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소박한 피아노독주회를 다녀왔습니다.
외사촌 오라버니의 딸이 하는 연주회로 예술의 전당 앞에 있는 조그만
음악 홀을 빌려서 하는 발표회 성격의 독주회였습니다.
서울 바로크 체임버 홀에서 어인정 피아노 독주회가 있다고
문자 메시지가 들어왔는데 처음엔 그냥 무심코 지나쳤습니다.
돌체에서도 음악회 알림 문자가 수시로 오고
세종문화회관에서도 음악회 안내를 문자로 알려오지만
내가 가고픈 것이 아니면 대게 그냥 흘려보내기 때문에 그런 문자인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넘어 가면 끝인데 정말 우연히 문자메시지함에 문자가 너무 많이 차 있기에
지우려다가 다시 한 번 보게 되었습니다.
세종문화회관 체임버 홀이 아니고 바로크 체임버 홀은 처음 보는 곳이고
독주자 이름이 어인정인 것을 보고 사촌오라버니 딸인 것을 알게 되어
문자에 찍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거니 사촌올케 언니가 받았습니다.
인정이가 독주회를 하는 거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하기에
전화를 주시던지 하지 하마터면 놓칠 번 하지 않았냐고 했더니
바쁜데 꼭 오라하기가 뭣해서 알리기만 한 거라고 합니다.
손님이 적어서 홀이 180석이나 되어 다 안 찰것 같다고 하기에
내가 아는 사람들을 모시고 가겠다고 했습니다.
우선 동생들에게 연락하고 대학에 다니는 조카들에게도 연락해서
시간 내어 참석하라고 열심히 독려를(?) 했습니다.
관람료를 내라는 것도 아니고 운동시합을 하는 것도 아닌데
여러 곳에 전화를 걸어 참석하라고 권하고 보니 조금은 기분이 묘했습니다.
내가 대강 동원할 수 있는 인원이 적게 잡아도 20명은 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막상 연주회 당일이 되니 다들 슬금슬금 빠집니다.
무슨 약속이 있다거나 지방에 내려가 있기도 하고 중요한 일이 생겨서 못 오겠다는 것입니다.
음악회는 졸리고 심심한 것으로 생각하고 즐겁게 참석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몇 안 되는 인원이지만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독주자의 학교 동창과 친구들, 아버지와 어머니 친구 분들과
피아노 학원수강생 어린이와 가족들이 참석한 조촐한 자리였습니다.
독주자의 어머니가 몇 십 년 피아노 교습소를 했습니다.
개포동에서 피아노 학원을 하는 어머니 덕택에 인정이는 어머니 뱃속에서 부터
피아노 음악을 접할 수 있었고 아마 자연스러운 태교가 되었나 봅니다.
어려서부터 피아노에 소질이 있어서 피아노로 예고를 졸업하고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해서
지금은 어머니와 함께 피아노 교습소를 하고 있습니다.
피아노를 가르치는 선생님답게 연주를 정말 또박또박 정확하게 잘했습니다.
소질이 있든 없든 음악을 좀 한다하는 사람들은 외국유학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그렇게 커리어를 쌓아가는 것을 봐왔는데
인정이는 외국유학도 다녀오지 않고 피아노가 좋아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어머니와 함께 피아노 교습소를 이어서 하는 조카가 너무도 예뻐 보였습니다.
사촌 오라버니 되시는 분도 딸의 정식 연주는 처음 들었다며
"내 딸이 피아노를 저렇게 잘 하는지 몰랐다."고 하시는 군요.
연주자가 자비로 음악 홀을 빌리고 초대장을 찍어 무료로 초대하고 음악회 끝나고 나서는
저녁까지 사주시고 마무리로 자동차 주차비까지 내 주시는 것을 보고
자녀에게 예능교육을 시키는 것은 부모에게 끝없는 부담이 되는 우리 현실을 봤습니다.
클래식 음악 특히 피아노나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고
부단히 노력해야하지만 많은 연주자들이 이름 없이 살아갑니다.
우리가 아는 몇 몇 음악가들은 정말 특별한 재능을 타고난 분들입니다.
매년마다 많은 음대생들이 사회로 나오지만 일할 자리는 많지 않습니다.
예능을 하면 부모들이 자녀에게 끝없이 투자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성공이 보장되는 일도 아니구요.
그런 현실에 어머니와 함께 피아노 교습소를 하면서
자신의 소질을지속적으로 계발해 나가는 조카가 대견하기만 합니다.
소박한 피아노 독주회를 다녀온 기분이 산뜻했습니다.
순이
Lisa♡
2011-06-09 at 13:36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