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을 돌려다오.(파우스트)

젊음을 다오!
천상병

나는 올해 환갑을 지냈으니 젊음을 다오라고 부르짖지 않을 수 없다.
나 자신도 모르게 젊음이 다 가버렸으니 어찌 부르짖지 못하겠는가.
내가 젊어서도 시인이 되겠지만 그러나 너무나 시일이 짧다.
다시 다오 청춘을! 그러면 나는 뛰리라. 마음껏 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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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을 돌려다오!
나훈아 노래
청춘을 돌려다오 젊음을 다오 흐르는 내 인생에 애원이란다.
못다 한 그 사랑도 태산 같은데
가는 세월 막을 수는 없지 않느냐
청춘아 내 청춘아 어딜 가느냐?

우리나라 시인과 가수만 젊음을 달라고 노래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평생을 세상의 진리를 탐구하는데 바친 연금술사적인 학자 파우스트도
자신의 삶에 회의를 느껴 "누가 청춘을 보상해 줄 것인가" 하고 독약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합니다.
창밖에서 젊은이들의 노래가 들려오자 그는 신을 저주하고 사랑과 젊음을 갈구하며
죽기를 소원할 때 사탄 메피스토가 나타사서 무었을 줄까 묻습니다.
파우스트는 늙고 보니 재산도 명예도 권력도 다 줄 수 있다는 제안을 거절하고
오직 원하는 것은 “청춘”이라고 말합니다.
파우스트는 영혼과 바꾸는 조건으로 청춘을 얻습니다.

괴테의 "파우스트"를 원작으로 한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를 보면서
덩씨라는 중국여인에게 사랑을 배신하면 손가락을 잘라주겠다고 각서를 썼다는
한 엘리트 외교관에 관한 뉴스도 생각나고 우리나라 배비장전도 떠올랐습니다.
사랑의 증표로 어금니를 뽑아준 사람의 이야기는 해학이 가득한 연극 배비장전에 나옵니다.
조선시대 말 당시의 지배층인 양반들의 위선을 폭로함으로써 서민들의 양반에 대한
보복 심리를 그린 줄거리로 여색에 결코 유혹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처에게 장담하고
제주도로 떠났던 배비장이 그곳 기생 애랑에게 빠져 그녀의 계교인 줄도 모르고
뒤주 속에 갇히어 망신을 당합니다.
그것은 풍자와 야유로 웃음이 나는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일 뿐이지만
중국의 엘리트 외교관 이야기는 중국 상해를 배경으로 현재 진행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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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작곡자 샤를 구노는 어쩌면 우리나라에 선교사로 올 번하였답니다.
1818년 프랑스 파리에서 명문 예술가 집안에 태어나서 파리음악원에 입학하고
로마대상을 받고 3년간 로마에 유학했습니다.
성직자를 희망했으나 신학을 하지 않아서 프랑스 국내에서 성직자는 할 수 없었지만
외국 선교사로 나가는 길이 있었답니다.
그가 희망한 선교지가 바로 "조선"이었다는 군요.
건강상의 이유로 선교사 지망에서 탈락하고 조선에 나와 있던 친구 선교사를 위하여
작곡한 음악이 있다고 합니다.
정확하게 확인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정설이라고 하는 군요.
구노는 성직자를 희망했지만 성과 속의 갈등 속에서 지낸 인물이라서
극중의 파우스트는 철학서가 아닌 악보 책을 보면서 고뇌하고
파이프오르간을 연주하면서 심란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구노는 파우스트를 자신과 동일시 표현한 것으로 보여 집니다.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는 무거운 철학대신 인간의 감성을 담았습니다.
괴테는 독일 지성의 상징인데 그것을 오페라로 만드는 것을 독일 내에서는 용납이
안 되었고 프랑스 사람인 구노가 철학위에 감성의 옷을 입혀서 만들었습니다.
나도 고등학교 때 멋으로(!) 파우스트를 읽기는 했지만 어렵기만 하고 감동은 없었습니다.
지금 나이 들어가는 증상이 뚜렷한 시점에 프랑스적인 감정으로 작곡된 오페라
파우스트를 보니 오히려 원작의 깊이에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조금 보이는 듯합니다.
묵직하고 어렵고 진지함은 속박일 수 있습니다.
가볍고 쉽고 친근한 접근법을 사용한 작품에서 대상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원작의 비틀기가 아닌 진지함의 속박에서 벗어나
가벼운 접근은 시도해 볼만한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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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진지하게 생각 해 볼 주제는 왜 원하는 것이 "청춘인가?" 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재물을 가지려고 하고 명예를 얻으려고 하고 권력을 쥐려고 하는데
노년에 들어 죽음이 임박했을 때, 아니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인생에 회의가 들 때
영혼을 팔아서라도 얻고 싶은 것이 청춘으로 돌이키는 일이고
젊은 여자와의 사랑이라니 아이러니 하니 않습니까?
그것도 평생 사람과 진리를 연구하고 탐구해온 대 학자가 말입니다.

파우스트에서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품성과 도덕과 규범을 버리고
"악마에게로 미루어 놓은 세계"를 완전히 긍정하는 순간에야
우리는 비로소 자기안의 욕망과 마주한다고 얘기하는 듯합니다.
욕망은 누구나의 마음속에 숨어있는 또 다른 자기 자신, 원초적 본능,
규범의 이면과, 상식과 도덕을 짓밟고자하는 추악하면서도 매혹적인 욕망
바로 그것입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스캔들이나 뉴스들에 대해
자신 있게 그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까요?

인간의 원초적 고민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철학을 조금은 쉽게 접근해 보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파우스트를무식한 내식으로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청춘을 돌려다오" 입니다.

공감이 되시나요? ^^

파우스트르 너무 끌어 내렸지요?

오페라 파우스트를 국립오페라단이 예술의 전당에서 3월 16일부터 합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주역 김우경씨가 주연을 맡았다고 합니다.

순이

1 Comment

  1. 소리울

    2011-03-11 at 08:19

    저는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구원한다. 그 대목만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청춘은 돌려받고 싶어도 돌려 받을 순 없으니까 그냥 청춘처럼 살아야 한다고 울만이 말한 것처럼 숫자로 청춘을 말하지 말고 …
    늙어서도 철없는 소리울 처럼은 되지 말고…
    쉬운 파우스트.. 보고싶네요. 촌사람이라…아쉽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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