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국 끓이는 아내 겁나요? 메뉴를 바꿔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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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람들은 친절하다고 소문이 나 있습니다.
가이드가 전하는 말에 의하면 투어 손님 중에 온천이나 호텔 등에서
공중도덕을 지키지 않고 술을 먹고 고성방가를 하는 손님에게는
직접 대 놓고 뭐라고는 하지 않는 답니다.
대신 손님을 보낸 회사나 가이드에게 뭐라고 한답니다.
어찌 되었든 손님에게는 최선을 다하고 나중에 그 회사 단체손님은
받지 않는 다든가 하여 회사끼리 해결을 본다는 것입니다.
손님은 왕이다. 라는 태도로 대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일행의 가이드를 맡았던 사람은 일본에서 대학을 나온
일본통의 30대 초반의 청년이었습니다.
학교를 다닐 때 아르바이트를 해서 학비를 벌곤 했는데
손님이 없는 시간에 휴대전화를 한다거나
책을 읽는 다거나 텔레비전을 보면 안 된답니다.
아르바이트 시간 중에는 개인적인 일은 절대 못하게 한답니다.
손님이 없어서 한가한 시간에는 청소를 하거나 탁자를 닦거나 맑은 유리창이라도
한 번 더 닦으면서 선 채로 손님을 기다려야 한답니다.
재미난 책을 읽고 있다가 손님이 들어오면 조금 더 보고 일어날 수 있고
전화 통화중이었으면 전화를 마무리하는 시간이 걸리고
텔레비전을 보다가 손님이 오면 텔레비전에서 미처 눈이 안 떨어 질수도 있지만
힘들게 청소를 하다가 손님이 오면 손님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답니다.
일단 허드렛일에서는 노여 날 수 있으니까요.
일리가 있는 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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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어느 때 손님이 들어오는 것을 알면서도
컴퓨터 모니터에서 눈을 금방 떼지 못 할 때도 있고
책에 잠심을 하고 있다가 손님이 기척을 낼 때까지 모르기도 합니다.
그러니 손님이 들어오기만을 대기하고 있다가 손님을 맞는 것과는
다른 일을 하는 것과는 차이가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근무시간이 길어서 12시간 이상 일하면서 내내 아르바이트생처럼
긴장을 하고 있을 수는 없지만 본받을 만한 이야기였습니다.
독서나 다른 것에 마음이 빼앗겨 있다가
손님이 오면 반갑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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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에도 친절한 일본 사람들이지만 더하여
오아시스 운동도 한다고 하더군요.
오: 오하이오 고자이마스 (안녕하세요.)
아: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감사합니다.)
시: 시츠레이시마스 (실례합니다.)
스: 스미마생 (미안합니다.)
이런 말이 입에서 떠나지 않으니 속마음이야 어떤지 모르지만
사람 관계에 있어서 표면적인 친절은 유지할 수 있을 겁니다.

우스개 말로
아내들이 곰국을 끓이면 남편들이 겁을 낸다는 군요.
곰국을 한 솥 끓여 놓고 아내들이 집을 비우면 남편들은 사흘이고 나흘이고
곰국을 먹으며 견디어야하니까요.
그런데 좋은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곰국만 가지고는 4일을 견디기에 너무 지루하고 요즘 같이 더울 때는
변질 될 우려가 있거든요.
인터넷으로 토란국 된장국 김치찌개 등등을 냉동상태로 보내오는 것이 있어서
그걸 냉동고에 넣어두고 한 개씩 꺼내어 데워 먹으면 되니까요.
물론 밥은 햇반입니다. ㅎ

일본에서는 부부가 평생을 살면서도
속내를 서로 털어놓지 않고 사는 경우가 허다하답니다.
남편에게 불만이 많아도 그걸 표면적으로 드러내어 화를 내거나
부부 싸움을 하지 않고 여전한 마음으로 남편을 출근시키고
퇴근 후 반갑게 맞이하고 시끄러운 소리를 내어 싸우는 일도 없고
다정한 부부로 지내다가 어느 날 아내가 남편에게 이혼장을 내어 놓는 답니다.
특히 나이 들어 남편이 정년퇴직 하는 날을 기다렸다가 퇴직해서 오는 날
조용히 아내 쪽에서 이혼 서류를 내어 민답니다.
퇴직금으로 아내 위자료를 다 주고 이혼 당하는 남자 쪽에서는 황당하겠지요.
전혀 이혼의 기미를, 아니 아내가 불만을 가지고 있는 줄은 남편이라도 몰랐던 것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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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리 남편과제부들은 냉동찌개를 먹으면서 4~5일 견딘 것으로
불만을 가지면 안 되는 것이지요? ^^
전에는 곰국을 끓여놓고 아내들이 여행을 떠나는 것이 대세였지만
요즘엔 냉동찌개를 인터넷으로 주문해서아주 다양한 찌개를 입맛대로
골라 먹을 수 있게 만반의 준비를 해 놓고 일 년에 고작 며칠이거든요.
우리 자매도 예순을 향해 가고 있는데 앞으로 점점 더 냉동찌개를
데워 먹을 일이 많아 질 터인데 미리 미리 연습을 해 두는 것이 좋겠지요?
그 대신 불만이 있으면 그때그때 털어 놓고 해결을 보면 되 구요.
위장된 친절 보다는 사람사이에 막힌 담이 없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관계가 원색적이긴 하지만 좋은 것 같아요.

동의하시나요? ^^

순이

3 Comments

  1. 데레사

    2010-08-20 at 10:58

    일본사람들은 속마음과 겉마음이 다르고 또 일본어는 애매하게
    흐려 버리는게 많은데 그게 민족성이겠지요.
    그래서 비교적 일본인들과 교류가 많은 저도 당황스러울때가
    더러 있어요.
    쉽게 말해서 놀러오라는 말을 지나가는 말로 안듣고 진짜로 찾아
    간다던가…..

    저도 인터넷으로 섬진강 제첩국을 주문했는데 좋던데요.
    산다는게 많이 편해져서 좋아요.   

  2. 생각하기

    2010-08-21 at 07:51

    집에서 작업하는 아들을 비롯, 남편도 밖에서 먹는 걸 안 좋아해서 온식구가 같이 저녁을 먹는 날이 허다합니다.
    곰국 끓여 놓고 가면 가기야 하겠지만 세 남자가 제겐 무겁습니다.
    인터넷으로 냉동 복음밥을 주문해 보긴 했지만 어쩐지 그런게 날 놓아 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군요.
    답답하게 사는 것도 이젠 버릇이 되서 그려려니 한답니다.
    순이님처럼 결정은 단호하게, 실천도 거침없이, 저도 그러고 시퍼요~~
    하여튼 좀 더 적극적으로 그런 것들도 애용해 보고 세상의 끼니를 위한
    많은 길이 있다는 걸 식구들에게도 알려야겠어요! ^^
       

  3. jh kim

    2010-08-24 at 03:07

    애구
    울 할마씨 들을라
    울 할마씨가 직접 만들고 끓이고 다지고 차리고
    함께 묵자고 해야 밥이 넘어 가든걸요
    오랜세월 밖에서 먹고들어가는게 습관이되어서
    이젠 함께묵는게 이상할때도 있답니다
    어머님 모시고 잘다냐오셨는지요?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저도 가끔 갈현동에사는 여동생을 만나면 돌아가신어머님이야기를 하며 눈시울을
    적신답니다
    지금까지만 사셨어도…………………
    여동생도 할머니가되어 손주키우며 얼마나 재미있게 사는지 가끔 샘이나기도 한답니다
    아들은 서울의대나와 의사로 딸은 선생님으로
    여동생이 얼마나 대견한지……….
    순이님 늘 함박웃음 함께 하시소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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