고 있습니다.
베리스모 오페라의 선구적 작품인 라 조콘다는 비천한 신분이 주인공입니다.
조콘다는 실제 이름이 아니라 거리에서 노래하는 가수 정도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름도 없는 어느 여인의 사랑이야기입니다.
사랑을 하면 사랑을 하고 있는 동안엔 행복하고 즐거워야 하는데
조콘다는 처음부터 불행하고 끝까지 불행합니다.
우리에게 오페라를 강의 하시는 유형종 선생님은
"오페라에서 테너는 영원한 쪼다이다." 라고 정의 합니다.
그러고 보면 그 말이 딱 맞습니다.
테너가 겉으로는 멋진 것 같은데 속으로 유치하고 늘 미숙하게 행동해서 사건을
만들어 내고 바리톤에게 쫒기거나 야단맞거나 피해를 당합니다.
라 조콘다에서도 첫사랑에 집착하는 엔초라는 테너가 남자 주인공입니다.
엔초는 베네치아에서 추방당한 귀족으로 옛 여인 라우라를 잊지 못해
외국 배 선장으로 위장하여 베네치아로 들어와 조콘다의 사랑을 받습니다.
옛여인을 만나러 왔으면 그녀나 찾을 일이지 조콘다와는 왜 사귀나요? ^^
조콘다는 눈 먼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베네치아 거리의 노래하는 여인입니다.
엔초의 정체를 알지 못한 채 그를 사랑합니다.
엔초의 옛 애인 라우라는 대 귀족 알비제의 아내가 되어 살고 있습니다.
바르나바라는 악역의 바리톤은 정부의 정탐꾼으로 지금의 정보요원인데
모든 오페라를 통 털어 가장 나쁜 유형의 사람입니다.
조콘다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자기 마음대로 어찌해 볼 수 없으니까 조콘다의 눈먼
어머니를 마녀라고 사람들에게 알리고 선동해서 괴롭히고 결국은 죽게 만듭니다.
조콘다가 목숨처럼 사랑하는 눈먼 어머니를 죽이고도 조콘다를 만나러 오는
악당 중에 악당입니다.
조콘다의 신분은 미천한 거리의 여자이지만 눈먼 어머니를 돌보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목숨도 버리는 강하고 의리 있는 여인입니다.
엔초의 옛 애인 즉 연적 라우라를 어머니에게 배 푼 은혜를 생각해서
여러 번 죽음에서 구해주고 앤초와 라우라가 도피할 수 있도록 도와 줍니다
연적과 연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눈물겨운 비극의 주인공이 조콘다 입니다.
조콘다와는 대조적으로 악역 베리즈모는 악당 중에도 악당입니다.
모사를 꾸미고 대중을 선동하고 복수하고 야비하고 의리라고 손톱만큼도 없는
비정하고 비열한 인간의 유형입니다.
나쁜 사람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럴 수도 있었겠구나!
하는 연민이 가는 사람도 많이 있지만 악당이 머리가 비상해서
범죄의 구성이 지능적이고 비인간적이면 많은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게 됩니다.
자신의 유익에만 집착하여 인간성이 말살된 사람을
우리도 가끔 뉴스에서 보게 됩니다.
라 조콘다에서는 "시간의 춤" 이라는 발레음악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오페라 중간에 시간의 춤이 화려하게 펼쳐지는데 12시간을 나타내는 12명의 무희와
밤과 낮을 구별하는 여자와 남자가 거의 나체로 춤을 추는 장면이었습니다.
치모를 겨우 가린 전라의 무용수의 춤은 보기에 어색할 듯도 싶었는데
전혀 거부감이 없이 아름다웠습니다.
인간은 시간에 구속되거나 시간에 끌려가면서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을
몸의 언어로 때로는 괴롭고 때로는 즐거운 표정의 춤이 볼 만 했습니다.
몸 이야기가 나왔으니….
조콘다를 노래한 소프라노 가수 데보라 보이트는 한때 120kg이나 되는 고도비만이었답니다.
너무 비만하여 오페라 무대에서 냉대를 당했는데
오페라 극장에서 보이트에게 입힐 무대의상도 만들어 낼 수 없고
상대할 남자 가수도 너무 어울리지 않아서쫒겨나는 수모를 당했답니다.
무대에 설 수 없게 되고 오페라 계에서 비만으로 왕따를 당하게 되자
비상 수단으로위 절재 수술을 받은 후 상당 감량을 했다고 하는데도 80kg은
넘게 나가는 듯 여전히 육중한 몸매입니다.
엔초역의 리처드 마기슨이라는 케나다 가수는 얼굴이 정말 못 생겼습니다.
그러니 잘 부르는 노래에 비해 재미는 훨씬 떨어졌습니다.
우리나라 속담에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비련의 주인공이 너무 뚱뚱한 것도,
두 여자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행운의 남자역이 너무 추남인 것도
오페라에는 마이너스로 작용하는 것을 보면
DVD의 발달은 오페라 가수들에게는 아주불운해 보입니다.
옛날 카세트 테이프로 음악만 듣던 때가 오페라 가수에게는 훨씬 유리할 수 있습니다.
비디오 오디오가 다 되는 오페라 가수는 별로 없는 듯합니다.
이런 것이 영화에 오페라가 밀리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외모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하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지요? ^^
순이
벤조
2010-06-13 at 03:50
마리아 칼라스도 뚱뚱했다지요?
몸이 무거워서 배역을 맡는데 제한이 생겨
나중에 몇십킬로그램을 뺏지만…
나이 든 가수가 아가씨 역할을 하는 것도 그래요.
생각하기
2010-06-14 at 00:04
해박한 지식 부러워요.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