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에 약한 남자, 꿩도 매도 다 잃다. (라 실피드)

어릴 때 동화책을 읽고 나면 독후감을 쓰거나 일기를 쓰곤 했는데 그 결말은
“이러면 안 되겠다.”
“잘 하도록 노력해야 하겠다.”
“이런 잘못을 깨달았다.” 등 등
언제나 모든 일에서 잘 못된 점이나 교훈을 찾는 훈련을 한 탓인지 발레를 보거나
책을 보거나 하면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를 무의식중에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릴 때 받은 훈련이나 교육방법이 오십대 후반이 되도록 의식 속에 형성되어 있어서
늘 그런 습관을 가지고 글을 쓰기 때문에 내가 재미없는 사람이고
재미없는 글을 쓰는 이유가 거기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고쳐지지도 않을 뿐더러 고치려는 노력도 하기는 이미
어렵게 되어 재미없지만 발레 "라 실피드"에 대해서 또 교훈적인 것을
발견하여 그런 방향으로 씁니다. ^^

라 실피드라는 발레는 (요즘 어쩌다 보니 발레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는군요.)
브루농빌이라는 사람이 덴마크 왕립 발레를 위해 안무한 것으로
현재까지 명맥이 이어지는 가장 오래된 발레로 평가되는 작품입니다
로맨틱발레의 전형인 발레 블랑 (백색 발레)의 효시이며 로맨틱 튀튀의 아름다움과
토슈즈 테크닉 기교를 제대로 살린 초창기 명작으로 꼽힙니다.

라 실피드는 숲속의 요정입니다.
요정은 사람이 아니라 말 그대로 요정일 따름인데 잘생긴 제임스라는 남자에게 반합니다.
(요정도 사람처럼 잘생긴 남자를 좋아하나 봅니다.^^ )
하필이면 요정이 반하게 잘생긴 남자는 약혼녀가 있고 결혼식을 앞두고 있습니다.
결혼식 준비로 모두 자리를 비우고 남자 혼자 남았을 때
결혼식을 앞두고 있으면 지금이나 옛날이나 피곤했는지 의자에 앉아서 졸고 있는데

꿈인 듯 생시인 듯 나타나 아름다운 춤을 추는 요정에게 반합니다.
요정은 잘생긴 남자에게 반하고 남자는 요정의 아름다음에 반하니
말려볼 겨를도 없이 서로에게 깊이빠진 겁니다.
요정은 그렇다고 쳐도 남자는 결혼식 당일에 요정에게 반할 것이 뭡니까?

축하객이 와서 춤을 추고 흥겹게 놀고 있는데 언제인지 모르게 나타난 마녀가
난로 가에서 불을 쬐고 있습니다.
사라진 요정 때문에 심사가 뒤틀린 남자가 마녀에게 화를 내고 쫒아내려고 합니다.
마녀가 왜 마녀겠어요? 그냥 맥없이 쫓겨 갈 마음씨 고운 마녀가 아니지요.
자신에게 야박하게 구는 남자에게 “네 약혼녀는 너의 친구가 차지하게 된다.”고 합니다.
남자는 자신의 약혼녀를 짝사랑하던 친구와 결혼을 하게 된다고 하니
더욱 화를 내지만 속셈이 다른 남자의 친구는 마녀를 극진하게 대접해서 보내고
마녀의 도움으로 친구의 약혼녀를 빼앗아 결혼하게 됩니다.

남자는 숲속의 요정을 찾아가서 만나는데 요정의 사랑과 사람의 사랑은
서로 요구 하는 게 틀리고 방법이 다른 것입니다.
남자는 예쁜 요정을 품에 안고 싶은 사랑이지만 요정은 잘생긴 남자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행복해 하는 것이 사랑입니다.
사랑의 방식이 다른데 따라 애가 탄 남자는 그렇게 구박한 마녀에게서 독이 든 스카프를 구해

그녀를 묶어서라도 자기 것을 만들어 보려고 하다가 요정이 죽고 맙니다.
남자는 좋아한 요정이 죽고 약혼녀는 친구가 이미 결혼해 버렸고 마녀는 복수를
하기 위해 더욱 약을 올리는 바람에 결국은 쓰러지고 마는 장면이 끝입니다.
두 마리 토끼를 쫒다가 두 마리 다 놓친 사냥꾼 모양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왕 재미없는 글을 쓰기로 했으니 끝까지 초등학생 독후감처럼 쓰겠습니다.
이 발레를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좋은 일에는 마가 끼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과
결혼식을 앞두고 다른 여자에게 반한다는 것은 자신의 선택에 대한
배신이고 지조가 없는 일이라 고난을 자초했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마을 사람들과 친구들이 들어와 축하의 파티를 하는데 마녀가 함께 구석에 와서
불을 쬐는 것에 화를 낼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물론 성장을 한 사람들 틈에 거지행색의 냄새나는 마녀가 와서 낀 것이
불쾌하기는 하겠지만 쫒아낼 일은 아닙니다.
그에게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는 공정치 못한 사람차별 의식이 있었습니다.
친구의 약혼녀를 짝사랑하던 남자의 친구는 그 마녀를 극진히 대접해서
보냄으로 해서 친구의 약혼녀를 차지해 결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큰일을 앞두고 작은 일에 필요이상 화를 내어 마가 끼게 할
일이 아닌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결혼식 당일에 요정의 유혹은 아주 대단한 것이라 넘어가긴 했지만
빨리 정신을 차리고 원래 예정된 결혼식에 참석했으면 약혼녀도 잃고
요정도 죽게 만드는 일은 없었겠지요?
하긴 발레라는 작품이 늘 정직하고 좋은 이야기로만 이루어지면 작품이 되겠습니까?
그런 이야기가 들어가야 스토리가 진행되는 것이지요.
그러니 예술작품에서 교훈적인 것을 읽어내는 아줌마가 너무 재미없고 시시하지요. ㅎ

저도 사실은 야한 얘기 좋아해요.
너무 밋밋하니까 야한 얘기 하나 할까요?
라 실피드의 배경이 된 스코틀랜드는 영국에서도 가장 북쪽에 자리하고 있어서
춥기도 하고 날씨도 음산하고 그러니 귀신 이야기가 많은 가봐요.
당연히 귀신이나 마녀요정이야기가 많겠지요.

스코틀랜드.jpg

스코틀랜드에서는 남자들이 첵크무늬 치마를 입잖아요?
그 안에 속옷을 입을까요?

속옷 안입는 남자가 있겠냐고 하시겠지만,

스코틀랜드에서는 안 입는다고 하는군요.

(저는 당연히 못 봤고. ㅎ그렇다고 합니다요.)
라 실피드에 남자 발레리노가 첵크무늬 치마를 입고 춤을 추거든요.
높이 뛰어오르기도 하고 빙빙 돌기도 하는데 혹시나 하지 않았겠어요?
그런데 발레리노는 검정색 속옷을 입고 있더군요.
발레는 에로스의 예술이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좀 야한 상상을 해 봤습니다.^^

순이

3 Comments

  1. 사슴의 정원

    2010-11-19 at 08:55

    조블에 김o덕님이라고 70넘으신 분이 있습니다. 그 분이 노래방 도우미도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 고 쓰신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동감은 하는데 젊은 사람들은 차마 비난을 들을가 걱정되어 말을 못한다. 라고 댓글이 붙었지요.

    순이님도 이제 연륜이 드셨나 봅니다. 아직 젊으신 숙녀분들은 야한 상상을 속으로만 하시고 겉으로 글에 쓰시기는 어려운데   

  2. 이나경

    2010-11-19 at 10:29

    ㅎㅎㅎ 스코틀랜드 체크치마 속에 속옷을 안 입나요?
    신기해서 그림 속의 저 아저씨 한참 들여다보며 살짜기 이상한 상상을 해 봅니다.
    춥겠다 싶기도 하고….
    ㅋㅋㅋㅋ
    순이님의 글은 제가 엄청 좋아하는 소중한 글이랍니다.
    교훈도 좀 있어야지요.
    저도 뭐든 일단 교훈과 결론을 먼저 찾게 되더군요.
    오늘도 영화 ‘소셜 네트워크’를 보면서 교훈을…ㅎㅎㅎ
    감사합니다.   

  3. 성에

    2010-11-21 at 02:48

    저 치마 위 , 허리 둘레께에 느직하게 걸친 가방이 보이지요?
    그건 바람에 치마 자락이 날리는 것을 방지하려는 필수 악세사리랍니다. ㅋㅋ
    예술 작품에서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는 동시 생각의 경지를 넓히는 것도
    무척 가치있는 감상법입니다. 계속 유익한 얘기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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