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여자는 왜 바람둥이 남자에게 끌리지? (리골레토)

만토바 공작의 궁정광대 리골레토는 젊은 공작의 호색적인 성격을 부추겨
채홍사 역할로 궁정귀족들의 부인이나 딸을 농락하게 하면서 쾌감을 느낍니다.
만토바 공작은 여성을 정복함으로써 삶의 희열을 느끼는 방탕한 사람입니다.
모든 사랑을 환락의 가치로만 생각하는 천하의 호색한으로
교회에서 본 질다에게 반하지만 역시 진정한 마음으로 그러는 것은 아닙니다.
오페라에서 유명한 바람둥이 돈 조바니 다음으로 만토바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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꼽추인 리골레토에게 아름다운 여자가 있다는 말을 들은 만토바 공작은
신하들에게 그 여자를 유괴해 오도록 합니다.
아름다운 여자라고 알려진 사람은 리골레토가 공작의 눈에 띄지 않게 숨겨서 키우고
있던 딸 질다입니다.
자신은 신체적 열등감을 악행으로 보상받으려는 악당이지만
딸에 대한 사랑은 지극해서 만토바 공작에게 들킬까봐 교회를 제외하고는
바깥 세상에 나가지 못하게 숨겨두고 곱게 길렀습니다.
그렇게 기른 딸마저 만토바 공작이 유혹해 겁탈하자 분노한 그는
자객을 시켜 공작을 죽이려 합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리골레토의 딸 질다는 사랑하는 만토바를 살리기 위해
자객의 칼에 대신 뛰어들어 죽음을 맞습니다.
농락당한 딸의 명예를 위해 싸우다 리골레토에게 조롱을 당한 귀족이
그에게 퍼부은 저주가 실현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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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둥이인 나쁜 남자 만토바 공작이 "여자의 마음"이라는 유명한 아리아를 부릅니다.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를 몰라도 여자의 마음은 아실 겁니다.
~바람에 날리는 깃털 같이~ 항상 변하는 여자의 마음~ 이런 가사의 노래입니다.
사랑에 대해 갈대와 같은 심성을 가진 사람은 노래를 부른 남자인 만토바 입니다.
여자의 마음이 갈대와 같은 것이 아니라 사랑을 깃털처럼 가볍게 여기는 바람둥이 남자의 마음입니다.
제목만 가지고는 노래의 내용을 지례 짐작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여자의 마음은“은 제목에도 혹하게 하는 뭐가 있지만
따라 하기 쉬운 멜로디를 가지고 있어서 그 당시도누구나 따라부를 정도로유행을 했다고 합니다.

만토바에게 딸을 농락당한 리골레토는

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살인 청부업자에게 공작을 죽여 달라고 부탁합니다.
살인청부업자는 오빠와 누이가 살인 동업을 합니다.
살인을 저지르는 것은 살인청부업자가 하고 남자를 살인현장까지 꼬셔오는 역할을 여동생이 합니다.
그런데 너무 재미있는 것은 살인 청부업자의 여동생도 순식간에
만토바 공작을 사랑하게 되어 그의 목숨을 살려주고 싶어 합니다.
그들의 대화를 엿들은 질다는 자기가 대신 죽으리라고 마음먹는데
그렇게 바람둥이이고 사랑을 일회용으로 생각하는 악마 같은 남자를 위해
대신 죽음을 맞이하려는 여자의 마음을 정말 알 수가 없습니다.
자신을 배신한 남자를 위해 목숨을 던지는 질다의 죽음은
사랑을 위한 숭고한 희생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순진하고 착한 여자가 첫사랑에 눈이 멀어 죽음을 택한 것은 아닙니다.
목숨을 걸 정도로 그를 사랑하기 보다는 불구인 아버지가 자기 이름도 알려주지 않을 정도로

(아버지 이름도 모르는 딸이라니요!) 마음을 딸에게 열어 보이지 않고,

아버지에게 갇혀 살면서 소통이 불가능한 세상에 절망한 나머지,
사랑에 눈뜨고 어른이 되는 문턱에서 삶을 포기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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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토바는 질다를 사랑하기보다 일회성 사랑으로 선택했을 뿐인데
질다는 만토바 공작의 달콤한 말에 속아 진심으로 그를 사랑하게 됩니다.
바람둥이의 조건으로 말을 잘 하는 것이 첫 번째 인 것 같습니다. ^^
속은 것을 모르고 남자를 애타게 그리워하는 것까지는 이해가 가는데
나쁜 남자인 것을 알고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나쁜 남자의 어딘가에 끌리는 설명할 수 없는 대단한 무엇이 있을까요?
그녀의 순진함에 비해 호색한의 사랑은 일시적인 희롱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도 그의 사랑에 대한 미련은 끝이 없습니다.

주위에서도 보면 바람둥이인 줄 전혀 모르고 사귀다가 상처를 받는 경우도 있지만
뻔히 소문난 바람둥이라는 것을 알면서 빠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남자는 자기가 바람둥이라는 것에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고
노골적으로 자신의 여성편력을 밝히기도 합니다.
이런 사람은 일회적이고 즉흥적이며 쾌락추구 적 입니다.
그런 것도 사랑의 한 형태이기는 합니다.
질다의 만토바 공작에 대한 사랑, 아니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대신 죽는 것도

설명이 미진하긴 하지만 살인청부업자의 동업자인 여자가 죽이려고 함정을 파고 만토바를 꼬이다가

오히려 사랑에 빠지는 것을 보면 만토바 공작이 잘생겨서 인지 남자의 바람둥이 인자가

여자를 홀리는 특별한 뭔가가 있는 것인지 궁금하고 재미있습니다.
모든 인간은 귀한 본성을 지니고 있으며 영원한 악인은 없다는
베르디의 인간관이 작용을 했다고 보여 집니다.
설명 가능한 악인이지요.

사실 바람둥이 남자들이 멋지긴 해요.
우선 외모가 잘 생기고 멋을 부리고 언변이 좋고 호의적이고
친절하고 두뇌가 비상한, 사람을 끄는 뭔가가 있어요.

바리톤이 주인공인 오페라의 가장 중요한 주제는 남녀의 사랑이 아니라

부녀나 부자간의 사랑이나 스케일이 큰 정치적인 문제를 다룹니다.

그러니 리골레토의 경우 부녀간의 사랑 즉 리골레토(아버지)와 질다(딸)의 이야긴데

만토바 공작과 질다의 입장이 더 궁금한 것을 보면 이런것도

바람둥이 남자에게 끌리는 현상이겠지요? ^^
가슴이 뻥 뚫릴 것 같은 박진감 넘치는 베르디의 벨칸토 오페라
리골레토를 재미있게 본 소감입니다.

순이

2 Comments

  1. 아킬러스

    2011-04-10 at 10:52

    그러게요…착한 남자는 왜 바람둥이 여자에게 끌려가는지요?ㅎㅎ   

  2. 시라소니

    2011-10-31 at 04:23

    순이님두 착한여자이겠죠?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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