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스키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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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라고 하면
제일 먼저 백조의 호수가 떠오를 정도로 백조의 호수는
우리에게 많이 소개 되었고 차이코프스키 음악으로도 익숙합니다.
DVD로 집에서 가끔 보게 되는 이유는 음악이 아름답기도 하고
선과 악의 대결에서 선함이 승리하는 동화 같은 이야기가
어린아이처럼 좋기도 하고 내 마음을 편케 하기 때문입니다.
마린스키 발레단이 일산 아람누리에 와서 공연한다는 것도 고양시민으로 서는 기쁜 일입니다.

지젤도 보고 싶고 마린스키 유일의 외국인 단원이자 한국인 단원 유지연이
마지막 14일 <발레 갈라>공연에서 ‘빈사의 백조’로 홀로 무대에 오른다고 해서
그것도 보고 싶었지만 모두 보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단막 발레이자 신성한 작품으로 간주되는 유지연이 출연하는

<빈사의 백조>는 한 마리 백조가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서서히 날개와 고개를 떨구며

죽어가는 과정을 아무런 무대장치 없이

오로지 발레리나의 연기만으로 응축하여 보여주는 한 편의 시(時)와 같은 작품 이라고 해서

놓치기 아까웠지만 나는 백조의 호수를 선택했습니다.

나는 당연히 보고 싶어서 표를 예매하려고 했더니 작은 도치도 함께 보고 싶다고 합니다.
작은 딸을 데리고 가려고 보니 임산부인 큰 딸에게도 보여주고 싶고
딸이 가게 되면 새신랑인 사위를 때어놓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고
결국은 네 장의 표를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남편은 발레나 음악회는 질색을 합니다.
내가 운동 같이하자면 싫은 것이나 같기 때문에 강요하지 않습니다.

백조의 호수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몽환적인 호숫가 장면입니다.
사람인지 백조인지 모를 정도의 환상적인 백조의 날개 짓과 그들의 하얀 발레복이
늘 꿈속처럼 아름답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DVD는 볼쇼이 발레단이 공연한 것인데 백조의 호수는
볼쇼이 발레 보다 마린스키 발레단의공연이 더욱 정석이라는 평이 있습니다.
마린스키 극장의 버전이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공연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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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는 이렇습니다.
화려한 왕궁에서 지그프리드 왕자의 성인식이 거행됩니다.
성인식을 마친 왕자는 결혼할 신부를 선택할 때가 되었지만
왕자는 아직 친구들과 어울리고 사냥하는 것이 즐겁기만 합니다.
왕자는 날이 저물자, 성인식 선물로 받은 활을 들고 사냥에 나섭니다.
1막 2장에서 백조의 호수에서 왕자와 백조의 만남이 이루어집니다.
한 밤의 호숫가. 왕자는 백조 떼를 발견하고 활을 쏘려 합니다.
이 때 백조가 아름다운 소녀로 변하고, 쏘지 말아 달라 간청합니다.
소녀의 이름은 오데트로, 그녀와 시녀들은 악마의 마법에 걸려
낮에는 백조로 살다 밤에만 사람으로 돌아오는 운명입니다.
마법을 풀 수 있는 것은 진정한 사랑뿐이라는 말을 듣자,
이미 오데트와 사랑에 빠진 왕자는 그 자리에서 사랑을 맹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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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왕궁에서 왕자의 신부를 고르는 무도회가 열리고,
여섯 명의 후보가 각국에서 도착합니다.
왕자는 모든 후보와 춤을 추어보지만, 이미 마음속에는 오데트 뿐입니다.
왕자가 아무도 고르지 않아 모두가 당황할 무렵,
악마가 그의 딸 오딜을 오데트로 변장시켜 무도회에 나타납니다.
왕자는 오딜을 오데트로 굳게 믿고, 사랑을 고백합니다.
그 순간 악마는 왕자의 어리석음을 비웃으며 비탄에 빠진 오데트를 보여줍니다.
왕자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한탄하며 호숫가로 달려갑니다.

피날레 장면에서 왕자의 배신 때문에 오데트와 시녀들이 절망에 빠져 있습니다.
왕자가 달려와 잘못을 뉘우치고 사랑을 맹세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백조의 호수 결말은 발레단이나 안무가마다 조금씩 다른데 원전은 오데트와 왕자가
사랑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택하고, 이에 충격을 받은 악마가 멸망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마린스키의 최근 결말은 왕자가 오데트의 도움을 받아 악마에 대항하고
마법을 깨뜨리는 쪽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선이 승리하는 장면에서 희망을 보여주고 싶어서라 합니다.

볼쇼이 발레의 DVD 를 보면 웅장한 궁중 장면이 대단합니다.
출연진의 섬세하고 화려한 황금빛 의상과 무대에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러시아 발레에서 볼 수 있는 “광대”의 현란한 테크닉과
점프와 회전의 연속은 발레의 진수를 볼 수 있습니다.
백조의 호수의 핵심이 되는 달빛 아래 펼쳐지는 백조들의 군무와 2인무
백조의 호수 이미지를 결정지은 전설적 장면들을 보게 되면

그곳을 언젠가 가 본적이 있는 것 같이 친근한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차이코프스키 특유의 하프 소리와 애절한 바이올린 선율을 타고 펼쳐지는
오데트의 애잔하고 우아한 솔로도 굉장한 볼거리입니다.

2막에서 6개 나라에서 온 신부들의 제각기 아름답고 화려한 춤은 상상 이상입니다.
특히 오딜(흑조)의 32회전은 아찔한 기분까지 느낄 수 있습니다.
피날레에서는 같은 1막에 나오는 호숫가이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입니다
슬픔과 절망에서 벗어나 악마와 싸워 승리를 쟁취하는 대 반전이 일어나고
차이코프스키의 웅장한 음악과 어울려 아름답게 상황이 마무리 됩니다.

이렇게 미리 예습까지 하고 ^^
평생에 한 번 만날 수 있는 마린스키 발레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대를 거는 만큼 흡족한 공연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순이

1 Comment

  1. 벤조

    2010-11-09 at 06:06

    한번은 ‘백조의 호수’에 가서 쌍상의 ‘백조’를 기다렸지요.’
    아무리 기다려도 안 나오고 드디어 막을 내렸습니다.
    이상하다? 왜 빼먹었지? 하며 집에 오다가 생각하니…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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