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쟁이 딸은
발레 역사상 최고의 전막 발레로 서민적인 전원발레입니다
발레의 줄거리가 한 점의 판화에서 시작되었답니다.
프랑스의 안무가인 장 도베르발이 어느 시골 마을의 화장실에 걸려있는
판화 한 점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판화는 농가 창고를 그린 것으로 딸인 듯 소녀가 옷이 엉클어진 채 울고 있고
그녀의 어머니로 보이는 여인이 그녀를 심하게 야단치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두 여인의 뒤편으론 담장을 넘어 재빨리 도망치는 젊은이의 뒷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 판화를 본 장 도베르발은 순식간에 아이디어를 얻어 줄거리를 만들고 그것으로
이<고집쟁이 딸>의 발레를 안무하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작은 모티브 하나로 대작을 만들어 내는 예술가의 안목이 놀랍습니다.
판화 한 점을 펼쳐놓은 것이 발레로 만든 고집쟁이 딸이고
고집쟁이 딸을 한 장으로 축약한 것이 이 판화입니다.
그림이 작아서 그렇긴 하지만 그 속에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는 것이 보이지요?
어느 땐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부럽고 작곡가도 부럽고 연출가도 부럽고 그렇지만
예술적인 재능을 가진 극소수의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첼리스트 장한나씨가 오페라를 지휘한다고 신문에 난 것을 보고
그녀가 어릴 때부터 첼로를 연주하던 모습에서 음악에 심취하는 신 끼 같은 것을
봐 오던 터라 종합예술인 오페라 지휘자로도 성공적인 데뷔를 할 것으로 믿습니다.
이야기는 프랑스 시골의 한 농가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남편 없이 사는 시몬느라는 아주머니에게 리즈라는 예쁜 딸이 있습니다.
넉넉하지 않은 시몬느는 딸을 양조장을 하는 부잣집 아들 알랭과 결혼시키려고 합니다.
프랑스나 우리나라나 오래전에는 양조장을 하던 집이 잘 살았나 봅니다.
그러나 리즈에게는 이미 사랑하는 콜라스가 있었습니다.
콜라스는 평범한 농촌 총각으로 시몬느 맘에는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시몬느는 딸이 콜라즈와 만나는 걸 허락하지 않고 늘 방해합니다.
청춘남녀의 사랑이 시작되었는데 어머니가 말린다고 될까요?
어머니의 눈을 피해 그 둘은 열심히 만납니다.
헛간 속에 숨어서까지 떨어지지 않는 이 고집쟁이 커플에게 시몬느는 결국
두 사람의 결혼을 허락한다는 줄거리입니다.
줄거리가 너무 평범하지요.
대신 출연진이 몸으로 표현하는 특이한 몸동작과 독특한 케릭터가
너무 코믹하고 재미있습니다.
딸을 부자인 알랭과 결혼시키려 하는 억척스러운 미망인역의 시몬느는
여장 남자인 발레리노가 연기를 합니다.
치마를 입은 남자가 엉덩이를 뒤로 쭉 빼고 종종 거리며 걷는 모습이나
말을 안 듣는 딸 리즈를 번쩍 들어 치마를 들쳐 올리고 엉덩이를
펑펑 때리며 코믹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사돈영감이 될 알랭의 아버지인 토마스에게 어울리지 않는 아양을 떨기도 합니다.
배가 남산만 하게 부픈 양조장집 사장인 토마스는 부자의 거만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거만한 부자의 조금 부족한 아들 알랭과 미망인의 아름다운 딸 리즈
여기에 주역으로 끼인 멋진 남자, 이런 구도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생의 보편적인 도식입니다.
고집쟁이 딸의 다른 제목들은 "빗나간 딸" "밀짚의 발레" "불행과 행운은 한 발자국 차이"
등의 별칭으로 알려져 있는데
우리나라 속담으로 정리 한다면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이럴 것 같습니다.
부모가 아무리 원해도 자녀가 거부하면 할 수 없는 일이고
자녀의 고집은 나중에 후회를 할지라도 부모에게 통하게 되어있습니다.
여러 발레를 보던 중 볼거리와 재미가 가장 풍성한 발레인 것 같습니다.
발레의 역사에서 고집쟁이 딸은 제대로 줄거리를 갖춘 장편 발레로서
가장 오래된 것에 속합니다.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나기 불과 2주전에 초연 되었답니다.
줄거리가 아기자기 하고 재미있는데다가 그 당시 급부상한 시민계급의 인기를
끌 수밖에 없는 것이 공주이야기도 왕자 이야기도 아닌 평범한 이웃에서 늘 들어
봤음직한 익숙한 설정이 어필했기 때문입니다.
공주나 왕자의 이야기는 희귀해서 그냥 동화 속 이야기로 들리지만
양조장집 조금 덜 떨어진 아들이 빨간 우산을 들고 다니는 모습이나
수 닭이 암 닭을 거느리고 춤을 추는 모습이나
약간은 심술스럽고 골격이 큰 억척스러운 시골 아낙네
귀엽고 발랄한 고집스러운 시골 처녀
건강하고 사랑에 빠진 순박한 청년
이런 설정은 너무도 친근하고 재미있고 아무 걱정 없이 빠질 수 있는 스토리의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밝은 발레였습니다.
DVD 주문이 가능하다고 해서 나도 한 장 주문했습니다.
나중에 우리도치가 아이 낳으면 손자 손녀 대리고 앉아서 보려 구요.
고집쟁이 딸은 전체적으로 너무 아기자기하고 재미있어서
온가족이 둘러앉아 보기에 좋은 발레입니다.
강력 추천 합니다.
순이
데레사
2010-06-20 at 07:12
저는 태어나서 발레공연을 딱 한번 봤습니다.
미국의 워싱턴에서 우리나라 유니버샬 발레단이 공연한 심청전.
문훈숙이라는 발레리나 정말 춤 잘 추던데요.
그렇게 정식 공연구경은 그게 처음이었어요.
요즘은 DVD 로도 파는군요.
고맙습니다.
소리울
2010-06-20 at 23:36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러시아에 갔을 때 노보시비르스크에서 비슷한 줄거리의 뮤지컬을 보았었지요. 그런데 시나리오는 독일 작가의 것이라더군요.
그러고 보니 유럽이나 한국이나 소설의 대 줄거리는 거의 거기서 거기인 것 같은데
그 구성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작품의 성공이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구경하고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