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라도 사랑스러운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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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딸이 작년 사월에 결혼하고 일 년이 지나 “건이 엄마”가 되었습니다.
건이 엄마 아빠를 중매한 우리 제부가 책임감 때문인지
원래부터 알던 사이라서 그런지 내외에게 더 관심을 가집니다.
결혼 초에 어찌 지내는지 걱정이 되어 제부가 새신랑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잘 지내는 지를 묻고, 봄이 되어 꽃도 피고 하는데
집에만 있지 말고 꽃구경이라도 가라고 권했더니
"집에 꽃이 있는데 무슨 꽃구경을 가요?" 라고 해서
제부가 할 말이 없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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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의 단꿈에 젖은 새신랑다운 발언이었지만 우리 집에서는
한동안 새신랑을 놀리는데 써 먹었습니다.
"집에 꽃이 있다며?"
"집에 꽃이 있어서 회사가기 힘들지?"
"집에 있는 꽃이 그렇게 예뻐?’
이러며 이모 삼촌 들이 새신랑을 보기만 하면 놀려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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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이가 태어난 후 건이 아빠에게 내가 물어 봤습니다.
"건이가 꽃이야? 건이 엄마가 꽃이야?"
사위는 곤란해 하면서 즉답을 피하고 웃음으로 대신하더군요.
나도 굳이 대답을 듣고자 한 것은 아니라서 그냥 흘리고 말았습니다.
우리 작은 딸은 내가 건이를 하도 예뻐하니까
“엄마는 딸이 더 예뻐? 건이가 더 예뻐?”하고 질투를 하기에
“너는 엄마가 더 예쁘냐? 건이가 더 예쁘냐?” 다시 물었더니
아무 말 못하고 말더군요.
그런데 사람이 꽃 일 수 있다는 느낌이 정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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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호수공원에서 꽃박람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멀리서도 관광버스를 타고 꽃박람회 구경을 오는데
일산시민으로서 꽃구경을 가 봐야하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아직 시간을 얻지 못해서 가지 못했습니다.
내 사정을 아는 손님이 "꽃구경 안가요?" 라고 묻는데
예전 같으면 “꽃구경 가고 싶은데 시간이 없네요."라고 했을 탠데
"집에 꽃이 있어서 호수공원까지 안가도 돼요!" 라는 말이
내 입에서 툭 튀어나옵니다.
정말 한 번도 하려고 작정한 말이 아닌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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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이가 꽃 보다 더 예쁜 것은 사실입니다.
오늘로 생후 꼭 한 달이 되었는데 젖살이 올라 얼마나 예쁜지 모릅니다.
산후에 친정에 와 몸조리를 한 건이 엄마가 이제는 집으로 가야할 것 같다고
슬슬 준비를 하는데 건이가 제집으로 돌아가고 나면 무척 서운할 것 같습니다.
보러 자주 갈 수도 없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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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누군가에게 꽃인 적이 있었을까?
우리 어머니는 나를 꽃이라고 여기진 않으셨고 늘 "큰애야! 큰애야! 하셨습니다.
많은 자녀를 키우느라 힘들고 바쁘셨던 어머니는
자녀를 꽃으로 여기기엔 너무 여유가 없는 삶을 사셨습니다.
대신 우리 할머니께서 "내 강아지! 내 강생이!" 라고 부르셨습니다.
할머니는 큰손녀인 나를 무척 사랑하셨습니다.
동생이 태어나자 할머니 방으로 밀려나서 할머니 품에서 할머니의 젖을 만지며
잠을 자곤 했습니다.
할머니는 내가 다 크도록 엉덩이를 투덕투덕 두드리며
"아이구 이쁜 내 강아지!" 라고 다정하게 부르시던 목소리가 지금도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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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건이가 나에게 꽃이듯이
내가 우리 할머니의 귀여운 강아지였듯이
우리는 누군가에게는 사랑스러운 꽃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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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

6 Comments

  1. 김진아

    2011-05-04 at 06:45

    그럼요. 세상에서 가장 예쁜 꽃인걸요. ^^

       

  2. Hansa

    2011-05-04 at 10:07

    진정 꽃입니다.
    손주 자~알 생겼습니다. 하하

    건강하게 자라기를 기원합니다.

       

  3. jh kim

    2011-05-04 at 11:46

    축하드립니다
    얼마나 좋으실까 ?
    얼 마나 기쁘실까 ?
    우짜면 이리도 잘생겼을까 ?
    우짜면 이리도 미남일까 ?
    울 순이님 날마다 시간마다 마음이 싱승생숭 싱글 벙글
    이곳까지 웃음소리가 들려오는듯 하답니다
    다시한번더 축하드립니다   

  4. 벤조

    2011-05-05 at 03:00

    한달짜리 아기가 어쩜 저렇게 남자같이 생겼을까요?
    아무리봐도 남자예요.
    잘 생긴 꽃이라구요?

       

  5. 리나아

    2011-05-05 at 15:03

    아기 바라보고있으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지요..
    아이구! 저 하품하는 입 좀 봐..! 입도 크게 잘 벌리네..
    아주멋진사내야요~

       

  6. 파란하늘

    2011-05-08 at 05:12

    정말 좋으시겠네요.
    아기때는 젖주면 좋아하고,,,하던 노래가사가 있었듯이
    참으로 순수의 그 자체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예쁜 손주를 두셨으니 부럽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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