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게 없다? 가는 곳 마다 초를 치고 다니는 여행객

여행을 함께 다니는 구성원으로는

아주머니 친구들끼리 온 사람들이 단연 많았습니다.
60대 아주머니들이 두 명 세 명 짝을 지어 오셨거나
청소년을 포함한 일가족이나 노부부들입니다.

여행은 가슴이 떨릴 때 하는 것이지 다리가 떨릴 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우스갯소리도 있고
여행을 하고 싶어도 돈이 있으면 시간이 없고, 시간이 많으면 돈이 없고,
돈과 시간이 있으면 건강이 허락하지 않는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거기에 내가 한 가지 더 발견한 것은 돈도 있고 시간도 있고 건강도 있는 복 있는 분들 중
가슴이 떨리지 않는 여행을 하느라 고생하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여유가 있어서 여행을 떠나오긴 했지만 여행 자체에 흥미가 없는 사람들이
왜 여행을 와서 고생을 할까 하는 의문이 들게 하는 분들입니다.
그런 분들에게 여행이 극기훈련이나고행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것은
미국이 워낙 멀리 떨어져 있어서 비행기를 오래 타야하니 우선 힘듭니다.
조그만 좌석에 앉아서 10시간을 넘게 가야 하는 것
가다가 시간이 바뀌고 이상해져서 낮인지 밤인지 몇 칠 인지 몇 시 인지가
뒤죽박죽이 되고 생체리듬을 잃게 됩니다.
자려고 누우면 잠이 안 오고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잠에 골아떨어지기도 합니다.
아무런 기대나 설렘 없이 앉아서 잠을 자면서 비몽사몽간에 다니다 보니

편안한 집 놔두고 왜 생고생을 하나불만을 늘어놓을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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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곱터를 타고 내려다 본 그랜드캐년)

유명하다는 여행지 어디서나 많은 한국관광객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것도 한꺼번에 많이 단체로 다니는데 ,유명관광지는 한국 사람이 점령하다시피 합니다.
제일 많이 보이는 사람들이 중국인들이고 그다음이 한국사람 들이었습니다.
요즘엔 특히 아줌마 파워가 대단해서 한국 아줌마들이 많았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배를 타고 금문교 아래를 돌아 나오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배에서 나누어주는 헤드셋을 끼고 있으면 한국어로 설명이 나오는데
그 설명을 들으면서 배를 타고 샌프란시스코를 구경하는 흥미있는 뱃길입니다.
한국어로 하는 친절한 안내를 따라 왼쪽에는 뭐가 있고 오른쪽엔 무슨 섬이 있는데
유래가 어떻고, 이런 설명을 우리나라말로 들을 수 있으니
그동안 영화나 책 등에서 배경이 되었던 곳을 확인하는 시간이 되어
놓치기 아까운 마음으로 설명을 들으며 주변을 살펴보고 있었습니다.

가까운 곳에서 아주머니들이 실랑이 하는 모습이 보이기에
나도 잠시 헤드셋을 벗어들고 무슨 일인가 보게 되었습니다.
어떤 한국아주머니가 헤드셋을 벗어놓고 팔짱을 낀 체 멍하니 있자 일행은 아닌듯한
옆에 아주머니가 헤드셋을 끼라고 권하는 모습인데
뭔가 화가 난 표정의 아주머니는 단호하게 거절을 합니다.
헤드셋을 끼고 들어야 하는 설명을 본인이 듣기 싫다면 그냥 두어도 되는데
오지랖이 넓은 아주머니는 안타까운 마음에
"설명을 들어야 알 수 있지 않느냐?" 라고 강권하자
화를 벌컥 내면서 하는 아주머니의 말에 나는 웃음이 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기는 부산에 살기 때문에 이런 바다 수없이 봐와서 볼게 없다는 겁니다.
우리 동네 바다보다 훨씬 못한 이런 곳을 보러 왜 대리고 오냐고 합니다.
뒤이어 여길 뭐 볼게 있다고 왔는지 모르겠다고 원망이 가득한 표정입니다.
이어지는 불만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몇 시간을 가도 가도 사막이고 몇 시간을 가서 조그만 폭포나 하나 보고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있는 요세미티 폭포)
또 새벽부터 잠 못 자게 깨워서 데리고 가는 곳이 시커먼 돌산이고 (그랜드캐년)
이런 줄 알았으면 미국여행 괜히 왔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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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바라본 요세미티폭포)
이런 분도 있었습니다.
나이아가라를 보려고 차에서 내리면서 나는 이미 감격할 마음이 되어있습니다.
다들 대단하게 여기는 나이아가라 폭포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도 어떤 아주머니가 또 초를 칩니다.
"폭포를 보러 가려면 이과수 폭포를 보러 가야지 나이아가라 폭포는
이과수폭포에 비하면 새발에 피야"
"그럼 뭣 하러 오셨나요? 볼 것도 없고 시시한 나이아가라에?"
나는 속으로만 한마디 했습니다.

나이아가라 폭포를 초등학교 때부터 사진으로 봐왔고 기대했던 곳이라
초입에서 초를 치는 아주머니 때문에 김이 새는 느낌입니다.
이런 유형의 사람은 자기 과시형입니다.
난 다해봤고 이과수폭포까지 본 사람이다 이런 것이지요.
그러면서 왜 여행을 오나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는데
무서워서 물어보지는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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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에서 내려다 보이는 나이아가라 폭포)

우리나라에서 어떤 차를 타는가에 따라 부의 기준이 정해진다면
캐나다에서는 요트를 기준 삼는 다는 가이드의 설명이 있었습니다.
요트의 유지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랍니다.
그런 설명을 하면서 도시에 붙어있는 요트장에 커다란 잉어들이 많이 사는데
잉어가 요트 밑으로 다니는 모습도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요트가 선착장에 정박해 있는 모습들이 참으로 멋져서 가서 보고 있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가까이 오더니 "에게~ 저만한 잉어를 뭘 크다고 그래
일산 호수공원에 가면 얼마나 큰 게 있는데!"
일산 호수공원 이야기가 나오자 나는 귀가 번쩍 뜨이긴 했지만
그분이 무서워서(?) 얼른 자리를 피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는 "일산 호수공원에 와 보셨어요?"하고 묻고 싶었지만
혈기왕성하고 뭐든지 비교 분석해서 초를 골고루 치는 그 아주머니가
가까이 오면 나는 비켜가곤 했거든요.
조금만 그분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자기는 안다녀 본 곳이 없다고
자랑하는데, 자랑 자체는 못 들어줄 이유가 없지만 뭔가 사람을 맥 빠지게 하고
초치는 이야기를 해서 들을 만한 이야기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여행지가 아무리 볼만하고 좋아도 평생에 두 번 다시 온다는 기대가 없기 때문에
다음을 기약하지 않고 볼 수 있을 때 열심히 느끼고 보고 생각하게 되는데
가는 곳마다 양념으로 필요 없는 초를 치는 분들이 있어서
느낌을 손해 보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아줌마~ 제발 초 좀 치지 마세요." 이 말을 했으면 좋았을 순간들이
여러 번 있었는데 말도 못하고 있다가 지금에서야 글로 씁니다. ^^

순이

7 Comments

  1. 데레사

    2012-06-28 at 01:01

    여행을 다니다 보면 별 사람도 다 있지요.
    ㅎㅎ
    언제나 초치는 사람도 한사람 있게 마련이고 또 너무 아는척 하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고요.

    장가계를 갔을때 나보다 많이 젊어 보이는 한 아주머니가 날 쳐다보면서
    갈수 있겠어요? 하고 묻길래 그냥 웃기만 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나는
    계속 걸어서 다니는데 그 사람은 가마를 타고 지나가더라구요.
    그러면서 멋적은 웃음을 웃던데요.

    얼마나 별르고 별러서 가는 여행인데 저렇게 초치는 사람 만나면
    맥 빠지는것은 맞아요.   

  2. 황성옛터

    2012-06-28 at 03:05

    아, 드디어 돌아오셨나요.
    이따금 여행 소식 들으러 와봤는데
    아무 소식도 없어 궁금했거든요.

    아래 글에 귀국 여부에 대해 내용이 있을 것 같은데,
    반가워서 이 글에 일단 댓글 답니다.    

  3. jh kim

    2012-06-28 at 12:25

    그러려니 하셔야 합니다
    별의별 사람들이 하도 많으니까 ?
    어떤경우든 속상하는 사람만 결국 손해거든요
    잊어버리세요
    저도 죽기살기로 해부쳐야 직성이 풀리는 경우였는데
    이제는 에그 그렇게 살다가시게 내버려두자 이렇게 되었답니다   

  4. Lisa♡

    2012-06-29 at 00:30

    삼호타고 다니셨군요…^^*

    서부에서 올라가셨고…   

  5. 자운영

    2012-06-29 at 14:12

    그렇지요?
    여행은 눈으로 보는 게 아니고
    마음으로 보는 나들이길이 되어야
    진짜 여행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
    돈 없던 사람들이 돈이 좀 생기면 돈 과시를 하고 싶어
    몸살이 나듯
    여행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획~ 눈끝으로만 돌아보고 증명사진 한장 박아놓고
    다녀왔다~~ 자랑하는 사람들…..
    휴우~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면 위로가 됩니다.
    일부러 자선사업도 하는데
    그렇게 하면 그런 사람들 주머니에서 흘러나온 돈이
    다른 사람들 주머니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 말입니다.

       

  6. BP

    2012-07-14 at 14:46

    전에 비슷한 경험하나.. 전에 한국 아줌마하고 가족식사를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식당엘 갔는데, 그 아줌마 식당을 둘러 보더니 뭐 이정도를 가지고 좋다고 하냐고 그러더군요. 식사를 하고 여행을 하는건 좋은 경험 자체를 위한 것인데, 한국분중 많은 사람들이 여행지나 음식점의 크기나 화려함으로 순위를 매기고 자신의 등급을 상향조절하는데만 목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나 서울서 제일 높은 빌딩에서 일한다.. 고 자랑하듯이 말이지요. 시대적인 한계일까요? 그런 분들이 그렇게 많고 같이 부댓기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   

  7. eight N half

    2012-07-14 at 23:00

    음식점 선호도 통계 조사에서도 나오잖아요
    한국인들의 선호도는 외형 외모이고
    미국인들의 선호도는 내적인 분위기(ambience)입니다
    외형 외모에 치중하는 사람들은
    무식한 저학력인 경우가 태반입니다
    어려운 국어로는 졸부라고 하지요
    미국에는 졸부가 드문데 한국에서는 아파트 개발 때문에
    졸부 땅부자들이 좀 있는 거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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