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 연애도 이렇게 열렬하게 못해 봤는데 ^^

 

2.jpg

 

생업의 연장이라고 할 수 있는 미팅을 위해 일본 삿포로에 다녀왔습니다.

큰 버스에 타자마자 겔럭시 탭을 꺼내 인터넷이 되나 점검해 보려고
열었더니 무선 인터넷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비싼 로밍을 할 필요까지는 느끼지 않아서 끌려고 했더니
통로 옆자리에 앉았던 여선생님이 언제 보시고는
“어머 바탕화면에 사진이 누구예요?”라고 관심 있게 물어옵니다.
떠나기 전날 작은 딸의 생일이라 모여 저녁을 먹으면서
생일 케이크를 본 김에 (!) 사위와 큰딸 손자 건이의 사진을 찍어서
바탕화면에 넣어가지고 온 사진입니다.
손자가 몇 살이냐고 묻기에 며칠 부풀려서 이제 백일이라고 했더니
여선생님은 자신의 휴대폰 폴더를 열어서 손녀 사진을 보여줍니다.
나보다 5~6세 나이가 적은 분이고 유난히 젊고 예쁘게 생긴 분인데
벌써 할머니가 되셨냐고 내가 놀랐더니 손녀가 벌써 7살이라고 합니다.
딸이 대학졸업을 한 달 남겨두고 서둘러 결혼을 하는 바람에 40대에 이미
할머니 소리를 들었다고 억울해 하면서도 손녀 자랑을 멈추지 못합니다.
“내가요 딸집에 전화를 하면 우리 손녀가 받거든요, 그러면 ‘누구세요?’ 라고
모르는 척 물어보면 내 이름을 부르면서 ‘이미영 할머니 딸, 신경희가 낳은 손녀
예지잖아요? 할머니는 그것도 모르세요?’ 이러며 따지는데 그게 귀여워서
매번 그런 장난을 치곤해요.” 라면서 수다가 길어집니다.

 

10.jpg

 

바로 앞 통로 옆자리에 앉아있던 남자 선생님이 뒤를 돌아보며 웃습니다.
할머니들의 수다에 끼고 싶으셨던 겁니다.
“내 친구 녀석들도 만나면 손자 자랑에 여념이 없던데 할머니들도 그러시는군요.
손자가 그렇게 좋아요?”
“선생님은 아직 손자를 못 보셨나 봅니다. ”
“예, 아들 둘이 다 서른이 훨씬 넘었는데 장가를 안가네요.”
“친구 분들 손자 자랑할 때 선생님은 뭐하세요?” 내가 약 올리듯 물었습니다.ㅎ
“또 시작들 하는군. 술값이나 내고 자랑해. 이러면 서로 술값 내겠다고 해요.
이 친구들이 평소에도 이렇게 수다쟁인가 하면 그렇지 않거든요.
별로 말이 없어서 만나면 서로 눈만 껌뻑 거리다가 술 마시고 헤어지곤 했는데
요즘엔 완전 수다쟁이 할아버지 들이예요.”

 

11.jpg

 

카카오톡 이야기 할 때 이미 말씀 드렸지만
조그만 휴대폰으로 받아보는 사진이 맘에 들지 않아서 화면이 큰 겔럭시 탭을
건이 사진 받아 보려고 장만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거든요.
그러면 건이 사진을 받아 보는 일이 그렇게 가치 있냐고 물으시면
그렇다고 자신 있게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사실은 옆에 두고 매일 매일 보고 싶지만 나는 일산에 살고 건이는 잠실에 살고 있으니

자주 만나지 못하는 대신 사진으로라도 매일 보고 싶은 것입니다.

 

12.jpg13.jpg

저녁 마다 사진이 전송되어 오면
“아~ 유 예뻐라!” “아~ 유 예뻐!” 감탄을 합니다.
감탄사 중에 아는 단어라고는 예쁘다는 말 밖에 모르는 사람처럼
예쁘다! 라는 말을 반복하게 됩니다.
하품을 해도 예쁘고 주먹을 빨아 먹어도 예쁘고 기지개를 켜도 예쁘고
하물며 응가를 해도 예쁘고 정말 예뿐 것 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감탄할 일이 그렇게 많지 않은데
생명의 신비는 이렇듯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감탄을 하다보면 마음이 즐겁고 저절로 행복해 집니다.
그러니 생활이 활기 있어 지는 듯도 합니다.
일하고 있다가도 건이를 생각하면 얼굴에 저절로 미소가 번지고
혼잣말로 “건이 보고 싶다.” 이렇게 중얼거리기도 합니다.
연애도 이렇게 열렬하게 못해 봤는데 손자에게 가는 마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5.jpg8.jpg

 

오늘이 건이가 태어난 지 꼭 백일이 되는 날입니다.
지난 일요일 건이 친가식구들과 외가 식구들이 모여 저녁 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남편도 평소 모습과 어울리지 않게 손자를 안고 누구를 주려고 하지 않습니다.
건이를 안고 저녁 식사를 하겠다고 우길 정도 입니다.
남편에겐 딸만 둘이라도 평소에 아들이 없어서 서운하단 티를 낸 적이 없었는데
건이를 보니 다른 사람들이 목욕탕에 아들과 함께 오는 것이 부러웠다는
새삼스러운 고백도 합니다.
두 딸을 키울 때는 어머니가 계셨고 자기 일이 바빠서 그렇기도 했겠지만
육아에 관심도 없던 양반이 “퇴직하면 건이나 볼까?” 이러기도 하더군요.

 

예쁜 꽃도 매일 보면 시들할 것이고 아름다운 경치도, 놀라운 건축물도, 자연풍광도
와~~~ 멋있다!

이렇게 감탄 몇 번만 하면 끝이지만 손자는 보고 또 봐도 경이롭고 사랑스럽습니다.
건이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내가 장난으로 “할머니의 육아일기를 쓸까” 했더니
정말 건이 이야기 너무 많이 해서 죄송스럽습니다. ^^
오늘 건이가 태어난 지 백일이 되는 날입니다.

 

순이

6 Comments

  1. 김진아

    2011-07-12 at 05:38

    건이의 백일을 진심으로 축하 합니다. !!!!

    건강하게 무럭무럭 잘 자라기를 기원합니다.

    *^^*   

  2. 데레사

    2011-07-12 at 10:31

    축하합니다.
    무럭무럭 잘 자라기를 바랍니다.   

  3. 공군

    2011-07-12 at 13:35

    건이가 놀랍게 커졌네요…그리고 핸섬 가이고…ㅎ
    내가 손자 자랑할땐 건이는 이미 어른이 되어있을까요? ㅋ
    정말 건이 얘기에 다른 얘기는 하질 못하는구먼요
    그치만 건이는 할머니 다 잊어버린다우…그거 잘 기억하세요
    이렇게 김이래도 빼야지…
       

  4. 푸나무

    2011-07-12 at 14:01

    아니 이렇게 이쁜 건이와 연애를 안한다면
    정말 이상한 사람이지요.
    나도 줄설거예요.
    건이 팬 대열에
    아 정말 건이 한번 안아보고잡다.
    갈수록 이뻐지네요?
    엄마 아빠보다 더 잘생긴것 같아요.
       

  5. 말그미

    2011-07-12 at 16:54

    아고~~
    너무 이쁩니다.
    보고 또 봐도 이쁜데 얼마나 더 귀여우세요.

    저는 어제 태어나 겨우 핏덩이 면한 데도
    우리 손녀가 그리 이뻤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경험입니다.

    볼수록 이쁘다는 심정, 충분히 알겠습니다.
    그런데 너무 젊은 할머니이신 것 같습니다, 순이님.^-^

    저도 단박에 이쁜 건이의 팬이 되었습니다.
    백일 축하드립니다.    

  6. 벤조

    2011-07-12 at 22:48

    부럽기가 한이 없네요.
    참 잘생겼어요.
    할머니가 난리 피울만해요…ㅎㅎㅎ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