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다니다 보면 사람이 붐비는 관광지에선
어디서나 거리의 음악가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기타를 연주하기도 하고 멜로디온 바이올린 첼로 하프
아니면 자신이 고안한 악기 등 다양한 악기를 연주 하는데
거리에서 노래를 하면서 자신의 시디를 선전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바쁜 여행객이라도 귀에 익은 음악소리는 유혹이 됩니다.
가던 길을 멈추고 그 소리를 따라가 보면
앞에 낡은 플라스틱 깡통이나 모자를 벗어 놓고 열심히 연주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열심에 비해 연주를 듣는 사람들은 별로 없고
돈을 넣는 사람도 드물었습니다.
의도적이지는 않았지만 지나면서 모자 속을 들여다보니
동전 몇 개가 들어있을 뿐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연주해서 햄버거 한 개나 사 먹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길에서 연주를 하다 보니 악기에 때가 끼었고
연주자도 바람과 햇볕에 그을려서 허술하고 궁기가 보입니다.
까만 연주 복에 윤기 나는 악기를 다루는 분들을 보다가
이런 분을 만나면 삶의 고단함이 피부로 느껴집니다.
악기연주가 생존을 위한 수단으로 쓰여 지고
무대가 아닌 거리로 나설 때는 낭만보다는 슬픔이 앞서는 것은
나만의 특이한 정서인 듯도 합니다.
한편
맨해튼 타임스퀘어 광장에는 Naked Cowboy 라는 벌거벗은 카우보이가 있습니다.
40세는 넘은 남자인데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광장에
흰 팬티만 한 장 걸치고 카우보이 신발과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기타를 들고 광장에 서서 관광객을 유혹합니다.
난 몰랐던 사실이지만 이분은 아주 유명하다고 가이드가 설명을 하더군요.
함께 사진을 찍어주는 대가는 1달러
자신의 몸을 만지는 것을 허락하는 대가는 2달러나 한답니다.
몸이 좋은 벌거벗은 남자를 같은 남자들은 무시하듯 지나가지만
그와 사진을 찍기 원하는 여자들이 많아서 수입이 짭짤하답니다.
짭짤한 정도가 아니라 월 6000만원 을 번다고도 하는 군요.
확인 한 바는 없지만
잠시 보고 있는데도 그와 함께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고
남자의 엉덩이를 만지거나 포옹을 한 자세로 사진을 찍기도 합니다.
모델료를 받는 깡통이나 모자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발목 위를 훨씬 올라오는 카우보이 부츠에 손님이 직접 달러를 넣게 했습니다.
이 남자는 기타를 가지고 묘한 부분을 가리고 있어서
정면에서 보면 팬티가 보이지 않아 누드로 서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거리에서 많은 여자들을 안고 장난치고 사진 찍으면서 월 육천만원의
수익이 있다니 대단한 것 아니겠습니까?
이글을 읽는 많은 남자 분들이 부러워할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팀을 안내한 가이드가 자신도 몸이 좋다면(?)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은 직업이라고 하면서 몸을 만들어서 우리나라 명동에서 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농담으로 얘기하는데 농담만으로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
벌거벗은 카우보이는 부지런히 돈을 모아 지금은 거부가 되었는데도
하루도 빠짐없이 광장에 나와 그 일을 계속한다고 합니다.
그는 직업인답게 결근하는 일이 잘 없고
외모 관리를 철저히 한다고 합니다.
단단한 근육을 만들어 몸을 상품으로 내어놓고 있는 겁니다.
거리의 음악가들에게는 일불짜리 지폐를 넣는 사람도 잘 없고
넣어봤자 몇 센트짜리 동전을 던져 넣을 뿐인데
카우보이 부츠에는 관광객이 다투어 가득 쑤셔 넣은 지폐를 보면서
나는 장사꾼다운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장사는 아이디어가 중요하다는, 그리고 장사하는 몫이 중요하고
매일 같은 자리에 설 수 있는 체력과 성실함도 있어야하고
무엇 보다 자신의 일(!)을 즐기는 자세가 있어야 합니다.
악기 하나를 들고 초라한 모습으로 거리에서 연주하는 내가 본
수많은 악사들이 거둬들이는 돈을 다 합해도
이 남자의 부츠 속에 한 시간 안에 들어오는 돈 보다 못할 것 같습니다.
몸의 근육을 잘 만들어 윤기 흐르는 몸으로 벌거벗고 거리에 서서 돈을 버는 남자와
가난한 거리의 연주자에게서 느껴지는 애잔함이 대비되었습니다.
혹시 저도 사진을 찍었냐고 묻고 싶으신가요?
저는 돈 일불이 아까워서 사진을 찍지 않았습니다. ^^
순이
Lisa♡
2012-06-29 at 00:33
후후..라스베가스 호텔 안이 보이네요~~
TRUDY
2012-07-02 at 04:28
거리악사들 통에 돈이 모이도록 놔 두지 않아서 그런건 아닐까요?
큰 액수를 받게되면 잽싸게 넣어 두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