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것이 드라마이고 소설입니다.

심약한 대신 다정하고 따뜻하셨던 아버지와 강인하고 곧은 성품의 어머니 때문에
우리 집은 아버지 어머니의 성품이 바뀌면 좋겠다는 생각을 어릴 때 자주 했습니다.
어머니께 칭찬이 좀 듣고 싶고 위로 받고 싶어도
우리 어머니는 칭찬에 인색하셔서 너무 야박하기까지 합니다.
공부를 좀 잘해서 상을 받아 왔으면
"그래 잘했다 더 잘해라. "이런 말씀을 한번쯤은 해 주시면 좋으련만
아버지가 옆에서 잘했다고 하셔도
"해주는 밥 먹고 공부도 못하느냐? 그것도 못하면 밥을 먹지 말아야지."
이러셔서 서운하기도 하고 계모가 아닌가? 그런 생각도 해 봤습니다.
그래도 아버지께서 따뜻하게 감싸주셔서 어머니의 냉정한 태도에
서운해 하지 않을 수 있는 체질을 강화 시키고 살게 되었습니다. ^^
아버지는 우리 자녀들에게 책 읽는 모범을 보이셔서
독서하는 습관은 아버지께로 부터 물려받았습니다.
우리가 학교에 다녀오면 아버지께서 공부를 가르쳐 주셨는데
지금으로 치면 훌륭한 과외 공부였습니다.

자녀를 끝없이 사랑하셨던 아버님이 막내 남동생이 10살 때 돌아가셨습니다.
오라버니와 나만 경우 20대의 성인이 되었지만 아래로 초등학생 두 명에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이 각 한명으로 다섯 명이 학생입니다.
요즘엔 맞벌이 부부도 한두 명 자녀도 돈이 많이 들어 키우기 어렵다고 하는데
그때는 셋방을 전전하며 다섯 명의 자녀가 학교에 다닌 다는 것은
기적이 아니고는 불가능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아버지께서 돌아가시면서 어머니께 따로 부탁하신 말씀은
“막내를 큰형처럼 잘 키워 달라”시며 눈물을 흘리셨다고 합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막내를 두고 돌아가시려니 정말 마음이 아프셨던 겁니다.
무뚝뚝한 우리 어머니시지만 남편의 마지막 유언이 막내를 잘 키워달라는 것이라
유달리 신경을 쓰시긴 했지만 생각처럼 잘 되지를 않았습니다.
우리는 부모님의 명을 거역해 본 역사가 없는데 막내 동생은 말썽을 취미 삼았습니다.
말썽의 종류를 따지라면 손가락으로 셀 수도 없고
화려하기로 따진다면 총 천년색이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어머니께서 막내 동생을 위해 애쓰신 것은 말로 다 못합니다.
위로 여섯 명은 거저 키웠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막내는 어머니 속을 썩였습니다.
그런걸 미리 예측을 하고 아버님께서 그런 유언을 어머니께 하셨는지
우리 어머니는 참을 수 없을 때는 아버지 유언을 떠올리면서 기도 하셨다고 합니다.

어느 날 어머니께서 꿈을 꾸는데 강을 건너려고 강가에 서있는데
아버지께서 배를 타고 있는 검은 옷을 입은 남자를 돌아가자고 달래면서 어머니께
"막내를 두고 어디를 따라오려고 하냐? "고 화를 내시더랍니다.
“막내를 제 큰형만큼 키워놓지 못하면 내 옆에 올 생각을 하지 말라고"
하면서 가시는데 꿈속이라도 아버지께서 돌아서 가시는 모습이 서운해 하면서 깼는데
머리가 깨질듯 아파 둘러보니 동생 둘이서 잠결에 토하고 있고
방안에 연탄가스가 가득하더랍니다.
연탄을 때던 때라 연탄가스 사고가 빈번하여 연탄가스로 거의 죽게 되었을 때
아버님이 오셔서 깨워주셨다고 요즘도 그 꿈 얘기를 하십니다.

우리에겐 그렇게 엄하셨던 어머님이 무슨 생각이신지 막내 동생에겐
한없이 너그러우시고 원칙도 없이 사랑하셨습니다.
우린 어머니께 칭찬이라곤 듣지 못했는데 막내는 야단을 치지 않으셔서
아이가 그렇다고 우리가 어머니를 원망까지 했습니다.
고등학교를 퇴학당하고 폭력으로 경찰서도 드나들고 술 담배를 거침없이 했습니다.
뭐 저런 동생이 있어서 우리까지 창피하게 하느냐고 우리형제가 속상해 해도
우리어머니는 끝까지 그 동생을 감싸고 이해 하셨습니다.
그 이해의 가장 큰 이유는 "아버지가 안 계셔서 그렇다."는 것입니다.
세상에 아버지 없는 사람이 어디 막내뿐이냐고 해도
어머니는 모든 원인을 아버지 없는 탓으로 돌리지
막내를 나쁘다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렇게 막가파 청소년기를 보낸 동생이
군대를 다녀와서 결혼을 하고 29살에 수능을 봐서 대학을 가고
대학원을 졸업하고 자녀를 3명이나 낳아서 그렇게 험악한 청소년기를 보낸 것을
보상이라도 하듯이 착하고 보람된 일을 하는 사람으로 되었습니다.

오늘 어머니를 모시고 모든 형제들이 대구에 모입니다.
막내의 일로 형제들이 모일 때면 늘 근심과 피 말리는 걱정이었는데
오늘은 순전히 행복하고 영광된 모임입니다.
우리 어머니껜 막내아들을 끝까지 믿고 사랑하신 보람 있는 날이라서 너무도 기뻐하십니다.
어머니의 기쁨을 보는 우리 형제도 너무나 행복합니다.
평범하게 자라 평범한 기쁨을 자녀에게 얻는 일도 좋지만
우리 어머니처럼 드라마틱한 자녀의 성장과 결실을 보는 일도 행복하실 것입니다.
자녀가 아무리 속을 썩여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기도로 키운 우리 어머니의 승리입니다.

우리 어머니께 오늘은 분홍색 고운 한복을 입혀드리려고 합니다.

살아가는 일이 드라마이고 소설입니다.

막내 동생의 일로 이렇게 좋은 날을 만날 줄은 몰랐었기에 더욱 기쁨이 큽니다.

순이

3 Comments

  1. 데레사

    2011-09-04 at 07:37

    내마음도 따라서 즐거워 집니다.
    분홍색 한복을 입고 막내를 만나러 가시는 어머님 모습이 눈에
    보이는듯 합니다.

    대구에서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2. 리나아

    2011-09-04 at 17:17

    무슨좋은일인지 내 궁금하게하는군요.
    어머니의 기쁨이 얼마나 크실지 … 추카드립니다. 정말 기도의 힘을 전해듣는것 같네요.
       

  3. equus

    2011-09-07 at 11:06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무한 사랑의 승리이군요. 기쁜 일입니다. 부디 행복한 가족의 모임 시간 보내시기를 바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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