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참 이상하게 쓰지요?
여행하면서 보고, 듣고, 느끼고, 겪은 것을 적은 글이 여행기라면
그랜드 케년을 보니 얼마나 대단한지?
나이아가라 폭포가 얼마나 크고 장엄한지?
그곳의 지형과 날씨 장면 이런 것을 묘사하고 감동과 느낌을 적어야 하는데
나의 여행기는 정상적인 여행기에서 많이 벗어나 있습니다.
배경을 달리 한 사람들의 모습에 치중되는 것 같아서 염려가 됩니다.
마음만 먹으면 컴퓨터 앞에 앉아서 온 세계의 필요한 정보를 다 알 수 있고
가고 싶은 곳을 화면을 통해 볼 수 있는데 나까지 찬탄을 보태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도 있고 원래의 내 스타일대로 그냥 적기로 합니다.
그런데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서는 이 빌딩에 내가 직접 왔다는자체에
스스로 감동하고 혼자열광을 했습니다. ^^
항상 관찰자 시선으로 여행을 했다면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서는
나의 느낌을 내가 즐겼던 것 같습니다.
사진을 잘 찍는 분은 여행지에서의 멋진 사진을 실제보다 더 훌륭하게 찍어 올리고
꼼꼼한 분은 몇 시에 어디서 출발해서 언제 도착하고 뭐를 봤고…
이렇게 여행에 대한 기록이 아주 충실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 것을 많이 봐서 그런지 유명한 여행지에 가면 기시감이 있습니다.
언젠가 와 본 것 같고 어쩌면 지난날에 몇 번이나 와 봤던 것 같은 익숙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어느 곳은 영화에서 보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학교에서 배웠던지
사진으로 익히 보아왔던지 해서 드는 기시감일 수도 있습니다.
그랜드 케년이라든지 나이아가리 폭포라든지 요세미티 이런 자연 앞에서는
누구라도 대단한 감탄이 일어나는 것이 당연한 일이고 자연의 위대함 앞에서
크게 감동이 되는 것도 똑 같습니다.
그런데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 갔을 때는 데자뷔 현상과는 다른,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큰 감동이 일어나는 것은 뭣 때문인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초등학교 때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라고 배우긴 했지만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보고 싶다는 생각도 안 해봤고 특별히 관심하지도 않았습니다.
단순히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라는 것만기억할뿐입니다.
높다는 것에 관심한다면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쌍둥이 빌딩도 엠파이어 빌딩보다 높았고
현제는 두바이에 있는 버드알아랍 호텔이 더 높은 것으로 기록되어 있을 겁니다.
그래도 그곳에 갔다고 해도 엠파이어 빌딩 앞에서처럼 가슴이 뛰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하여간 오래 사모하던 사람을 만난 듯 엠파이어 빌딩을 올라가는데 묘한 감격에
휩싸이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초등학생이 동물원에 가서 그림으로만 봐 왔던 호랑이를 직접 눈으로 보는 그런 감동 같은 것요!
어쩌면 엠파이어 빌딩에 대한 기시감은 당연한 게 맞습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엠파이어 빌딩에 대해 머릿속에 나도 모르게 저장된 정보가 많았습니다.
1930년도에 지어진 건물이면 내가 태어나기 25년 전 건물인데
그것도 아주 짧은 기간에 건축되어져서 건축학을 하는 분들에게는
어떤 모델이 되기도 하고 오랜 세월 크고 작은 뉴스거리를 만들어내었기 때문입니다.
건물이 지어진 초반에는 높은 건물의 안정성을 믿을 수 없어서 외면 받았답니다.
그러다 헬리콥터가 날아가다가 건물에 부딪쳤는데 헬리콥터는 전파되어 탑승한
사람이 다 사망한 사고가 있었는데 건물은 멀쩡해서 견고함을 인정받았고
킹콩이란 영화를 촬영한 후에 더욱 유명세를 탔다고 합니다.
( 80층에서 내려 엘리베이터를 바꿔타야 합니다.)
쌍둥이빌딩이 테러로 무너지면서 건물 안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사라졌지만
빌딩 안에서 사라진 많은 사람들의 죽음이 발견되지 않고 흔적조차 찾을 길 없어서
법적으로 사망처리가 안된 사람들이 많다고 했습니다.
그 이후에 만들어진 일이라고 하는데 엠파이어 빌딩에 드나드는 사람들을
일일이 촬영해서 컴퓨터에 입력을 시킨다고 했습니다.
엠파이어 빌딩은 입구에서부터 출입객의 검색을 철저히 하고 여러 단계를 걸쳐서
올라가게 되는데 엘리베이터에 오르기 직전에 사진 찍는 곳이 있었습니다.
개인으로 찍기도 하고 가족 단위로 찍기도 하면서 한사람도 빠지지 않고 사진을
찍고 통과가 되었습니다. 그 많은 사람들의 사진을 일일이 찍기도 쉽지는 않은데
숙련된 사람들이 1~2초 간격으로 순식간에 사진을 찍으며 지나가야 했습니다.
컴퓨터에 출입기록을 남기려는 목적이 있다고 하는데 그렇게 찍은 사진과
엠파이어 빌딩을 합성해 내려오는 길목에서 사진 한 장에 이십 달러에 팔았습니다.
사진 한 장에 이십 달러면 싼 것은 아니지만 엠파이어 빌딩을 배경으로 해서
근사하게 찍어 놓아 기념이 될 듯하여 사진 한 장을 건저가지고 왔습니다.
물론 안 찾아도 되는 사진입니다.
그뿐 아니라 엠파이어 빌딩 조형물을 하나 기념품으로 샀습니다.
어떤 곳에 가서도 기념품을 한 번도 산 적이 없는데
엠파이어 빌딩을 올랐다 내려오는 데는 사진도 찾고 싶고
기념품도 사고 싶고, 마음에 많은 느낌이 저장되었습니다.
102층 전망대에서 발아래 많은 빌딩숲을 내려다보고
높은 하늘의 구름이 아니라 눈 아래 흰 구름을 보면서
자연의 위대함 앞에 작고 미미한 인간의 존재이지만
인간의 능력도 참으로 대단하다는 것을 깨달게 됩니다.
내가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화장실에 가서 괜히 볼일도 보고
왼쪽으로 돌아보기도 하고 오른쪽으로 돌아보기도 하고
102층에 부는 바람을 맞으며 무연히 서 있기도 하면서
다른 일행이 다 돌아가도록 혼자 한참동안 102층에서 서성였습니다.
순이
TRUDY
2012-07-12 at 02:18
식상한 여행기만 읽다가 색다른 맛이,, 맞아요.
102층이라.. 마포 아파트 14층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
다리가 후들후들 했더랬죠. 시간일 흘러 가면서 조금씩 익숙해 지더라구요.
그때 고소공포증이란게 네게 있다는 걸 알았는데 엠파이어 빌딩은
그저 상상만으로도 두렵군요.
스키피
2012-07-12 at 03:23
기시감 (旣視感)
[명사] <심리> 한 번도 경험한 일이 없는 상황이나 장면이 언제, 어디에선가 이미 경험한 것처럼 친숙하게 느껴지는 일.
기시감이란 말이 너무나 생소해서 네이버 사전을 찾아 봤습니다. 데자뷰의 우리말 번역이군요. 덕분에 심리학 용어도 하나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맘소리
2012-07-12 at 22:56
여행기 잘 보았습니다.
여행기는 느낀 그대로 쓰는 것이 가장 좋은 여행기입니다.
순이님의 진솔하고 멋진 여행기 잘 보았습니다.
데자뷰,는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라, 미리 예감되는 것은 아니고요.
높은 곳에서 바라본 풍경 잘 보고 갑니다.
샬롬!!!
Beacon
2012-07-12 at 23:19
독특한 후행기..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루♡ㅏ
2012-07-12 at 23:44
그러니까.
제발..
부디..
영국으로도 한번 건너오시어요.
있잖아요.
글쎄..
영국 런던에도 루아파파 키 보담도
훨씬 더 높은 빌딩이 세워젔어요.
더 샤드 타워인데요.
며칠전에 문을 열었어요.
..그것도 신기하게도 루아파파 결혼기념일에요
헤헤..
유럽에서 제일 높은 타워가 됐다는데요
앞으로 영국 제일의 관광명소가 될거래요.
타워에는 아파트도 있는데요.
그런데요.
900억원짜리 하고 550억짜리 두가지가 있대요
아 휴~
참나무.
2012-07-12 at 23:46
저도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하면 영화 ‘잊지못할 사랑’ 이 먼저 떠오르네요
다음 후기엔 또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집니다
백수 이후 더 많이 바쁘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