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타고 밤 바다를 건넌다면 어떤 기분일까?

영화 버킷 리스트 (Bucket List) 는

시한부 인생을 사는 두 주인공이 의기투합해 죽기 전에 해야 할 계획을 세우고,

이를 하나씩 완수해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를 생각해 주는 이야깁니다.


당신의 버킷 리스트는 무엇입니까?

라고 묻는 다면 무슨 대답을 하고 싶으신가요?

지인이 이런 질문을 던지기에 평소에 생각했던 것처럼 저는 이런 대답을 했습니다.

*어머니 모시고 미국 여행하기

*바그너 오페라 리벨룽겐 반지 전곡 보기

*바다 위에서 잠자기(배 안에서)

평소에 정리해 둔 생각이 아닌데도 이런 대답이 불쑥 나간 것을 보면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인 것은 맞습니다.



의약분업을 시행하기 전에는 휴가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살았습니다.

일하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내 일터에서 일하는 시간이 가장 좋고 편합니다.

집을 떠나 생활리듬이 바뀌는 것을 싫어하는 탓에

새로운 곳을 향해 떠나는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았습니다,

(지금은 조금씩 여행이 좋아지기 시작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휴가를 떠난다고 해도 나는 그러고 싶은 생각이 없었습니다.

의약분업 후에는 병원이 쉬지 않으면 우리도 쉴 수 없는 영업환경이 되어서

더욱 점방 문을 닫고 휴가를 가는 일은 계획할 수 없었습니다.

지난번 병원장님은 휴가를 떠나면서 병원 문은 닫을 수 없다고 진료를 대신할

의사를 구해두고 가는 바람에 우리는 휴가를 포기하고 일했습니다.

매년 휴가철이 되어 손님들이 휴가 언제 가냐고 물어보면 다음 달에 간다든가

갔다 왔다던가 하면서 대강 얼버무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면서 억울한 맘도 없었고 기어코 휴가 대열에 끼고 싶다는 생각은 안했습니다.



그런데 병원 원장님이 바뀌고 부터는 병원 문을 닫고 휴가를 가니까

재작년부터 우리도 합법적으로 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덕택에 재작년에는 어머니를 모시고 백두산을 다녀왔고

작년엔 우리 딸들과 휴가를 맞춰서 싱가포르를 갔다 왔습니다.

올해도 병원이 휴가를 하는 8월 5일 부터 4일간 휴가를 쓸 수 있게 되어서

휴가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나의 네 자매 중에서 막내 여동생은 우리 휴가 기간에 마침 해외 공연이 계획되어 있어서

함께 갈 수 없다고 하고 큰 동생과 동생의 대학생 딸과 고등학생 아들, 어머니

두째 동생 (동화엄마) 이렇게 6명이 성원이 되었습니다.


어머니께 어디가고 싶으시냐고 여쭈었더니

아무 대라도우리가 가는 곳이면 따라가겠다고 하셨습니다.

배타고 가실 수 있겠냐고 했더니 "난 배 멀미 안한다."하시며 좋아하십니다.

무릎관절 수술을 하신 후에 걷는 것에도 자신이 있고 80이 넘으신 연세에

정신력도 좋으시고 건강도 무리가 없으시니 여행을 겁내 하시지 않습니다.

배타고 가는 여행이라 혹 무리가 있을까 염려가 되긴 하지만

백두산 갔을 때도 보면 내가 오히려 힘들어 헉헉 거리지

어머니는 나보다 훨씬 씩씩하게 잘 다니셨습니다.

노동으로 평생 근력을 단련하셨고 지금도 부지런하게 몸을 움직여

뭐라도 일을 하시기 때문에 건강하신 것 같습니다.



버킷 리스트처럼 죽음을 앞두고 비장한 결심을 할 게 없는 일인데도

큰 제부는 자녀2명과 아내를 한꺼번에 여행을 보내려고 하니 걱정이 많습니다.

태풍이 오면 어찌 하냐? 비오면? 바람 불면? 풍랑이 심하면?

배 멀미는 심할 탠데….. 끝없이 걱정이 늘어지기에 내가 한마디로 잘랐습니다.

"좋은 날씨를 만나는 것도 다~~ 운명이야."

휴가에 맞춰 비가 오든지 바다 위에서 태풍을 만나던지 그런 것은 정해진 운명 아니겠습니까?

운명까지 갈 것 없이 걱정 한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질 것도 없는데 날씨가 겁나고

바다위에서 태풍만날까 겁나고 무섭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운명으로 닥치면 할 수 없는 거지요.


내가 말하면 직업상 안 되는 무식한 말이지만 저는 암 건강검진을 받지 않습니다.

암을 조기 발견하면 치료가 가능하다고 검진을 장려하고

조기 발견하면 다행으로 여기고 치료하려고 애를 쓰는데

만약 내가 암이라면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되었을 때 알게 되어

수술이나 치료 과정 없이 그냥 깨끗하게 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제 생각이 그렇다는 것이지 건강검진을 받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니

이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오해가 없으시길 바랍니다.

질병에 걸리는 것도 죽고 사는 일도 다 정해진 운명이라는 생각입니다.


질병을 대하는 태도가 이런 사람이라

휴가 갔다가 태풍을 만나 죽으면 나는 그 또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일에 미리 겁먹고 걱정할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매사에 조심하는 것과 미리 걱정하는 것은 다릅니다.

내가 암 검진을 안 한다고 해서 내 몸을 아끼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나는 손끝에 손거스러미 하나 일어나도신경이 쓰일 정도로 몸을 소중하게 여깁니다.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고, 운동을 못하는 대신에 점방에서 박카스 박스 등

무거운 것을 정리하는 일을 운동 삼아 내가 하지 남에게 맞기지 않습니다.



일본 큐슈를 다녀올 예정입니다.

어머니 모시고 온천도 하고 배타고 밤바다도 바라보고

아침에 바다 한 가운데에서 떠오르는 태양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날씨가 받쳐줘야 가능한 일입니다.

험한 태풍을 만날 수도 있는 일이구요.

비가와도 좋을 것 같고 거대한 태풍을 만나도 신기할 것 같습니다.

죽기 전에 해 보고 싶은 일 중에 한 가지인

배 위에서 잠자기는 이번 휴가에 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가 됩니다.

요나처럼? ^^


순이

3 Comments

  1. dhleemd

    2010-07-22 at 01:48

    배 위에서 잠자기를 약 5년 정도 해 본 적이 있답니다.
    낭만적일 수도 있지만 바다 사정에 따라 다르답니다.
    뱃전에 서서 호수처럼 고요한 달빛을 보는 것이 더 인상적일 수도 있지요.
    쓰시마를 지나면 조류 때문에 조금은 배가 흔들릴 것입니다.
       

  2. 벤조

    2010-07-22 at 02:54

    잘 다녀오세요~
       

  3. 생각하기

    2010-07-25 at 11:16

    시어머니와 30년이상 살았고, 남편도 나 없이는 과일하나 까먹을 줄 모르는 17세기 사람이라 여행가기 힘듭니다.
    그려려니하고 살았는데 요즘와서 관절이 아프고 다리가 무거워지니 진작에 다녀보지 못한게 서러운 느낌입니다.
    제주도에 갔다 그제 왔는데 남들 다가는 한라산 등반도 못하고 몇군데 관광만 했습니다.
    어느새 내 나이가 이리되었나 서운하고, 아직도 치마꼬리 붙잡듯 하는 남편네가 미웠습니다.
    순이님처럼 ‘가기 싫다’고 생각하면 마음 가벼울 것을, 난 내내 속이 상하답니다…
    순이님한테 많이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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