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는 할머니 합창단

"예멜"은 "예쁜 메아리" "예술 멜로디" "예수 멜로디"라는 뜻을 가지고 있고
이화 출신들이 모여 창단한지 42년이나 된 역사를 자랑하는 합창단 이름입니다.
역사가 말해주듯 부르는 레퍼토리도 다양했습니다.
성가곡 찬송가 우리가곡 오페라 뮤지컬까지 전문가 못지않게 소화했습니다.
예멜은 백조의 호수를 합창곡으로 부른 세계최초의 합창단이기도 하고
42년 전에 합창단을 창단한 초대 지휘자 선생님을 모시고
80을 바라보는 스승이 직접 편곡한 백조의 호수를 세계최초로 하는 공연을
본 우리 관객도 행운이었습니다.
합창단의 실력도 좋았지만 스승과 제자의 끈끈한 연결도 좋아보였습니다.

예멜 합창단을 지휘하신 김승순 선생님은 76세가 되신 분으로
친구의중학교 때 음악선생님이셨습니다.
지금은 캐나다 토론토에서 사시는데 그곳에서도 예멜 합창단과
오케스트라를 지휘하시고 편곡과 작곡도 하시는 현역이신 분입니다.
주로 발레로 공연되는 차이코프스키의 곡을 김승순 선생님이 직접 합창곡으로 편곡한 것입니다.
오케스트라의 연주로는 흔히 듣는 곡이었지만 피아노와 하프와 여성 합창단의
목소리로만 어우러진 연주는 신비하고 아름다웠습니다.
30여분 동안 6곡의 노래가 이어졌는데 백조가 된 오데트 공주와
지크프리드 왕자의 사랑하는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내는 듯 했습니다.
아름다운 사랑을 합창으로 표현하면 저런 음색이 나는 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듣게 되었습니다.

누구라도 그렇듯이 무대에서 선 사람들 중 내가 아는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눈길이 찾아가게 됩니다.
친구는kbs 어린이 합창단 출신으로 소시 적부터 무대에 선 사람이라
무대에 선 모습이 자연스럽고 우아했습니다.
큰 키에 머리를 뒤로 넘겨 더욱 환한 얼굴에 귀여운 미소.
손녀를 두 명이나 본 할머니면서도 소녀 같이 예쁜 모습으로 노래할 수 있는 것은
아무래도 착한남편 덕이라고 보여 집니다.
나비넥타이를 매고 공연장에 오신 원장님은합창단과 함께 무대에 올라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멋진 모습이었습니다.
원장님과 유릿갑장과 우리 도치랑은 세종아카데미 동창이라는
인연이 있어서 도치 내외도 참석했습니다.

영국 출장 중에 유릿의 음악회에 맞춰 급히 귀국을 한 건모오라버니!
보라색 넥타이가 얼마나 멋지게 어울리는 신사분이신지
때깔이 좋은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도 가장 멋진 신사분이셨습니다.
왕년에 합창단이라는 같은 업계에 종사한 전력이 있는분은
서른 명의 배꽃에 싸여 테너를 뽐낼 수 있는 기회를 잡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시던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우리그분을 예멜 합창단에 추천해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보다도 요즘 청문회를 통과할 총리감이 없다고 해서 우리그분을 천거할까 했더니
17평짜리 아프트를 사기 위해 생계형 위장전입 건이 몇 건이나 된다고 실토를 하시는 군요.
음악을 좋아하는 분은나이를 먹는 건지 감하는 건지 싱싱한 미소로 친절한 모습을
잃지 않으시는데 커다란 피처에 담긴 맥주를 개인 잔에 따르는 모습은
술장사 경험이 전무 한 표가 나게 서툴었습니다.
하긴 평소 술을 마시지 못하니 술장사 경험은 더욱 없을 수밖에 없겠지요.
그래서 누구 잔에는 거품만 따라주고 누구 잔은 꽉꽉 눌러 담아주더라 구요.
술장사 못한 티가 그렇게 나더라니 까요. ^^
엄살대왕 교수님은 그새 아마추어 바둑대회에 나가 우승을 하셨다 네요.
상금 액수가 많아서 따로 한턱을 내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친구의공연에 감격한 나머지 배에 힘을 주고 얼마나 열심히 박수를 쳤는지
바지 허리춤에 바클이 끊어져서 옷핀으로 바지를 고정시키고 가셨다는 군요.
무사히 집에까지 가셨을까? 궁금합니다. ^^

영국 출장 중 많은 외화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급거 귀국을 하는 건모오라버니
서른 명의 여성합창단에 둘러싸인 한사람 테너를 질투하시는 분도 있고
공연을 보러 아버님 진지상만 올리고 저녁도 굶고 달려오신 분과
바클이 끊어질 정도로 박수를 치는 교수님 등
"열렬한 팬이 많은친구를 지키시려면 긴장해야 한다"고 원장님께 말씀드렸더니
전혀 개의치 않으시고 인기 있는 아내를 둔 것을 자랑스러워하셨습니다.
하긴 땀을 뻘뻘 흘리며 아내의 공연을 위해 달려와서 뒤풀이 비용까지 대는데
더 이상 무엇을 더 할게 있겠습니까?

자신의 전공분야대로 음악보다 무대 의상을 열심히 관찰한 복희씨는
바느질 전시회가 곧 강남에서 열린다고 합니다.
초대전 형식으로 열린다고 하는데 그 전시회도 기대가 됩니다.

손녀를 두명이나 둔 할머니가 되었는데도

동창들과 모여 노래 연습을 하고 무대에 서는 친구가 귀하고 아름다운

압구정동의 밤이었습니다.

순이

1 Comment

  1. 2010-09-17 at 09:48

    정말 보기 좋은 모습들입니다.
    음악은 평생의 친구지요.
    음악으로 모두들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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