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물도 아낙 (류은지)
소매물도 아낙은
사랑을 데운다.
겨울 아궁이다가 불을 지피고
사랑을 대운다
낱낱의
구들장들이
팔짱을 끼고 누운
밤에
소매물도 아낙은
돌아오는 바람에게
기별을 묻는다.
(이 시를 지은 이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소매물도에 도착하여 식사를 한 식당에 걸려있었습니다.)
통영에서 배를 타고 한 시간여 가면 소매물도라는 섬이 있습니다.
딸아이 결혼식을 하면서도 오전 근무를 마치고서야 준비를 하고 참석할 정도로
늘 시간이 없어서 동동 거리고 살다가 모처럼 한가한 시간을 얻었나 했는데,
일을 쉬는 것을 알고 오라는 곳도 많고 그동안 미뤘던 가고 싶은 곳도 많습니다.
당연히 백수가 더 바쁘다는 것을 체험합니다. ^^
대구 오라버님 댁에 들렸다가 막내 남동생이 소매물도에 가자고 해서
이름도 처음 들어보고 소매물도가 어딘지도 모르고 따라가게 되었습니다.
어디라도 가본 곳이 별로 없어서 아무 곳이라도 신기하고 새롭고 즐거운데
동생 두 명과 어머니와 함께 얼떨결에 가보니 그것도 재미있습니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동생이 차를 통영에 세워놓고 짐만 꺼내 들고 배를 타자고 해서
처음엔 의아했습니다.
배에 차를 싣고 가는 줄 알았는데 섬에서는 차를 탈 곳이 없다고 해서 가보니
그야말로 손바닥 만 한 섬입니다.
밥을 먹으러 간 식당에는
섬에 사는 아낙이라고는 볼 수 없는 세련된 도시형 안주인이 있고
순박한 모습의 처녀아이 그리고 주방아주머니가 계셨습니다.
그리고 사진에 있는 시가 걸려있습니다.
식당에 시가 걸려있으면 뭔가 반갑고 마음이 놓입니다.
시를 좋아하는 분은 선량한 분일거란 믿음 때문일 겁니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밥이나 반찬은 정갈하고 맛이 있어서
콘도에 주방기구가 다 준비되어 있음에도 활용을 못하고
점심 저녁을 같은 식당에서 하게 되자 금방 낮이 익었다고
식구들 끼리 드시던 오리훈제와 상추까지 더 가져다주었습니다.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자
“인터넷에 잘 좀 써주세요. 요즘엔 인터넷으로 장사하는데
인터넷에 나쁜 이야기 쓰면 망해요.” 이렇게 말씀하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나는 물론이고 내 동생도 어머니도 누구에게도 까탈을 부리거나 할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을 텐데 무엇 때문에 인터넷 기사가 나쁘게 올라갈까 걱정하시나 생각해 봤더니
남동생이 밤중에도 색안경을 쓰고 있는 탓이었습니다.
통영에서 급히 배 시간에 대느라고 운전하면서 쓴 색안경을 일반안경을 바꿔 쓰지도 못하고
안경을 차에 둔 채로 배에 오르게 되어 안경을 가지러 갈 수도 없어서
밤에도 도수 높은 시커먼 색안경을 쓰고 있으니 뭔가 만만치 않은 포스가 느껴졌나 봅니다.
거기다 커다란 카메라 장비를 가지고 사진을 찍어대니 기자인가 오해를 하신 것입니다.
우리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라 아무말 안하고 있었더니 확신을 더한 사장님께서
"인터넷에 소매물도 소개를 잘 해 달라"고 거듭 부탁을 합니다.
남해의 거의 끝자락에 위치한 섬에서도 인터넷이 없으면 장사가 어렵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식당 사장님은 내 남동생이 큰 카메라를 메고 선그라스를 낀 모습에서 사이비(?) 기자의 포스가
느껴져서 그런 부탁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인터넷이 어떤 분들에게는 선용되어지지 않아 위협으로 느껴지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니면 앞선 누군가가 "인터넷에 올린다"고 협박을 했는지 모릅니다.
인터넷을 권력처럼 휘두르는 사람들이 있어서 인데, 블로그 하는 분들이 조심해야 할 일입니다.
(우리가 묵은 펜션과 식당 그리고 매점 연락처)
우리가 마지막 손님이고 연세 높은 어머니를 모시고 가서 그랬는지
식당 주인아주머니께서 커피를 대접하고 싶다고 하십니다.
저녁을 먹고 나니 해는 완전히 바다로 들어가고
주변이 컴컴해 지는데 커피한잔이 몹시 당기는 시간이라 반가웠습니다.
어두워지는 밤바다를 바라보며 마신 믹스커피 한잔이 어찌나 맛있는지 기분조차 산뜻해집니다.
그분들의 친절 그리고 자매애, 외로운 섬에서 하루 두 세차례 들어오는 배를 기다리며
열심히 살아가는 그분들이 너무 귀해보였습니다.
그집에 귀여운 강아지 까지 오래 전부터 내가 섬 식구나 되는 듯 친밀감이 느껴집니다.
블로그도 쉬리라 작정했는데
애쓰고살아가는 좋은 분들에게 인터넷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이고
우호적인지를 알게 하기 위해서라도 소매물도 소개를 하고 싶어졌습니다.
(소매물도에서도 휴대폰이나 인터넷이 잘 됩니다.)
공해 없고 차 없는 마을에 가서 좋은 쉼을 얻고 싶다면 소매물도를 추천합니다.
나뭇잎 하나하나가 기름을 발라 닦은 듯 어찌나 반짝이고 깨끗하고 싱싱한지
생명의 기운이 받을수 있습니다.
공해 없는 마을에 가서 쉬고 싶다면 소매물도 등대 펜션 등대찻집이 좋습니다.
숙소에 앉아서도 구름 사이로 노을을 만들며 바다로 들어가는 석양이
가슴 설레일 정도로 아름다운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순이
소매물도 배편 안내 http://www.nmmd.co.kr/
권성민
2012-06-09 at 08:34
소매물도
부산에서 고교 2년 시절의 겨울 방학이었다
통영중을 나온 같은 반 친구의 집이 소매물도 이기에
부산으로 유학와서 자취생활과 하숙을 번갈아 하던 중
방학이 시작되면서 그리웠던 고향집으로 귀향길에
나 보고 같이 가자 하기에 부모님의 허락을 받고
선뜻 따라나섰다,
통영항에 도착하여 소매물도까지
그 시절엔 약 3시간가량 걸린 것 같다, 뱃멀미는 없었지만
어질 거리는 뱃전에 파도가 출렁거려서 경치를 잊어버렸지만
한가지 기억나는 것은 수많은 양식장과 이름 모를 섬들이
아름다운 한려수도를 말해주고 있었다,
섬과 하늘과 바다뿐인 곳
동네 주민이라야 몇 되지 않은 곳
분교 하나 등대하나 외로운 섬 소매물도의 첫날밤이
찾아오고 친구의 부모님과 동생들 그리고 호야 불 하나,
멀리 부산에서 들려오는 통금 예비 사이렌 소리가
섬마을을 울린다, 문득 못 나가는 것이 아닌가 하며
헛걱정을 한 적이 있었다, 지금은 관광지로 변하였지만
예전에는 고기잡이로 생계를 꾸리며 이장 일을 보셨던
친구의 아버님은 자식 교육열이 그 당시 대단하셨는데,
능숙한 솜씨를 자랑하는 친구의 돔잡이 낚시와
섬 반대편으로 전마선을 저어 물길 어로 나가는 노젓는
모습이 아련하구나, 식수난으로 애를 먹었던 사십 년을
훌쩍 넘어버린 그 시절,
갈매기소리 파도소리 바람소리에 파묻혀
육지생활을 잊어버리고 그렇게 겨울방학을
친구네 집에서 보낸 적이 있었다,
등대에서 바라본 소매물도와 인접한 큰 섬 매물도
맑았던 바닷물 튼실하고 투박한 소매물도 고구마 맛과
젓갈에 절여있는 김치맛을 기억하며 소박하였던
매물도 사람들과의 정겨움이 불현듯 동창생
모습을 떠올리며 생각이 난다,
친구야! 잘 있느냐! 보고 싶구나! ~~~~~~끄~읏~~
권 성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