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먹이는 내 딸이 안쓰러워 눈물이 …..

환하고 따듯한 방에서 아기가 잘 먹고 잘 자고 하는 것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지극히 평화롭고 아름답습니다.
제 어미의 젖을 충분히 먹고 뽀얗게 잠이 든 아기를 보고 있노라면
생명의 신비함에 경외감이 들고 큰 선물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가 절로 나옵니다.
오만상이라고 하더니 아기의 표정은 수시로 변합니다.
찡그리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생각하는 듯 심오해 보이기도 하고
입을 벌리기도 하고 눈을 떴다 감았다 하며 얼굴근육을 묘하게 움직이기도 해서
아기의 표정만 바라봐도 지루한 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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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산모들은 젖이 안 나와서 모유수유를 하지 못하는 산모가 대부분이랍니다.
10년을 넘게 출장 산모도우미를 하시는 분 말씀이 다섯 명 중 한명 정도나
모유를 먹이는데 성공하고 대게는 모유가 생산이 안 되어 어쩔 수 없이
분유를 먹이게 된다고 합니다.
모유가 안 나오는 데는 산모가 허약한 것도 있고
젖이 안 나는 체질일 수도 있고
제왕절개를 해서 아이를 낳은 후 항생제를 많이 써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산후에 따르는 여러 가지 형편과 이유가 있겠지만
그만큼 모유수유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내 생각에는 옛날 보다 항생제를 많이 써서 그럴 것 같습니다.
아기에게 모유를 먹이려고 시도하는 일도 여간 결심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직장도 포기해야 하고 아기 키우는 일에 전념을 해야 합니다.
미리 마음의 준비도 해야 하고 항생제 등 약을 먹지 말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산모의 건강상태가 좋아야 하고 밥을 잘 먹어야합니다.

똑같이 젖 먹이는 모습을 보고
시어머니는 손자에게 많이 먹어라 많이 먹어라 하고
친정어머니는 손자에게 그만 먹어라 그만 먹어라 한다는 우스갯말이 있는데
그게 우스개가 아니고 경험에서 나온 말인 것을 알았습니다.
어제 저녁에 집에 들어갔더니 아기가 깨어 놀고 있었습니다.
응가 한 것을 갈아주고 엉덩이를 씻기느라 젖먹이는 일이 조금 늦어졌더니
아기의 배가 많이 고팠나 봅니다.
아기가 엄마젖을 물자 컥컥 소리까지 내면서 정신없이 젖을 빨아 먹습니다.
숨을 몰아쉬면서 열중해서 젖을 빠는 아기를 보고 있자니
내 몸의 뼈가 저린 느낌이 옵니다.
건강하게 수유를 하는 모자를 행복하게 바라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휴 내 아까운 딸을 손자가 다 파먹는구나…

이 무슨 생뚱맞고 이상한 느낌인지 모르겠습니다.
스스로도 깜짝 놀라서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세상 것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고 내 생명을 바꾸라고 해도 바꿀 수 있는
너무도 귀하고 사랑스러운 손자라고 생각했는데
내 딸의 젖을 열심히 빨아먹는 손자를 보고 있자니
내 딸이 손자에게 다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뼈가 저려오는 것입니다.
뼈가 저리다고 하는 느낌을 처음 느꼈습니다.
그게 친정엄마의 마음일까요?

몸도 약하고 얼굴도 조그맣고 가느다란 손목과 손가락을 가지고도

젖먹이 어미 노릇을 하는 모습이 애처롭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우유먹이라고 할 걸" 이런 생각까지 듭니다.
딸에게 "젖 먹이기 힘들지 않니?" 라고 물었더니
"우유 타는 것이 더 힘들 것 같은데 젖 먹이니 편해요." 이럽니다.

내가 내 아이에게 젖을 먹일 때 사랑스럽고 행복했던 그런 느낌이겠는데
왜 나는 딸이 안쓰럽고 뼈가 저려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도록 젖을 빠는 손자를 보다가 벌떡 일어나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 큰 컵으로 하나 가득 따라서
데워가지고 딸에게 마시라고 했습니다.
금방 저녁 먹어서 배가 안 고프다고 해도 억지로 마시게 하면서
그걸 마시는 거라도 봐야 내 마음이 편할 것 같았습니다.

잘 먹고 잘 자는 손자가 더 없이 귀엽고 사랑스러운데
내 딸이 안쓰럽고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사위는 자녀를 5명 정도 낳아서 길러보겠다고 하는데

내가 참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다섯 명이 파먹고(!) 나면 내딸이 얼마나 힘들겠어요?

내 자녀가 아까운건이성적으로 접근하거나 해결 할 수있는 문제가 아니더라구요. ^^

순이

5 Comments

  1. 벤조

    2011-04-12 at 06:10

    정말 그런 마음이 들까요?
    제겐 다 행복한 투정으로 보입니다.ㅎㅎ
       

  2. mutter

    2011-04-12 at 11:54

    친정엄마의 마음이 그렇군요.
    글을 읽고 보니
    ‘그럴수도 있겠다’ 는 생각이 드네요.
    순이님의 마음이 보이네요.
    저는 이런글이 좋아요.   

  3. 김미정

    2011-04-13 at 01:40

    친정엄마의 마음이네요… ^ ^
    첫딸 산후조리를 친정집에서 했는데, 워낙 젖도 안돌았지만…
    엄마는 금방 우유먹이라고 하더군요…
    모유는 겨우 일주일정도… 엄마가 우유를 타와서요… ㅎㅎㅎ

       

  4. 리나아

    2011-04-15 at 17:16

    휴…난 딸이 없어서 어떤 마음이 들런지………….!
    강아지암컷을 키워봤는데. 첨 데리고올땐 새끼봐야지.. 했지만
    나중에 정이들고 예뻐죽을 정도가 되니 우리강지 몸 상할까봐 새끼 못 보겠더라구요..
    한마리도 아니고 너댓마리 젖 먹일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안돼서리…

       

  5. 지나

    2012-05-18 at 17:31

    it’s true…. it’s 엄마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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