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보고 저리 보아도 내 사랑

신생아가 한명 생기니 온 식구들이 다 아기 중심으로 움직입니다.
아기가 울면 식구들이 자다가도 일어나서 아기가 있는 방으로 슬슬 모입니다.
배고픈 거 아니야?
기저귀가 젖었나 봐야지?
아까 우유 먹고 트림 제대로 안했지?
배꼽이 아픈 것 같아.
변이 안 좋은 것 같은데….
저마다 유모라도 된 듯 걱정을 한마디씩 보탭니다.
그러다 건이가 젖을 먹고 잠이 들면 다들 졸린 눈을 비비며 자기 방으로 돌아가
다시 잠이 드는데 불편해 하는느낌들이 없습니다.
특히 잠에 대한 애착이 많은 사람이라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에는 깨우지 말라." 고
방문 앞에 걸어 놓고 잤다는 처칠처럼 나는 전쟁이 난다고 해도 잠부터 잘 사람입니다.
그런데도 다른 일로 잠이 깨었으면 무지 짜증을 내었을 일인데
손자의 일로 하룻밤에 몇 번 씩 깨어 잠을 설쳐도 전혀 화가 나지 않습니다. ^^

우리 어머니 얘기를 들으면 옛날 엄마들은 밭을 매다가도 아기를 낳고
다시 일을 했다는데 요즘엔 그때에 비해 경제적인 여유가 생겨서 그런지
사람의 격이 높아진 것인지 산전 산후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논에 모를 내다가 산통이 와서 집에 들어와 아이를 낳고 다시 밥을 해서 이고
논에 나갔다는 할머니 얘기도 들었는데 사람의 몸은 다 마찬가진데
옛날 어머니들이 얼마나 고생을 하셨는지 알 수 있습니다.
몸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고 뼈 마디마디가 움직여야 아이를 낳는데
헐거워진 관절이 바로 자리 잡기도 전에 힘든 농사일을 하셨으니
여자들에게 얼마나 잔인하고 모진 세월이었는지 모릅니다.
그런 것에 비해 요즘엔 아이를 낳는 일이 무슨 벼슬처럼 유세가 많아졌습니다.
출산을 잘 하지 않으니까 임신이 되었다고 하면 출산 장려금도 정부에서 40만원이나
지원하고 저소득층 산모에겐 출산도우미도 보내 준다고 합니다.
부모가 여력이 되면 산후조리원엘 가게 되는데 산후조리원 비용이 엄청 비싸더군요.
비용도 그렇고 남의 손에 맞기는 것 보다 내 집에 두고 보는 것이
더 나을 듯해서 집으로 산모도우미가 오시는데 아주 베테랑입니다.

내 나이 또래의 아주머니신데 산후도우미만 10년을 하셨답니다.
몸이 약해 보이셔서 서울에서 출퇴근을 하시는 것이 좀 안쓰럽습니다.
낮에 나는 점방에 나와 있어서 모르겠는데
산모를 위한 식사와 신생아 목욕서 부터 빨래 청소까지 다 하신답니다.
친정엄마인 나는 건성이지만 산모 도우미는 전문적으로 하는 일이라 능숙하고
많은 것을 가르쳐 주신답니다.
산후조리원에 보낼까 집에서 할까 여러 번 망설였는데
집에서 산후 조리를 하게 한 게 잘 한 일 같습니다.

신생아…
새 생명은 경이롭기 그지없습니다.
자다가 입을 크게 벌려서 하품도하고 딸꾹질도 딸꾹딸꾹하고
울기도 하고 다리를 쭉 펴고 기지개도 켜고 응가도 하고 쉬도 하고
배고프면 울기도 하는 등 사람이 하는 일은 다 합니다.
자면서도 배냇짓이라도 하는 듯 방긋이 웃기도 합니다.
어찌 보면 제 아빠를 닮은 것도 같고 어찌 보면 엄마 모습도 있고
건이 할머니가 보시면 건이 큰아빠 닮았다고 하시고
보는 사람마다 닮았다는 사람이 다릅니다.
나는 누굴 닮았나를 찾기보다 이리 보아도 예쁘고 저리 보아도 예뻐서
자꾸 들여다보게 됩니다.
아기를 요위에 내려놓고 몇 사람이 둥글게 감싸고 앉아서 아이를 들여다보다가
스크럼을 한 김에 파이팅이라도 외쳐야 하지 않을까 해서 웃었습니다.
우리 동네 목련이 몽글몽글 피어나고 있는데
새 생명까지 선물로 받아 이봄이 새삼 감격스럽습니다.

어떤 분이 저에게 평소에도 글 수다가 많은데 손자가 태어나면
그 글감을 다 어찌 할거나 고 걱정하시던데 사실 할 말은 많은데
차분히 앉아서 글 쓸 시간이 없네요.
그 수다 다 들어주기 힘든 분들에게는 다행이지요? ^^

순이

4 Comments

  1. 푸나무

    2011-04-08 at 08:36

    드디어 시작이시군요. 하하   

  2. 김진아

    2011-04-08 at 14:03

    *^^*   

  3. 소리울

    2011-04-18 at 12:40

    정말 축하드립니다. 인간꽃 그 자체이지요. 얼마나 예쁘시겠어요? 예쁘다 마다요.
    글 수다 다 들어줄 테니 많이 많이 하십시요.
    전에 왜 있잖아요. 옛날 동요 옮겨 가신 것. 그런 것도 흥얼흥얼 하시고
    아기 안고 손타게 만드시고, 치마 들쳐서 코닦어 주시고 젖꼭지 입에 빨아보고
    아이에게 물려 주시고, 예날 할머니들 하신 것 다 하셔도 아무도 야단 치치 않을 겁니다.
    너무 예쁘니까요.
    우리도 이리 좋은데 오죽하시겠어요?
    새 생명의 경이로움, 많이 많이 수다들으러 와야겠습니다.   

  4. 리나아

    2011-04-19 at 15:34

    많이 이쁘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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