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은 좋지만 헤어지는 것은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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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 전 큰 딸이 태어났습니다.
사우디에 살 때인데 신생아용 유모차가 저렇게 생겼습니다.
큰딸이 출산 날이 다가오자 출산 준비를 하면서
자기가 애기 때 타던 유모차가 어디 있냐고 물었습니다.
32년 전이면 까마득한 옛날이라 딸을 유모차에 태웠는지도 잊고 있었는데
앨범을 찾으니 저 사진이 나오는 겁니다.
아기를 대리고 산책을 나갔더니 아기를 보더니 반갑다고 들여다보는 사람을 남편이 찍은 사진입니다.
왼편은 필리핀 아줌마이고 오른쪽은 네덜란드 아줌마인데 이웃에 사는 분들입니다.
저 유모차를 작은 애까지 태운 기억이 나는데 그 다음엔 누굴 준 것 같기는 한데 생각이 안 납니다.
저 유모차가 있으면 딱 좋겠는데 지금껏 어디에도 남아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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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이가 생후 50일 정도 되어 유모차가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햇볕도 쬐어 주어야하고 교회도 가야하고 조금씩 외출할 일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좋은 것을 장만하면 건이 키우고 나서 작은딸 애기 낳으면 빌려주고 건이 동생 낳으면 또
필요하고 손자가 네 명은 될 터이니 돌려가며 타면 될 것 같아서
비싸긴 하지만 아깝다는 생각 없이 사게 되었습니다.
오르빗이라는 상표인데 외국에 직접 주문을 해서 받았습니다.
지금은 유아기라 저런 상태로 타고 조금 자라면 세워서 태울 수 있습니다.
파파라치 실도 있고 여름에 필요하면 사용할 수 있는 모기장도 있습니다.

360도 원하는 방향으로 회전및 각도 조절이 가능하고
흔들림이 최소화 되어부드러운 주행을 하게 하고
친환경 국제인증을 통과한 패브릭만 사용했답니다.
섬유는 오가닉으로 해서 아기가 빨아도 해가 없는 것으로 만들었고
성장에 따른 맞춤형이라 유아 안전시트에서 맞춤형 시스템으로 설계되어 있답니다
유모차시트 신생아 패드 스낵트레이 안전가드 등이 포함되었고
요모조모로 아기를 위한 안전 장치가 너무도 섬세하게 돼어 있어서
좀 비싸다는 느낌이 들었었는데 비쌀만 하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바뀌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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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이가 자기네 집으로 가게 되어 헤어지려니 섭섭해서 작은 딸은 울고
건이 엄마도 눈물이 글썽거리고 어디 멀리 외국이라도 떠나는 것처럼
헤어지는 것을 유난하게 어려워하기에
“작은 도치 우는 것 말짱 꽝이야! 저 애기 낳으면 건이 거들떠도 안 봐!

그러니 눈물에 속지 말고 빨리 가…이러며 등을 떠밀어 보냈습니다.“
사실 그렇지 않겠어요?
지금 괜히 건이 없이는 못살 것처럼 작은 딸이 그러지만 저가 결혼해서 애기 낳으면
조카는 뒷전이 되는 거 당연한 것이잖아요.
건이 아빠도 자신의 형님이나 누님 자녀들을 그렇게 예뻐했는데
아무리 같이 놀아주고 봐 주다가도 응가 한 기색이 있으면
얼른 제 엄마에게 대려다 주고 응가 한 것을 한 번도 갈아주지 않았다는데
지금 아빠가 되고 보니 건이 기저귀 갈아주는 것을 즐깁니다.
건이가 응가를한 기색이 있으면 맑은 물로 엉덩이를 깨끗이 씻기고
보송보송하게 해서 기저귀를 갈아 주면서 건이의 응가는 하나도 더럽다는 느낌이 안 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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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이 엄마가 산후 조리를 마치고 자기 집으로 갔습니다.
아이 한명이 주는 생기로 집안이 가득했는데
아이가 제집으로 가고 나니 이렇게 서운 할 수가 없습니다.
저녁이면 빨리 집에 들어가 아이를 봐야지 하면서 걸음을 빨리하곤 했는데
지금은 집안이 썰렁한 느낌마저 줍니다.
작은 도치는 건이 간다고 엉엉 울면서 헤어졌습니다.
외국을 가는 것도 아니고 맘만 먹으면 가서 볼 수 있는데 왜 울고 그러느냐고
말리고 보니 나는 섭섭해도 울 겨를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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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할머니께서 손자들이 방학에 집에 내려갔다가 개학을 해서 돌아가면
골목이 끝나는 지점, 큰길이 시작하는 곳 까지 따라 오셔서 서 계시곤 하다가
눈물을 흘리곤 하셨습니다.
멀리 가다가 돌아다보면 그 자리에 서서 자꾸 손을 흔들곤 하셨는데
그 마음이 지금 이해가 됩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헤어지는 것이 점점 어렵다는 것을 느낍니다.
마음이 약해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친정엄마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을 했는데도
사부인이 아기와 산모를 잘 돌봐주어서 고맙다고 전화를 하시더군요.
사위는 자기 가족이 출발하고 나면 읽어 보라고 하면서 편지를 한통 주고 갔습니다.
그동안 아내와 건이를 잘 돌봐 주셔서 천국 같은 안식을 누려서 고맙다는 인사와
아내와 건이를 위해 최선을 다해서 일등남편 일등부부 일등아빠 일등가족이 되겠
다는 약속을 편지에 적어주고 가는 군요.
일산에서 잠실, 멀지도 않은 곳을 가면서도 이렇게 예쁜 마음을 적은 편지를 주고 가니
정말 행복했습니다.
내 딸을 사랑하고 손자를 사랑하는 사위이면 더 무엇을 바라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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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부터는 컴퓨터 바탕화면에 건이 사진을 깔아놓고 쳐다봅니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건이의 모습을 자주 보지는 못하겠지만
함께 있은 50일 정도 아주 행복한 나날이었습니다.
새로 장만한 유모차를 타고 가족이 석촌호수로 산책을 나가겠지요.

순이

3 Comments

  1. 김진아

    2011-05-24 at 04:43

    제 동생들 보면..

    결혼을 해서 자식을 낳아도,

    첫 정이라고 하나요..그것 참 묘한 ‘정’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제겐 첫 애, 동생들에겐 첫 조카인 큰 아이를, 지금도

    그렇게 애끓듯이 신경쓰고 보아줍니다. 건이 이모님 우시는 것 이해되어요. ^^   

  2. 리나아

    2011-05-24 at 11:10

    아유 그사이 참 이쁘게 멋지게 컸군요..
    정말 귀엽구 잘 생겼네요… 저 아기를 보니까 이제 나두 할머니 되구 싶은
    생각이 드는군요.. 아무때고 될 할머니 .언제됐든 될텐데….해왔지만 이제
    빨리 할미가 되고 싶단 생각이 듭니다요.. 어쩔수없나봅니다..
    내 아이가 난 아이 .. 예쁜게 당연한거지요~!!!!
       

  3. 한들 가든

    2011-05-24 at 14:50

    헉!!!~~~ 한들이 그 짜슥
    하나밖에 엄는 아들 이름이 권건입니다,^^ ㅎㅎㅎ

    얼마나 이쁘시겠어요~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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