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역에서 여객터미널은 가깝고도 먼 거리

부산역에서 여객터미널까지
이동하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니라고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식구가 6명이라 3명씩 나누어 두 대의 택시에 분승해서 부산역을 출발하여
여객터미널에서 만나면 되는 일이니까요.

ktx에서 내려 택시 승강장 쪽으로 가는데 각자 가방을 하나씩 끌고 가는 모습이
외지인이고 식구가 많아 보여서 그랬는지 어떤 남자분이 다가와 말을 겁니다.
어딜 가시냐고 물어서 여객터미널에 간다고 했더니
식구가 많으니까 콜벤을 타고 가시자고 권하는 것이었습니다.
두 대의 택시요금에 조금만 더 보탠 정도의 가격이면 그러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운임이 얼마냐고 물었더니 2만원을 달라고 합니다.
만 원 정도면 타려고 했는데 2만원이면 너무 비싸서 택시를 타고 가겠다고 했습니다.
택시 기본요금이면 가는 거리를 2만원을 달라고 하니 탈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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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을 끌면서 택시 승강장에 갔더니 택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어머니와 동화엄마 내가 먼저 택시에 오르고 출발을 하면서 보니
동생의 세 식구는 다음 택시를 타려고 하다가 못타고
그 다음에 서있는 택시로 옮겨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우리가 탄 차가 코너를 돌아 뒤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택시에 탄지 5분도 안되어 여객터미널에 도착이 되었는데
20분을 기다려도 동생 가족이 오지를 않습니다.

기다리다 못해 무슨 일인가 해서 대학생 조카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5~6대의 택시 기사가 서로 보고 웃기만 하면서 태워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부산역 앞에서 손님을 기다리느라 오래 대기해 있었는데
기껏 기본요금이 나오는 가까운 거리를 가기 싫다는 것이 승차거부의 이유였고
한편으로는 2만원을 달라고 하던 콜벤 기사가
"이 사람들 여객터미널 가는 손님"이라고 떠드니까 그 사람 눈치가 보여
택시 기사 분들이 손님을 태우기 어정쩡한 태도로 거부하는 것이었습니다.
배 출발 시간은 넉넉하니까 셔틀버스 타는 곳으로 가서
조카에게 셔틀버스를 타고 천천히 오라고 얘기했습니다.
다행히 어머니는 무사히 여객터미널에 도착이 되었으니까
젊은 사람들은 짐이 있다고 해도 여객터미널과 부산역 사이를 오가는
셔틀버스를 타고와도 무리는 없을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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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이면 도착 되는 거리를 30분 넘게 길에서 허비한 대학생 조카가 무척 약 올라했습니다.
할머니가 탄 택시가 떠나고 다음 택시를 타려고 하는데
2만원을 달라고 해서 거절한 콜벤 기사가 택시 정류장까지 따라와 뭐라고 하니까
다른 택시 기사들이 가까운 거리는 걸어가라고 하면서 승차 거부를 하더랍니다.
그래서 돌아보니 콜벤 기사와 함께 택시기사들이 눈을 맞추며 웃어서
왕따 당한 기분이 들어서 너무 화가 난다고 짜증을 냈습니다.
그분들이 외지인에 대해 잠간이지만 친절하게 대하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손님을 태우기 위해 긴 시간을 대기했다가 기본요금 거리를 가자고 하면
싫은 건 솔직한 마음 아니겠느냐고 어찌 되었든 잘 와서 만났으니까
화 내지 말라고 달랬습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콜벤 기사의 행위가 정당하지는 않습니다.
부산역과 여객터미널이 걸어갈 정도의 거리는 분명 아니고
택시가 오래 손님을 기다렸다 가까운 거리를 가자고 하면 짜증이 나는 것도 인지상정입니다만

장사가 어디 만날 좋은 손님만 골라 태울 수 있겠습니까?
출발도 하기 전에 기분을 잡친 조카들이 투덜대어서 달래느라 한참이 걸렸습니다.

부산5.jpg
우리도 장사를 하니까 그 심정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박카스 두병 천원을 내고 비타민음료 한 병 더움으로 달라는 분도 있어서
드리기도 안 드리기도 마음이 좋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장사가 손해 볼 때도 있지 그까짓 비타민 한 병 내가 마신 셈 치고
드리긴 하는데 염치가 너무 없는 사람은 우리도 싫어하니까
가까운 거리를 가자고 하는 우리가 염치없는 사람으로 비칠 수도 있었을 겁니다.

기본요금거리를 택시를 타고 이동을 하려고 생각한 우리도 물론 잘 못 이지만
타지에서는 그래도 믿을 수 있는 교통수단이 택시가 아니겠어요?
잠시나마 이산가족이 되어 불안했던 시간입니다.

부산역과 여객터미널은 여행객에겐 가깝고도 먼 거리였습니다.

아니 택시 기사분에겐 돈 안되는 가까운 거리이고

우리에겐 가까워서 오히려 더 고생스러운 거리였습니다.

순이

2 Comments

  1. 데레사

    2010-08-18 at 19:20

    고생하셨네요.
    어딜가나 저런 택시기사 때문에 그지방 인심을 다 망치고 말지요.
    부산역세어 여객터머널 까지 가방들고 걷기는 좀 무리인 거리지요.
    그 기사들 혼 좀 나야 되겠어요.   

  2. 나무와 달

    2010-08-19 at 23:06

    아직도 그런 기사들이 있다니요…+_+
    택시는 당일의 운(運)에 따라서 ‘아다리’가 나야 하는데 말이죠…

    같은 부산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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