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카드회사의 선전 카피가 아니라 실제로 등 떠밀려 가는 여행이 되었습니다.
자의로는 일을 그만두지 못하는데 결혼한 두 딸과 사위
그리고 가족과 형제들의 격려로 일을 쉬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보기에 내가 위태해 보였나 봅니다.
그래서 일을 쉬고 잠시 떠나보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무슨 대단한 일을 하러 떠나는 모양세가 되었고
귀국하는 길에도 피켓을 든 큰딸 가족의 환영을 받게 되었습니다.
오후 4시에 비행기가 도착을 해서, 나는 인천공항에서 리무진 버스를 타면
집 앞까지 오는 노선이 생겨서 당연히 그걸 타고 집에 오려고 했는데
건이가 유모차에 "환영 건이 할머니!"라고 쓴 피켓을 가지고 방글방글 웃고 있었습니다.
올림픽에 나가 매달을 따서 오는 길도 아니고
국위를 선양한 것도 아닌데 피켓까지 만들어서 들고 서있는
어린 손자와 사위 딸의 환영을 받으니 쑥스러운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내가 내 자리로 돌아오는 것이 행복한 일이라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엄마와 장모 그리고 외할머니의 자리가 내가 있어야할 자리입니다.
이런 환영 받아 보셨나요?^^
가족의 환대가 있어서 살맛이 납니다.
특히 어린 손자가 품에 와서 폭 안기며 뽀뽀까지 하면서 환영해 주니
더 바랄 것 없는 평안을 느꼈습니다.
내 집에 돌아왔다는, 내가 있어야 할 곳이라는 것이 확인됩니다.
먼 길을 다녀 봐도 고단할 뿐 그리 즐겁지만은 않습니다.
이국의 여행길에서 색다른 기분은 느낄 수 있지만
사람 사는 동네 어디라도 근심 걱정은 늘 눈에 띄었습니다.
첫날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엘에이에 도착해서 세관을 통과하는데 한 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지상에 착륙하자 비행기 트랩을 내리면 버스가 기다리고 있고 오랜 시간 버스에 승객이
차도록 기다려 가득채운 다음에 운행을 시작합니다.
입국청사에 도착을 해서도 한참을 꼬불꼬불 내려와 입국심사대에 도착했습니다.
열 시간 전에 떠나온 인천공항이 얼마나 좋은지 타국에 내려 보니 알겠습니다.
입국심사대 직원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내 마음에 들일이야 없지만 깐깐한 동양인 남자가 자꾸 뭐라고 말을 겁니다.
영어를 잘 못 알아듣는 내 탓도 있지만 전자여권에 다 기록되어 있는데
캐물을 일이 뭐 그리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여행을 한다는 사람이 혼자 와서 좀 이상해 보였는지? 내가 의심을 샀는지?
오래 해외무역을 하는 지인이 비행기를 탈 때는 옷을 단정하게 입는 것이 좋다는
조언도 있었고 나도 정장을 주로 하니까 여름 양복을 입고 있었는데
여행객답지 않은 옷차림이 세밀하게 심사를 받는 원인이 되었던 듯도 합니다.
입국 심사하는 작은 체격의 남자 태도는 사뭇 위엄이 넘쳤습니다.
웃으면 권위가 사라지기라도 하는지 굳은 표정으로 심문하듯 하는 말투입니다.
내 바로 앞에 아랍계 신사는 5분 넘게 심사를 하더니 결국은 통과를 못하고 다른 직원이
대리고 사무실로 가는 것을 보긴 했지만 나에게까지 까다롭게 굴 줄은 예상을 못했습니다.
이 동양계 남자는 나를 훑어보더니 사업차 왔냐고 묻습니다.
아니다 난 여행객이다. 했더니 다음 목적지가 어딘가 묻습니다,
뉴욕이라고 했더니 그다음엔 어딘가 묻습니다.
캐나다도 간다고 했더니 일정을 자세히 적으라고 합니다.
잘 못 알아듣는 영어로 스트레스가 쌓이고 짜증이 벌컥 일어납니다.
나는 이런 불편에는 임내심이 잘 없습니다.
미국에 와서 장사를 할 것도 아니고 잠시 지나가는 여행객인데 나를 심문하듯 하는
그의 고압적인 태도에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일이 있어도 화를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오래 씨름하기 싫어서 아시아나 항공 직원을 불러 달라고 했습니다.
한국 직원이 왔기에 나는 뉴욕을 경유하여 돌아가는 비행기 표까지 소지한 단순한
여행객인데 나를 장사를 하러온 사람으로 오해를 하는 것 같다고 설명을 했더니
영어로 그 남자에게 설명을 하니까 그 남자가 처음으로 웃습니다.
열 손가락 지문을 다 찍고 안경을 벗고 얼굴 사진을 찍었습니다.
선그라스를 쓴 사람에게 그걸 벗으라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있지만
평생 써온 안경이고 잘 때 이외에 벗는 일이 없는 안경을 벗고 사진을 찍는 것은
분명 오버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여행이고 뭐고 그냥 돌아서 오고 싶을 정도로 짜증이 났습니다.
입국심사대는 그 도시의 관문인데 심사대 사람의 태도는 나빴습니다.
물론 911 사태를 겪은 탓이고 이민으로 만들어진 사회이다 보니
그런가 보다 하는 이해는 하지만 여행객에게 까지 까다롭게 구는 것은
빗장을 잠그고 살겠다는 태도로 보여 졌습니다.
이럴 때는 영어를 못하는 것이 다행일 수도 있습니다.
내가 영어를 잘 했으면 부당한 것을 잘 못 참는 성미라
한참 따지고 싸웠을 것 같습니다.
내 나라에 돌아와 비행기에서 내려서 입국 심사대를 통과해 짐을 찾아
환영피켓을 든 가족을 만나는데 30분이 채 걸리지 않고 누가 한마디도
물어보는 사람이 없이 거침없이 걸어 나오게 되어있는 우리 공항 시스템이
너무 멋져 보입니다.
여행은 새삼 내 나라가 얼마나 좋은지 내 가정이 얼마나 귀한지
깨닫는 시간이 되는 것 같습니다.
미국 서부에서 5일 동부에서 5일 캐나다에서 5일의 일정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행에서 건진 이야깃거리로 여름 글 농사는 충분할 것 같습니다. ^^
순이
데레사
2012-06-26 at 19:31
그래서 안 보였군요. 건이 할머니.
어쨌던 잘 다녀 오셔서 다행이에요. 여행은 떠날때도 좋지만
또 내 집으로 돌아오는것도 좋은 거지요.
외국공항에서 받았던 푸대접의 스트레스 확 날려 버리고
이제 내집, 내나라에서 건이할머니로 편안하시길 바랍니다.
소리울
2012-06-27 at 04:40
수고 많으셨어요. 그리고 환영합니다.
저는 트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이란 파키스탄 등등 미국이 싫어하는 나라를 다녀서 인지 늘 까다로운 심사절차를 받아야했습니다.
나중엔 저의 책 ‘나일의 선물, 그리고 미국국립공원의 스탬프가 다 찍혀있는
네쇼널 지오그래픽의 국립공원 안내서를 보여주면서
사진을 찍고 글을 쓰기 위해서 다닌다고말하면 그때서야 조금
느슨하고 친절하게 굽디다.
아니꼽게 굴기는 미국이 최고인 것 같습니다.
공항 시스템을 판대요
김진아
2012-06-27 at 14:22
벌써 부터 기대되는 걸요!
건강하게 오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jh kim
2012-06-28 at 01:17
축
환 영
볼꺼리 배울꺼리 이야기꺼리
그섬세하신 눈과 마음으로 얼마나 많은 경험을 하셨을까 ?
미합중국 입국 과정부터 마음이 상하셨군요
그래도 그것은 우리말로 약과입니다
많이 기다릴때는 2-3시간쯤은 보통인경우가 많습니다
다음비행기를 몰라서 놓치는경우도 왕왕 있었구요
우야던동 진심으로 환영 합니다
건강 하시지요 ?
힘내세요
황성옛터
2012-06-28 at 03:10
미국의 건방진 모습을 보면 반감이 들지요.
사실 모든 미국 사람들이 다 그런 건 아닌데,
쩝.
Lisa♡
2012-06-29 at 00:28
미국이 큰 일들을 겪었고
다른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선
어쩔 수 없답니다.
그리고 여지껏 한국인들이 미국을
드나들며 한 실수들도 한 몫을 하지요.
짜증은 충분히 이해하구요.
그냥 보기에 척보면 알아봐야 하는데.
주로 유색인종 심사대에 걸리면 더 오래
걸리더라구요.
백인들은 아예 괜찮은 경우가 많구요.
이젠 그런 심사대 거치지 않아도 된다니
얼마나 다행인지..저는 영주권이 있어도
때론 들어갈 때 힘들었답니다.
자운영
2012-06-29 at 14:19
자국인들에게도 임국심사대는 엄하고 까다롭고
불쾌한 느낌을 느끼게 할만큼 권위적인 표정을 짓지요.
(일부러 그런다고도 해요.)
하지만 그런 태도들이
출장을 자주 다니는 남편을 보호해 준다고 생각하면
전혀 불쾌하지 않고
오히려 수고하십니다…라고 상냥하게 웃으며 인사하게 되더라구요~
어쩌면 그런 방법과 태도들이
순이님의 여행을 안전하게 보호해 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생각하셔요.
그렇게 사람 많은 엘에이 공항에
폭탄 한개만 장치되었다고 생각해 보세요.
무탈히 귀국하심을 축하드립니다.
역시 가족이 좋고 집이 좋다는 것을 느끼는 것…
그것이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일 것입니다.
TRUDY
2012-07-02 at 13:49
당했다고 그런식이면 모두 살별해진다.
변함없이 교과서로는 사랑을 가르치고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