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회갑 기념으로 여행을 온 60대 초반의 부부를 가까이서 보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어디 아픈 분처럼 얼굴에 병색이 있고 기운이 없어 보이는 반면
회갑을 맞은 아내는 수영으로 체력을 단련 했다고 하는데 기운이 넘쳐서 인지
다른 사람의 모든 일에 참견하기도 하고 꼭 알아야 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함께 출발해서 뉴욕을 가는 길에
공항에서 만났는데 그분들도 아침을 거르고 나와서
뭘 좀 먹고 비행기를 타자고 하기에 함께 아침을 먹기로 했습니다.
문 열린 곳이 없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이 간단한 빵과 주스 커피를 파는
가게를 갔습니다.
아침이라 식욕도 없고 뭐 딱히 먹어야 하겠다는 의지 없이
뭘 고르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냥 먹지 말까 생각하고 망설이고 있는데 함께 간 여자는 남편에게 재촉합니다.
“당신 뭐 먹을 건데?”
“아무거나 먹지 뭐.”
아내는 이내 눈 꼬리를 올리면서
“당신은 아무거나 먹겠다는 말이 얼마나 짜증나는 말인지 알아요?”
쏘아 붙이니까 순한 남편은 아내에게
“당신 뭐 먹을 건지 나도 그걸 줘요.”
상황이 좀 묘해 지기에 나는 머핀 한 개와 망고 주스를 사서
테이블에 앉았더니 그 아내는 망설임 끝에
나와 같은 머핀 하나와 커피를 한잔 사가지고 맞은편에 와서 앉습니다.
커피는 잔이 크니까 두 분이 나눠마셔도 되겠지만
갓난아기 주먹 만 한 머핀 하나로는 혼자 먹어도 작은 양이라
어른 두 분이서 한 개를 사가지고 오는 것을 보니 속으로 걱정이 되었습니다.
남편은 안 주고 혼자 먹을 건가? 바라 봤더니
언제 싫은 소리를 했냐는 듯 친절하게 빵 종이를 벗겨 남편에게 먹으라고 하자
남편은 반을 잘라 아내에게 건네면서 이유를 댑니다.
“아몬드가 들었네? 난 아몬드 든 것이 싫어.”
이러자 아내는 또 화를 냅니다.
“그러니까 내가 의사표현을 정학하게 하라고 했잖아 먹기 싫은 걸 왜 샀어?”
남편의 속마음은 아내에게 조금이라도 먹이고 싶어서 그러는 것 같은데
아내는 남편의 태도에 괜히 분개하고 나무라고 짜증을 내곤 하더군요.
그러면서 이내 자기 자랑을 하는데
자기는 남편 초등학교 교사 월급을 받아서 아들 두 명을 다
6년제 대학을 시켜서 결혼시켰기에 이제는 내가 상을 받을 충분한
시기가 되었다면 자신에 대한 연민이 대단했습니다.
초등학교 교사월급을 받아서 아들 둘 대학시키고 자기 말마따나
6년제 대학을 시켰으니 (큰아들은 의사 작은 아들은 한의사라고 합니다.)
거기에서 오는 자부심이 대단했습니다.
남편은 머핀 반쪽과 커피 몇 모금을 아내 눈치를 보면서 얻어먹고는
카메라를 만지작거리고 있고 아내에게 반항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내는 남편이 건네준 머핀 반쪽과 가방에 넣어가지고 온 것들을 꺼내서 함께 먹습니다.
전날 뷔페식당에서 싸가지고 온 감자튀김과 비스켓 같은 거였습니다.
비스켓 한쪽을 남편에게 먹으라고 건네자 남편은 “난 안 먹어도 돼” 하면서 거절하자
“당신은 안 먹어서 몸이 그런 거야, 나와서 까지 나 신경 쓰게 하지 말고
좀 주면 먹기라도 해 당신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내가 못 살겠어”
남편은 싫은 것을 거절할 자유도 없어보였습니다.
남편은 아무 말 안하고 머쓱한 상태에서 그 비스킷을 받아서 먹습니다.
남편은 아내의 히스테리에 충분히 단련되어 보이긴 하지만
옆에서 보기에 측은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내는 남편에게 세상없는 알뜰한 모습으로 어필하고
남편은 철없고 무절제하고 계획 없는 사람으로 비쳐지기에 충분한데도
아무 말 없이 아내의 부당한 언행을 수용하는 것을 보면서
젊어서 아내 속을 많이 썩였을까? 이런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다음날 한국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비행장에서 만난 인연으로
반갑다며 그 아내는 내 옆에 와 자리를 잡습니다.
구운 엘에이 갈비가 세 쪽씩 담겨서 나왔는데 그 아내의 접시엔
두 쪽이 담겼습니다.
아내는 종업원을 손짓해서 부르더니 자기는 왜 두 쪽이냐고 따집니다.
종업원은 “갈비는 쪽수보다 무게로 따지는데 손님 것은 두 쪽인 대신
크게 썰어서 무게를 달아보면 같은 양입니다.”라고 설명을 합니다.
먹는 것 가지고 따지는 것이 좀 어려운 일인데
설명을 듣고도 여전히 언짢은 기분을 들어냅니다.
내가 접시를 바꾸어주겠다고 했더니 그건 싫다고 거절하면서
“복 꿀 복인데 뭣하러 그래요? 내가 먹을 복이 없는데…”
알뜰하고 남과 비교해서 지고는 못 사는 그런 성품이 타인을 불편하게 합니다.
여행 내내 보면 뷔페식당에서 가지고 나온 과일을
차안에서 간식으로 먹기도 하고 버스 좌석은 앞자리를 고수합니다.
뷔페식당에서 자기 먹을 것을 접시에 담아 가지고 와서 맛보고 자신이 원하는 맛이 아니면
남편의 접시에 덜어주고 아내는 다시 가져다 먹곤 했습니다.
자신이 가지고 오기 싫으면 남편보고 뭘 더 가지고 오라고 시킵니다.
남편이 그 많은 음식 중에 찾지 못해 시간이 좀 걸리면 일어나 나가 남편을 나무랍니다.
“당신은 내가 뭘 좀 시키면 제대로 하는 게 없어 ”
내가 보기에 여러 번 화를 내도 무방한 순간에도 남편은 묵묵히
아내의 어이없는 말투에도 순응할 뿐입니다.
그 남편의 생존전략이기도 하겠지만 주위에서 보기에 측은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여행사에서 예약해 가지고 온 프로그램이 아니면 옵션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여행지에서 보면 돈을 따로 내고 하는 옵션이 진짜 볼만한 게 더 많았습니다.
그래도 그분의 말처럼 초등학교 선생님 급여를 받아 두 아들을 장하게 길러낸 아내라
참 알뜰하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면세점에 가더니
스와로브스키 액세서리 몇 백불짜리를 여러개 사니까 면세점에서 주는 기념 유리컵까지
받아가지고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버스에 오릅니다.
자기는 액세서리를 좋아해서 어딜 가도 팔찌나 목걸이를 꼭 산다고 자랑합니다.
남편은 묵묵히 쇼핑 가방을 받아들고 따라올 뿐입니다.
고운 성품이 아닌 아내를 묵묵히 참아내는 남편이 참으로 대단해 보였습니다.
순이
eight N half
2012-07-02 at 02:09
그러니까 신식(?) 연속극 끊은지가 적어도 십년이 넘었는데
초기 신식 연속극 극본같습니다
읽기에는 재미있는데 당사자는 연기하기가 힘들 거같습니다
60년대 교육을 받으셨겠는데 세대 변화를 적극 수용하시고
인내심과 사랑이 넘쳐나셔서 행복하게 미국도 겉이래도
구경하시는 것이겠지요 미국 개척시대에는 안 어울리겠습니다
TRUDY
2012-07-02 at 04:55
나이먹어 가면서 남자들은 더 멍청해 지는거 같죠.
이사갈때 함께 실려 가려면 어쩔수 없잖겠어요?
전후 사정을 모르면 그 남자가 측은한가 정상이죠.
함께 산 여자는 속좀 섞었을 것 같아요.
흰독수리
2012-07-02 at 07:09
잘모시지요………공무원연금이 줄어들면 어떡하라구…….ㅎ
하기사~~~자제분이 의사,한의사라고 했지요…..ㅋ
그나마…….영감없으면……..시원할까요…..섭섭할까요…………ㅠ.ㅠ
쐬주나
2012-07-02 at 07:55
그 부인이란 분,아마 모르긴 해도 평생을 그런 식으로 남편 윽박 지르며 살아왔을 겝니다.
그 영감은 벌써 면역이 되어 만성이 돼버린 거고…
그렇다 해도 밖에 나와서까지 남편분 쥐 잡듯 하는 건 아주 몹쓸 여자임에 틀림 없읍니다.
요즘의 내 마눌이란 여자가 꼭 이렇읍니다.어찌보면 참,버르장머리 없고 막 되 먹은 여잔데,근간의 테레비 드라마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 됨다.그저 냅다 괌만 질러대고 시어머니에게도 눈에 쌍심지 치켜들고 대드는 며느리들의 TV드라마,그런 걸 넋 잃고 쳐다보고 있는 여자들이 뭘 배우겠읍니까? 云云…
jh kim
2012-07-03 at 04:29
애구
왜살어
앓느니 죽지
죽는것도 자기 마음 대로 되지 않는 법이여
내친구가 그렇게 살아가는 ㅇ 이 있더랍니다
야 이놈아 왜 사니
할수없이 사는거지
나는 좋아서 사는줄 알어
하긴 큰소리나면 이웃에 창피하고 아이들보기 민망하니까
죽어지낸다나 어쨎다나
평생고질병을 안고사는 그 선생님이 참으로 불쌍하군요
울 마눌님 이거보고 배울까 큰 걱정이군요
풀잎피리
2012-07-04 at 00:18
아침에 쓴 웃음을 짓습니다.
암만 해도 그렇지
남 보는 곳에서..
평생을 그렇게 지냈는지
답답한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