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 날이 돌아와서 새삼 생각해 보는 일이지만
만약에 나의 부모님이 다른 분이셨다면 내 인생이 어찌 되었을까?
부모님이 부자였다면?
아버지가 책을 좋아하는 분이 아니셨다면?
어머니가 고집스럽고 건강한 분이 아니셨다면?
어릴 때 우리할머니는 "내가 고생한 것을 쓰면 책으로 열권은 될 꺼야!"
이러셨는데 1900년이 되기 전에 태어나 일제 강점기를 살아오시면서
할머니의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는데 그 당시에도 당신의 고생을
책으로 쓴다면? 이라는 가정을 생각해 보신 것을 보면
나는 어려서 그땐 몰랐지만 삶의 기록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시기적으로 할머니의 고생을 인식하고 기록할 나이가 못되어
할머니의 소중한 이야기를 놓친 것이 많지만
할머니로 부터 어릴 때 들었던 이야기들은 이상하리만치 기억에 선명합니다.
그러니 순이 이야기의 근원은 할머니로 부터 이어져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손녀에게 할머니는 늘 말을 걸고 이야기를 들려주고 칭찬해 주셨습니다.
요즘 들어 책 쓰기에 관한 책들을 여러 권 읽고 있는데
그중 한권이 "이젠, 책 쓰기다." (조영석지음 라온북 출판사) 입니다.
이런 책을 읽어보면 책 한권 내는 일이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중에 가장 내 마음을 사로잡는 글귀가 있는데
"이 세상의 단 한 사람을 위해서라면 누구를 위해 쓰고 싶은가?"
라는 글귀였습니다.
블로그를 하는 관계로 많은 독자들이 있지만 경험상 읽는 분들이
가장 감동을 받는 부분이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누구라도 어머니로 부터 태어난 사람들이라서 어머니는
생명을 가지고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생명의 근원이 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머니는 누구에게도 공통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고
내 어머니나 타인의 어머니나 자녀를 낳고 기르는 것은 같기 때문이고
자신도 성인이 되면 어머니가 되고 또 할머니가 되면서 생을 이어갑니다.
어머니의 이야기가 특별한 내용이 있어서도 아니고
성공담이어서도 아니고 아름다운 삶이어서도 아닐 것입니다.
어머니의 삶은 자녀 된 우리들에게 나무의 뿌리가 박혀있는 대지와도 같은 의미입니다.
그런데 우리 어머니는 많은 자녀를 낳아서 기르느라 그렇게 고생을 하시면서도
당신이 하는 고생에 대해 전혀 생색을 내는 법이 없으셨습니다.
어버이날이 주중이다 보니 5일 6일 연휴라 직장을 쉬니까
작은딸 내외가 5일은 친가에 가서 부모님께 기쁨을 드리고
6일은 처가에 봉사를 하겠다고 하면서 어디든 모시고 가겠다고 하면서
어디를 가고 싶으냐고 묻기에
난 내 동생 산소에 다녀오고 싶다고 했습니다.
파주 출판문화단지 가기 전에 기독교공원묘지에 동생이 묻혀있기에
방향을 파주 쪽으로 잡아서 가다가 동생이 있는 기독공원에 들렸습니다.
묘역 관리를 관리소에 잘 하고 있어서 묘지라기보다 공원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잔디가 파랗게 자라고 있고 동생의 묘 옆에는 보라색 제비꽃이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산소에 들렸다가 나와 파주출판문화단지에 들렸더니
오월을 맞이하여 책 축제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분비고 있었지만 우리도 들어가 책을 고르고 샀습니다.
나는 손자를 위해 여러 가지 책을 골랐습니다.
노래가 나오는 책도 있고 병풍처럼 펴서 둘러놓고 읽어보는 책도 있습니다.
정말 출판사도 많고 책도 많았습니다.
이렇게 많은 책들 속에 내가 쓴 책도 한권 있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중에서도 이 세상 단 한사람을 위해서라면 어머니를 위한 책을 쓰고 싶어집니다.
아니 여러 해 모아놓은 어머니에 관한 기록들이 많은데 엮어 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에는 누가 책을 한권 내자고 하면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생각이 들었는데
요즘엔 한권 내도 좋겠다. 라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나의 어머니를 위해서라면 말입니다.
어버이날이라고 우리 딸과 사위들도 고민을 하는 모습들이 보입니다.
부모님을 위해 뭘 하면 좋을까 하구요.
이것저것 사가지고 와 봐야 사실 돈만 아깝고 내가 좋아하지 않는 것을 아니까
현찰로 주겠다고 해서 웃으면서 받았습니다.
아무리 맞벌이를 한다고 하지만 양가에 부모님께 어버이날 선물을 하고 나면
지갑이 텅 비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어서
용돈을 받는 것도 편하지는 않고 주는 사람들도 부담이 되는 것을 알기에
서로 부담이 되는 어버이날이 없었으면 하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 어머니도 연세가 있으시니 달가워하는 선물을 고르기 마땅치 않습니다.
저도 어버이날에 용돈을 드리는 것으로 때우고 맙니다.
형제들이 많으니까 서로 모시고 나가 맛있는 것을 사드리고
옷이나 가방을 사 드리지만 받기는 받아 두었다가
자녀가 없거나 가난한 이웃 노인들에게 다 드립니다.
그러면서 당신의 속옷을 기워 입으셔서 자녀를 난감하게 하기도 합니다.
우리 어머니 살아계실 때 어머니께 기쁨을 드릴 수 있다면
어머니 삶을 기록한 책을 한권 출판해 드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입니다.
우리 어머니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어머니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순이
나침판
2012-05-08 at 03:47
순이님의 어머님을 위하시 책, 어던 독자에게 어머니를 생각하게 그리고 효도하게 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