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마음은 남자가 알아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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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지나고 건이와 건이 엄마가 우리 집에 며칠 와 있었습니다.

작은딸이 감기 기운이 있어서 코를 훌쩍이더니 건이에게 옮겼는지
건이도 콧물이 나면서 가끔 기침을 콜록콜록 합니다.
심하게 기침을 하면 약을 먹일까 생각하고 그냥 보고만 있었습니다.
열은 없는데도 감기기운 때문에 몸이 괴로운지 조금씩 칭얼거렸습니다.
아무나 보면 방긋방긋 웃어 주는 아기가 잘 웃지도 않고 칭얼거리니
조금 이상했습니다.
"건이~ 이런 모습 처음이야~ "이러며 내가 약 먹일까? 하면
건이 엄마가 "괜찮을 것 같은데 그냥 좀 더 두고 볼까요? “ 이러고
"엄마 건이 감기약 먹여도 될까?" 다시 물으면
"건이가 아직 약을 한 번도 안 먹어 본 무공해 사람인데 약 먹이지 말자…"
이러며 2~3일이 지나자 감기 기운이 없어졌습니다.
그런데 안하던 잠투정이 조금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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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이 아빠가 저녁에 왔는데 건이가 칭얼거리자
"우리 건이! 아빠가 건이 마음을 알지! 할머니 엄마 이모는 우리 남자 마음을 몰라."
이러며 건이를 번쩍 안아서 어깨에 턱 걸치더니 등을 몇 번 토닥거리며
거실을 두어 바퀴 서성거리니 건이가 스르르 잠이 듭니다.
할머니나 엄마나 이모는 여자라서 남자 마음을 몰랐다니
억울하기도 하고 웃음이 나기도 해서
"그래 남자 마음은 남자가 잘 알겠지 여자가 어떻게 남자 마음을 알겠어?"
이러며 웃었습니다.

요즘 젊은 아빠들이 다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우리 건이 아빠는 특히 아기를 잘 돌보고 아내를 전심으로 도와 줘서 참 예뻐요.
아기가 엄마 젖을 먹는데도 한번 움직이려면 무슨 짐이 그렇게 많은지
갈아입을 옷이랑 기저귀 장난감 몇 개 그리고 유모차 등등
차에 싣고 내리는 것은 건이 아빠가 해야 하니까 완전 포터수준입니다.
짐칸에 실을 건 트렁크에 넣고 뒷 자석에는 베이비 시트에 벨트를 해서
안전하게 놓아야 하고 차안에서 필요한 것들은 차안으로 들여 놓습니다.
어디를 가려면 건이 아빠는 미리 몇 번 오르내리면서 짐을 실어 놓고
건이와 건이 엄마는 차에 오르기만 하면 되게 해 놓습니다.
그렇게 자잘한 신경을 쓰기가 어려운데 자상하고 착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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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이들을 키울 때 남편의 조력을 받아 보질 못했습니다.
남자들은 다 일터로 외국으로 내 몰려서 가정을 돌 볼 시간이 없었습니다.
특히 남편은 외국을 주로 많이 나가 있어서 아빠가 오랜만에 집에 오면
우리 작은 딸이 아기 일 때는 한참 만에 아빠를 보니 얼굴을 잊어서
아빠가 오면 무서워서 할머니 치마 뒤에 숨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자상한 편이었는데도 어쩌다 한번 놀아주는 것이 다였지
전적으로 아이들을 돌봐 주는 날이 없었습니다.
그랬던 남편이 이제는 손자 건이를 혼자 안아주겠다고 한 번 안으면
내려놓을 생각을 안 합니다.
건이가 인기가 좋은 건지 남자를 좋아하는 건지 할아버지 품에 안겨
쌔근거리고 잠도 잘 자고 옹알이도 잘해서 제 할아버지가 건이에게
마음을 빼앗길 수밖에 없습니다.
건이를 한 시간씩 안고 있어도 팔이 안 아프다고 이상하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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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이 아빠는 건이를 축구선수로 기르고 싶어합니다.
외국 프로축구를 열심히 보고 박지성 선수를 응원하는 열렬한 팬이고
맨유의 베컴선수 팬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건이에게 벌써 공같이 생긴 장난감을 손에 들려줍니다.
휴일에는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리는 조기축구회 회원들이 공차는 모습도
건이를 대리고 나가 보여준다는 군요.
겨우 5개월 된 아기에게요. ^^

아빠의 사랑을 듬쁙 받고 자라는 건이는 축구선수가 되든 장래에
자기 소질대로 자라겠지만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어있어서
좋은 사람으로 자랄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진짜 남자의 마음은 남자가 알까요? ^^

순이

4 Comments

  1. 흰독수리

    2011-09-20 at 01:47

    축구선수가 되든
    아니면 후에라도~~ 아들이 원하는 분야가 있으면
    그분야에서 최선을다하는 멋진아들이되시기를
    행복하시기를~~~    

  2. mutter

    2011-09-20 at 10:22

    남자는 결혼을 해서 자식을 낳고 삶의 무게가 버거울때
    아버지의 마음을 알게 될 것 같아요.
    그 전에는 엄마의 마음을 더 잘알것 같은데요.   

  3. 금자

    2011-09-20 at 11:11

    왠지 훌륭한 축구선수가 될것만 같아요.ㅎㅎㅎ   

  4. 소리울

    2011-09-21 at 17:09

    정말 예쁘군요. 그러니 손자자랑을 안할 수가 없는 거지요 돈 내고서라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인간꽃송이 자라는 걸 보시니 요즈음은 참 많이
    행복하시겠습니다.
    자주 들리지 못하여 밀린 글 다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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