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 여행을 갔으니까 할 수 있는 일이 온천 하는 것이지만
하루에 몇 번이고 모래온천으로 유황온천으로 온천 순례하려니
가이드가 미안했던지 ♨표시는 하루에 온천을 세 번 하라는 표시라고 우깁니다.
김이 올라가는 것 같은 표시라 우리나라에서는 목욕탕이나 숙박업소 등에서
사용하지만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보니 그럴 듯도 합니다.
우리 어머니 성씨가 고기 漁씨라서 그런지 물을 좋아하십니다.
아침에도 눈만 뜨면 앞 베란다에 나가 걸레도 빨고 입으셨던 옷도
세탁기에 넣는 일 없이 손수 세탁을 하십니다.
하루 종일 씻고 닦고 하는 일을 좋아하시는데 만약에 저수조 청소 등으로
인해서 단수가 되는 날이면 어쩔 줄 몰라 하십니다.
물이 없으면 견디기 힘들어 하시는 것이 고기 漁씨라서 그러시는 것 같다고
우리가 놀리기도 합니다.
그러신 분이라 온천 하는 것을 좋아 하셨습니다.
세 번이 아니라 네 번을 해도 싫다고 안 하실 것 같습니다.
이런 온천이 서울에도 있었으면 어머니와 자주할 수 있어서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화산이 폭발하여 용암이 흘러내린 곳에 나무가 자라지 못하고
바리깡으로 밀어놓은 것 같은 형태의 산이 자주 보여서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화산을 발아래 두고 사는 삶이 위태해 보였습니다.
자연에서 얻는 것이 있으면 거기에 상응한 대가도 있습니다.
신혼 초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살았습니다.
중동에 우리나라 건설회사가 많이 진출해 있던 80년대 전후에
건설기술직을 가진 사람들이 뜨거운 건설현장에서 일을 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동쪽해안에 쥬베일이라는 항만 건설현장이 컸고
담맘에도 공사가 많아서 알코바라는 쇼핑거리에 나가면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우리나라 사람들이었습니다.
술이 없는 열사의 나라라 오락 거리가 없으니까 숙소에서 TV를 보지 않으면
알코바에 나와 쇼핑을 하는 분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고국에 두고 온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고르는 분들의 얼굴엔 행복이 가득했습니다.
건설현장 직원들은 모두 남자이고 여자는 없으니까 길에서 고국 여자만 마주쳐도
그들은 몹시 반가워했습니다.
어디서 왔느냐? 무슨 일로 왔느냐? 결혼 했느냐? 언제 왔느냐?
물어도 그만 안 물어도 그만 대답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그런
이야기지만 모국어로 여자와 대화하는 것이 좋아서거리에선채로 하게 됩니다.
반가워해서 이것저것 묻는 그분들을 뿌리치기 뭣해서 대답을 하고 섰노라면
남편은 담배를 한 대 피워 물고 조금 떨어진 곳으로 피해서 기다려 주기도 했습니다.
그분들이 제일 궁금한 것은 “아내에게 뭘 사다 주면 좋아하겠느냐?”는 것입니다.
나는 음악테이프나 좋아하고 전축이나 음향기기에 관심이 많은 철없는 20대인데
알뜰살뜰 한 아내들의 취향을 알 턱이 없었습니다.
처음 타국의 거리에서 마주쳤어도 같은 한국 사람이라는 이유로
정답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기는 하지만 그 분들의 고생스러운
모습을 보면 얼마나 마음이 아픈지 모릅니다.
날이 더우니까 옷차림은 더욱 허름할 수밖에 없지만 흰 메리야스를 입고
랑콤이니 이브생로랭, 크리스찬디올 등의 화장품 상점을 기웃 거리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싸하니 아팠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왜 기름 한 방울 나지 않고 이 나라에만
기름이 펑펑 나게 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여기까지 돈 벌러 와야 하나?
누구의 아버지고 누구의 남편이고 누구의 아들인 귀한 분들이
뜨거운 남의 나라에 와서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이 원망스러웠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석유가 나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오일쇼크로 경재가 휘청거릴 때라 중동에서 벌어들인 외화가
국가적으로 큰 힘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일본을 가서보니까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잘 산다고만 생각했던 것을
다시 고쳐서 생각했습니다.
그들은 늘 자연재해에 시달리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잠깐 온천을 즐기니까 온천물이 나오니 좋겠다고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화산이 활동하고 있어서 용암의 뜨거운 곳을 통과해서 나온 물이 온천물이잖아요.
겨울에 아오모리에도 가서 보니 눈이 한자씩이나 쌓여 있었습니다.
태평양에서 발달한 태풍은 일본을 거의 통과하는 일이 많고 지진과 화산 태풍과 눈 같은
자연재해를 안고 그것을 극복하는 일에 많은 국력을 쏟고 있었습니다.
도로 밑으로 전선을 깔거나 온천물을 흘려서 눈을 녹게 하고
내진 설계를 해서 지진이 나서 흔들릴 때 피해를 최소한 줄이고
바람에 대비해야 하고 화산활동을 주시해야 하고 자연과 항상 대치상태에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우리나라에 지하에선 기름이 나지는 않지만 맑은 물이 있고
온천은 많지 않아도 지진이나 화산 걱정은 별로 없고
큰 태풍은 일본열도가 막아주니까 대체로 안전하고 큰 눈이 오는 일도 많지 않으니까
우리나라는 정말 금수강산이고 좋은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남의 나라를 부러워할 것 아니라 내 나라 내 강토가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가를 깨달게 되는 것이 여행인 것 같습니다.
하루에 온천을 세 번 안 해도 화산 걱정이 없으니 좋은 거지요?^^
순이
데레사
2010-08-24 at 06:21
그럼요. 우리나라 좋은나라.
미지에의 호기심을 갖고 해외로 나갔다가도 들어 올때는 언제나
편안함으로 좋은게 귀국이지요.
일본, 나라는 우리보다 부자인가는 모르지만 개인은 결코 그렇지도
않아요. 단순히 생활면으로만 비교하면 우리가 훨씬 낫지요.
이런걸 고마워 하면서 살아야 하는데….
리나아
2010-08-24 at 12:13
정말 이만하면 우리나라 좋은 나라예요..
이렇게 좋은 나라를 ……
잘 이끌어가주면 좋겠어요……
jh kim
2010-08-25 at 21:33
아
우리 순이님께서 사우디아라비아에 사셨다니!
우리나라 건설중흥의 산역사를 직접보고 체험하셨을터이니
그얼마나 피눈물나는 현장이었는지를말입니다
우리의 경부 고속도로가 월남 전쟁터에서 우리의 군인들이 흘린
피와 땀의결실이요 산업부국과 세계건설최강국이된것도
내가족 내형제와 이별하고 열사의 나라에서 벌어들인 달러의 댓가인줄
알아야 할텐데 그져 싸움만 일삼으니
야 이 한심한 군상들아
일산에 순이님 한테가서 강의좀듣고오거라ㅓ
우리의 조국 산하가 얼마나 자랑스러운지를
생각하기
2010-08-29 at 11:12
요즘 같으면 땀 흘려서 하루에 세번 이상 목욕을 하지요!
올 겨울에는 저도 배타고 온천 가 보고 싶어요.
외국에 나갈 때마다 하는 걱정이 뜻밖의 일을 당할까봐….지진, 쓰나미, 전염병 ,, 요즘은 납치까지!!
그러니 맨날 집에만 있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