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오페라에도 막장코드가 (여자는 다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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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의 오페라 "여자는 다 그래 (코지 판 투테 Cosi fan tutt)" 는
오페라의 내용에 있어서 요즘 쓰는 용어로 막장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성애 보다 더 민감한 문제인 근친상간과 맞먹는
배우자 바꾸기, 즉 스와핑에 해당하는 오페라 내용입니다.
민감한 성 풍속도를 다룬 작품이라 그 시대엔 환영받지 못하였고
모차르트의 곡을 좋아했던 베토벤도 코지 판 투테는 싫어했다고 합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더 "사랑에 대한 인간의 본능"을 솔직하게 일깨운
명작으로 재평가를 하기 시작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는 군요.
예술작품이 문화를 선도하고 고착화 시키는 좋지 않은 예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옛날이나 요즘이나 성적인 문제를 다루는 작품은 민감한 만큼
만인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하고 흥행을 주도하기도 합니다.
코지 판 투테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사랑의 속성에 대한 씁쓸한 보고서"입니다.

로렌초 다 폰테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코지 판 투테>,
그리고 <돈 조반니>의 대본을 썼고
합스부르크 황실의 궁정작곡가 살리에리의 오페라를 쓴 사람입니다.
오페라를 작곡한 모차르트 보다는
극본을 쓴 로렌초 다 폰테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 더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은 보셨겠지만 "클로저" 라는 영화가 있는데 그 제목이
" 나 돈 조반니 "입니다. 돈 조반니는 실존했던 인물은 아니고
스페인을 중심으로 전설처럼 전해지는 바람둥이 남자입니다.
14세기 스페인을 중심으로 유럽을 돌아다니며 여자들을 농락했던 남자인데
그는 성적 정복과 감각의 쾌락을 좇는 귀족으로 그려집니다.
모차르트 오페라의 돈 조반니 1막에 나오는 유명한 아리아 "카탈로그의 노래"에서 보면
자신이 정복한(?) 여성들의 리스트가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640명, 독일에서 100명, 터키에서 91명,
그리고 스페인에서는 1003명의 여성의 이름과 날자가 적혀있답니다.
작품은 작가의 상상력이기도 하지만 그 사람의 로망이기도 한 것이지요.

클로저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를 소재로 삼고 있지만 영화는 모차르트가 아니라
오페라를 쓴 로렌조 다 폰테의 삶을 중심으로 그린 카를로스 사우라 감독의 영화입니다.
클로저 영화의 제목은 “돈 조반니”가 아니라, “나! 돈 조반니”입니다.
“나”라는 단어가 하나 더 들어 있는 것은
그냥 돈 조반니의 이야기만은 아닌 것입니다.
누군가가 “자신”이 돈 조반니라고 주장하는 이야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페라의 대본을 썼던 다 폰테 자신의 이야기도 되는 것입니다.
그도 카사노바 못지않은 바람둥이인데,
성직에서 파면됐던 이유도 여자를 농락했기 때문입니다.
로렌초 다 폰테는 먹고 사는 일이 어려워지자 어쩔 수 없이 미국으로 갑니다.
그는 프랑스어, 독어, 스페인어, 그리고 이탈리아어에 능통하였기에
뉴욕에서 이탈리아어 개인교습을 하며 먹고살다가
명문 컬럼비아대학의 이탈리아어 교수가 됩니다.
미국에서 <돈 조반니>도 공연하고 로시니를 알리며 예술계의 거물이 되어
말년에는 미국 시민으로 귀화합니다.

코지 판 투테의 오페라 전개는 이렇습니다.
자매인 여인과 하녀인 세 명의 여자가 있고 남자는 자매를 애인으로 둔 친구 사이인
두 명과 또 한명의 철학자 같은 남자가 있습니다.
여자 세 명 남자 세 명이 극을 이끌어 갑니다.
자매의 애인인 두 남자 페르란도와 굴리엘모, 그들의 친구 돈 알폰스가
얘기를 나누다가 여자의 정절을 시험대에 올리게 됩니다.
돈 알폰소의 제안에 따라 두 남자는 자매를 상대로 내기를 합니다.
두 남자가 동시에 전쟁터로 떠나는 것처럼 연기를 하고
부유한 터키인으로 변장하고 각자 상대의 연인에게 접근해 유혹하는데
처음에는 두 여인 모두 유혹을 강하게 뿌리치지만 마침내 다가온 남자들의
유혹에 넘어가고 맙니다.
여기서 보면 이 커플들은 결혼을 앞두고 있지만 이미 오랜 기간 알아 왔기 때문에
사랑이 조금은 시들해 질 시점에 애인이 전쟁터로 떠난다고 하자
애정이 고조 되었다가 새로 나타난 남자의 유혹에 넘어가게 되는데
사랑의 유효기간이 3년이라나요?
결혼해서 3년이 지나면 사랑으로 산 다기 보다 정으로 산다고 하는군요. ^^

애인의 정절을 시험한다는 줄거리는 당시(18세기 후반)로서는 파격적입니다.
하지만 ‘스와핑’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을 정도로 무뎌진 지금의 기준으로 보자면
그다지 충격적인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사랑을 과신하는 귀족 청년들을 통해 사랑이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
꼬집어 말하고 있습니다.
내용은 여자의 정절을 말하고 있지만 당시의 연애상을 엿 볼 수 있습니다.
극 중 여자들은 사랑에 대한 주체로 사는 것이 아니라 줄곧 남자들에게
속고 끌려가는 수동적인 모습은 그 시대의 모습입니다.
남자들이 남의 연인을 적극적으로 함락을 시켜 놓고는
"여자는 다 그래"(코지 판 투테)라고 하는 건
여성으로서는 반감이 나는 일이고 억울한 일입니다.
극한의 유혹 앞에서도 정절을 지켜내야 하는 것이 정답이겠지만
애인의 변절 앞에 길길이 뛰던 남자 주인공들이 너무 쉽게 다시
원래의 사랑을 받아들이는 대목도 말이 안 되는 부분으로 보입니다.
남자의 정절은 문제되지 않고 여자의 정절만 문제 삼은 것은 요즘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내용입니다.

이슈가 되는 예술작품이 도덕적이지 못한 것은 보편화된 것이긴 하지만
스와핑의 결과를 여자에게 돌려서 "코지 판 투테 (여자는 다 그래)" 이렇게 결론 내는 것은
모차르트 오페라지만 막장 코드를 지닌 오페라라고 보여 집니다.
그래도 심각하지 않고 웃기기도 하고 재미있습니다.

순이

2 Comments

  1. Lisa♡

    2010-11-05 at 10:53

    ^^*   

  2. 소리울

    2010-11-06 at 03:34

    비엔나의 오페라 극장에서는 이렇게 조금 코믹하고 막장성을 지닌 오페라류를
    공연하면서 관객과 소통의 벽도 좁히고,
    무엇보다 정장을 하지 않고도 여행객들이 편하게 들어가는 극장이 있어서
    참으로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차가 고장나서 호텔로 옷 갈아입으러 갈 시간이 없었는데
    모든 여행객들이 청바지 차림, 슬리퍼 차림으로 들어가고 있었어요.

    물론 고품격의 예술을 관람하는데 정장도 필요하겠지만
    여행객을 배려하는 자유분망한 분위기도 좋았답니다.
    한 남자, 여자, 그리고 다른 남자, 이 단순한 원리의 갈등구조 극본으로 ‘
    정말 다양한 이야기꺼리가 탄생합니다.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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