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자녀를 눈에 띄게 편애 할까?

"엄마는 오빠만 좋아해."

자라면서 이런 항의를 어머니께 여러 번 했었습니다.
딸이라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는 느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어머니뿐 아니라 모든 부모님들이 이런 말을 자녀로 부터 들을 때마다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있냐?"
"다 배 아파 난 자식인데 누가 더 귀하고 덜 귀하겠느냐?"이렇게 말씀 하시지만
오늘 신문에 부모의 편애는 존재한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부모가 장남·장녀를 편애하는 이유로는
매몰비용(sunk cost·의사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는 회수 불가능한 원가)’이라는
경제 용어로 풀이할 수 있다고 하는군요.
부모는 대개 맏이에게 더 많은 자본을 투입하며 이에 따라 더 큰 관심을 쏟는다는 것입니다.
연구진에 의하면 맏이가 대체로 키가 크고 강인하며 지능지수(IQ)가 동생들보다
평균 3포인트 높다는 기존 연구결과들을 인용해 맏이가 부모의 관심을
더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리 어머니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오라버니도 인물이 좋고 키도 크고
머리와 성품이 좋아서 여러모로 우월한 인자를 많이 가지고 있기도 하고
성실한 분이라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습니다.

막내 남동생은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아버지 없이 자라는 것이 불쌍하다고
어머니의 전폭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았지만
말썽을 많이 피워서 형제들의 관심도 많이 받았습니다.
같은 형제라도 오라버니는 장남이라서 사랑받고 막내는 막내라서
관심을 받았는데 가운데 여자로 태어난 우리 네 자매는 부모의 사랑이
상대적으로 덜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50세 이상의 우리 세대의 부모님들은 특히 남아선호사상이 강해서
딸은 무시하고 모든 것을 아들 중심으로 결정을 했습니다.
특히 내 친구들은 오빠나 남동생 공부를 위해 자신의 학업은 포기하고
공장이나 버스안내양등으로 취업하여 돈을 벌어
남자 형제들의 학비를 댄 사람들이 많습니다.
부모들이 딸의 조력을 받아 아들을 공부시켜 훌륭하게 만들길 바랐지만
지금 80대의 나이에 있는 부모님들은 그렇게 공부한 아들의 보살핌을 받는 것이 아니라
구박하고 아무렇게나(?) 기른 딸들이 더 부모에게 효도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부모님께 효도하고 자신에게 희생되어 공부도 많이 못한 여자형제를
잘 돌보는 남자 형제들도 많지만 내 고향 친구들을 보면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래도 우리 아버지는 아들딸 차별을 두지 않고 어려운 가운데
공평하게 가르치셔서 모두 직업을 가지고 평범하고 좋은 삶을 살아갑니다.
만약 우리 부모님께서 오라버니 공부를 위해 나보고 희생을 하라고 했다면
나도 그랬을 것 같습니다.
친구들이 그러는 것이 당연하고 시대적인 배경이 그랬으니까요.
70년대엔 노동력이 있는 여자들은 서울로 와서 공장에서 일을 하거나
버스 안내양을 하거나 하다못해 어린애를 봐 주기도 하면서
돈을 벌어 고향 부모님께 돈을 벌어 보냈고
그것을 바탕으로 가정이나 사회 그리고 우리나라가
전후의 극심한 경제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부모는 "이성 자녀 편애" 성향이 강하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장남을, 아버지는 막내딸을 가장 아낀다는 통념도 있다는데
우리 아버지는 장녀인 저를 가장 아끼셨습니다.
아버지는 장남인 오라버니께는 무척 엄하게 대하셨고
장녀인 나에겐 모조건 두둔하고 야단치지 않으셨습니다.
아버지께서 나에게 그러신 것이 살면서 큰 힘이 되었고
아버지를 생각하면 든든했습니다.
"우리 수니가 최고다, 오라비보다 수니가 낫다." 이런 말씀을 들으면 좋았습니다.
사실 우리 오라버니는 학교나 교회, 온 동네가 알 정도로 뛰어난 분이고
나는 오라버니 보다 열등한 것 뿐인데도 아버지는 나를 오라버니 보다 낫다고
해서 나의 자존심을 세워주시려고 하셨던 것입니다.
어린 마음에 오라버니보다 못하는 것을 알면서도
모두가 인정하는 오라버니를 나와 비교대상으로 삼는 것 자체가 무리이지만
아버지께서 장녀를 위해서 칭찬과 격려의 말씀이셨습니다.

부모는 자신의 편애를 드러내지 않아야 하고 자녀가 눈치 챘더라도
이를 부인하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합니다.
부모로부터 편애 받는 자녀는 자신감·자존심을 얻는 반면 오만해지거나
사회적 관심을 못 받을 경우 좌절할 수 있고,
경쟁에서 진 자녀는 불안·우울과 자존감 부족에 빠지고 가족 바깥에서의
인간관계에 치중하게 되기 때문이랍니다.

부모의 편애 대상은 건강하거나 맏이인 경우가 많았고
아니면 연약한 막내인 경우가 많은데
딸만 둘인 나는 그럴 기회가 없는 것이 문제입니다. ^^
큰딸은 장녀라서, 첫 아이라서 정성을 다해 키웠고
작은딸은 막내라서 사랑해 키웠으니
편애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작은딸은 유난히 정이 많은 아이라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 하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많아서 사랑스러웠습니다.
어릴 때 손잡고 어디를 가다가도 엄마와 잡은 손이 헐겁다 싶으면
엄마와 잡은 손을 다른 손으로 꼭 눌러서 악력의 세기가 강해져야
안심을 하는 아이었습니다.
지금도 내가 손자 건이를 예뻐하면
"엄마는 내가 더 좋아 건이가 더 좋아?’하면서 엄마가 저만 좋아하길 바랍니다.
서른이나 된 딸이 그러는 것이 철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예쁘고 사랑스럽습니다.
일부러 "엄마는 건이가 더 좋아~~~" 이러면 작은 딸은 삐진척합니다.
편애를 하려면 자녀가 세 명 이상은 되어야 장남이니 막내니 딸이니 아들이니
하면서 이리저리 편을 갈라 보겠는데 그럴 자녀가 없으니 자녀의 편애는
나에겐 어울리지 않는 단어입니다.

우리 어머니의 아들사랑은 정말 대단하셨습니다.
장남을 얼마나 위하시는지 우리 자매들은 어머니께 서운한 감정도 있었습니다.
요즘 연세가 많이 드셔서는 딸들의 소중함을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하지만
부모의 자식사랑엔 차별 있습니다.
아니 사랑 법에 차이가 있습니다.

편애가 아니라 사랑하는 방법에 차이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건강하고 우수한 자녀에겐 그만큼의 기대가 있고
병들었거나 특히 애처로운 자녀가 있기도 할 겁니다.
약한 자녀에겐 관심이 더 많이 갈 수 밖에 없지요.
무게를 달거나 정확한 수치로 계산이 안 되는 것이 부모 사랑인데
그걸 학문적으로 연구하고 기사가 되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순이

1 Comment

  1. 소리울

    2011-11-20 at 09:56

    공감가는 이야기입니다.
    손자도 좀 그런 경향이 있습니다.
    많이 키웠거나 처음 보았거나 아니면 더 정이 많은 아이에게 더 많은 정이 가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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