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영어도 어렵지만 쓰는 영어도 어려워

미국에서 케나다 국경을 넘어가기 전
노련한 가이드도 몹시 긴장하는 것을볼 수 있었습니다.

국경 통과 시 차량 통행과 날씨 이민국 업무로 인해
예고 없이 일정이 변경될 수 있다고 하면서
국경 통과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여러 번 강조합니다.
어디서 브레이크가 걸릴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얘깁니다.
매주 한 번씩 캐나다를 오고 가면서도 이민국 업무만은 장담할 수 없답니다.
무비자 여행자인 나는 전자여권만 소지하면 되고 오래전 받아놓은 비자 만료시한이
남아 있는 사람들은 전자여권이 있어도 출입국 증명서가 한 장 더 있어야했습니다.
유학생은 입학허가서 원본에 학교 담당자 서명이 있어야 하고
시민권자는 여권, 영주권자는 영주권과 여권이 필요했습니다.

국경이 가까워 오자 가이드는 우리 앞에 차가 몇 대가 있는지 통과는 어렵지 않을지

가늠하느라 거의 기도하는 심정으로 목을 빼고 국경 상황을 살펴봅니다.
국경을 차질 없이 통과해야 일정을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일행 50명을 태운 동부관광 버스 앞에 그레이하운드 버스가 있으니
가이드가 낙심을 합니다.
일반버스로 통과하는 승객들에게는 더 엄하게 출입국 관리를 한다는 겁니다.
앞차 그레이하운드 버스가 통과하기까지 우리 일행은
버스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무료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그레이하운드 버스에는 많지 않은 승객이 타고 있는데
승객이 내려서 이민국으로 들어간 후에 마약 탐지견이 버스 화물칸을 열고
수색을 하고 버스 안에도 들어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얼마 후 어떤 남자는 버스에서 커다란 가방을 내리고 이민국 직원이
길 건너 미국으로 돌아가는 곳까지 안내해 주는 모습도 있습니다.
서류미비로 국경을 통과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것입니다.
돌아가는 남자분의 커다란 항공가방이 무척 무겁게 느껴지고
국경의 냉정함과 살벌함이 체감되었습니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돈 버는 일로 한국어를 말해야 하는 것은
어렵지만 돈쓰는 일로 한국어를 유창하게 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돈 버는 영어가 어렵지 돈 쓰는 영어는 쉽다고 생각했지만
이민국에서는 통하지 않았습니다.
그레이하운드 한대가 통과하는데 한 시간 여 걸렸고 다음에 우리가 통과해야 하는데
가이드가 이민국 직원이 뭘 물어보면 섣불리 대답하지 말고 가이드를 부르라고 합니다.
내 앞에선 대게의 일행은 여권의 사진과 실물을 대조하는 선에서
도장을 찍어서 통과를 시키더니 나에겐 이민국 직원이 말을 겁니다.
첫 마디에 직업이 뭐냐고 묻습니다.
직업이 없다고 대답하고 난 후 가이드를 불렀습니다.
이민국 직원의 시선은 나를 향하여 질문하고 대답은 가이드가 합니다.
달러를 얼마나 소지했습니까?
마약을 가지고 있습니까?
어디를 갑니까?
고가의 물건을 가지고 있습니까?
이런 것을 천천히 질문했습니다.
가이드는 질문자가 무슨 대답을 듣기 원하는지 아니까 정답을 말합니다.
나는 잠시지만 죄 지은 것 없이 몹시 긴장이 되었습니다.

내 뒤의 분들은 아무런 제지 없이 무사히 통과 되는 것을 보면서
이상한 생각이 듭니다.
내가 마약을 소지할 사람으로 보이나?
내가 무슨 블랙리스트에라도 올라있나?
처음 엘에이 공항에서도 이민국 직원에게 한참을 시달렸는데
캐나다 국경에서도 왜 이러는 거지?
가이드에게 "나에게 무슨 이상한 점이 보이느냐?"라고 물었더니
가이드가 웃으면서 "그냥 랜덤으로 하는 거예요. 신경 쓰지 마세요."이럽니다.
아무리 무작위라도 걸려든 입장에선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영화에서 국경 수비나 통과가 엄 한 것은 알았는데 실제 경험해 보니
아무리 세상이 좁아지고 국가 간에 활발하게 교류해도 국경은 국경이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국경에서 이런 일도 있었답니다.
20대 초반의 유학생 다섯 명이 방학을 이용해서 캐나다를 여행하고 돌아가는 길에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건너는 국경을 통과하려고 여권을 이민국 직원에게 내고
심사를 받는데 이민국 직원이 어디서 왔냐고 묻더랍니다.
미국에 유학중이고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니까 여학생은 전날 자고 출발 한 곳
몬트리올에서 왔다고 대답했답니다.
미국에서 캐나다를 여행 온 경우는 어디서 왔냐고 물으면 처음 출발지 한국을 말하든가
뉴욕에서 출발을 했으니 뉴욕 이라고 말해야 했는데
몬트리올 이라고 말하자 이민국 직원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미소를 지으며 농담처럼 여러 말을 건네더랍니다.
"너 정말 예쁘다."
" 너 영어 잘한다." 이런 말을 하면서 긴장을 풀게 하면서
아무 문제가 없다는 듯 가볍게 질문 아닌 것처럼 하면서
누구랑 왔느냐?
요즘 학생 아르바이트 시급은 얼마나 받느냐?
농담처럼 묻자 여학생은 생각 없이 대답을 하고 났더니 그게 함정이었습니다.
친구들이랑 왔고 시간당 아르바이트는 일하는 곳에 따라 다르다는 등
가볍게 대답한 것들이 이민국 직원에게 걸려들게 되었답니다.
유학생이 돈벌이를 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답니다.

그때까지 여학생이 예쁘고 영어를 잘 하니까 귀여워서 물어보는 듯하던 이민국 직원이
여학생 일행 다섯 명을 다 내리게 하고 가방검사를 샅샅이 하더랍니다.
그 즈음 가이드의 표현을 빌리면 "밤에 일하는 언니"들이 가짜 여권으로
국경을 통과해서 미국에서 매춘행위를 한다고 해서 문제가 되던 시기였답니다.
짐을 조사하던 중 한 여학생 가방에서 구여권이 발견되었답니다.
전자 여권을 새로 발급받으면서 구여권 분실신고를 했다가
나중에 찾게 되어 아무 생각 없이 구여권을 가지고 있던 케이스였답니다.
그때부터 이중여권 소지혐의로 조사가 시작되어
8시간이 지나도록 해결이 안 되었답니다.

같은 버스에 탔던 사람들도 애매하게 밥을 굶고 이민국에 잡혀있게 되었는데
일행 중에 엘에이에서 변호사를 하는 분이 항의한 끝에 문제가 없는 다른 여행객은
우선 통과가 되었지만 모든 일정이 무산되고 8시간 만에 이민국을 출발해서
다음날 아침에야 뉴욕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모든 일정이 생략되고 새벽 네 시에 호텔에 도착하는 등 무지 고생을 했다는 겁니다.
그 여학생들은 다음날까지 이민국에 잡혀 있다가 한국대사관 직원이 와서
해결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말 중에도
할머니 뼈 해장국, 손칼국수, 머리 끊기, 등 우리가 쉽게 쓰고 다 아는 말이지만
이걸 직역해서 영어로 쓴다면 대단히 무시무시한 말이 됩니다.
할머니 뼈 해장국이라니요?
그러니 내가 태어난 곳에서 모국어를 쓰고 사는 일이 얼마나 평안인지 모릅니다.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를 잘 하는 분들도 그들의 문화와 뼛속까지 이해되는
언어를 사용하기까지는 대단한 노력이 있어야 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외국어를 쓰고 살아가는 이민자의 삶이 외롭고 고달픈 이유입니다.

국경에서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해 봤습니다.
내가 밀수꾼같이 생겼나? 정말 랜덤으로 걸려든 걸까?
왜 나한테 이러는 거지? ^^

순이

4 Comments

  1. eight N half

    2012-07-13 at 02:45

    왜냐면요, 보통스럽지 않은 외모에
    첫째로 관심을 끄는 대상이기에 무작위 선정에 뽑히셨고
    둘째는 서구에서는 보통 2009년 7월부터
    국경 검색을 강화했는데
    직업이 무엇이냐는 통상적인 질문에
    무직이라고 대답해서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드셨고
    셋째는 여행지 숙소 호텔 주소를 미리 알아서
    숙지를 하셔야 하는데 준비를 안 하시니까 자꾸 걸리십니다

    제도와 관습 문화를 따르면 전혀 외롭고
    고달픈 이유 없습니다
    언제 기회가 있으면 이민자로서
    어떻게 주인 자격으로 생활을 하는지를 보셔야 할텐데요
    워낙 대게가 앓는 소리를 해대는 통에 …
    일부 미개한 사람들은 종미라고도 하는데 종미가 아니고
    요즘같은 시대는 미대륙정복입니다 …^^   

  2. eight N half

    2012-07-13 at 03:24

    그리고 보통들 이민생활의 고달픔을 하소연하는데
    적어도 옛날 만원버스 시절의 인내심과 지구력의 기억이 있고
    후진국 시절의 굽히지 않는 기백과 악착같은 근성이 있는 사람들은
    요즘같은 미국의 불경기 시절은 역으로
    미/대/륙/정/복/의 절호의 챈스입니다
    왜냐면 풍요한 역사의 나라에서 고생을 모르고 축축 늘어지기 때문이지요
    요즘같은 시절에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으면
    경기가 회복된다고 가정하면 땅짚고 헤엄치기니까요 ^ ^
    그런데 한국에서는 요즘 보통 기생 오래비과가 득세하는 거같더라구요   

  3. TRUDY

    2012-07-13 at 21:16

    표정에서 긴장된 분위기의 한두명을 집중공격(?) 한다는 느낌이 짙더군요.   

  4. 브라이언

    2012-07-14 at 03:38

    저는 캐나다에 살고 가끔 운전하며 미국을 다녀오는 편 입니다. 9.11이후 국경 단속이 캐나다인도 무척 까다롭게 하고 있습니다. 사실 예전엔 운전 면허증만 갖고도 다녀온적이있고 얼마전까진 여권 없이 시민권 아이디만 있어도 출 입국엔 문제가 없었답니다.세상이 사악해지니 더불어 단속도 강화된 것 아닌가 생각 합니다만,예전엔 보더가 없는 국경을 월경 시켜 주는 한국인 브로커가 잡혔다는 뉴스도 종종 들었구요. 그래 그런지 한국인 여성으로 화장을 짙게한 분은 항상 특별한 감시 대상 이 되는 불편을 당하기도 합니다. 한국인은 그나마 약과고, 아랍계통의 사람은 정말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는 것은 다반사 입니다. 미국 입국은 아마 하늘의 별 따기라고 과장되어 말 할 수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결국 국격에 따라 사람도 취급 받는 것 아닌가 생각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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