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면에서 유럽 음악 축제 순례기를 쓴 박종호씨는
음악이라는 감옥에 갇힌 불행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음악이 생업도 아닌데 취미를 넘어서 전문가 보다도 음악을 깊이 이해하고
풍월당이라는 음악실도 열고있고 음악 관련 책도 여러권 쓰신 분입니다.
이분은 음악을 즐기는 차원을 넘어서 우리시대의 음악에 길잡이가 되고있습니다.
매년 여름 유럽 음악축제를 순례 하면서 그 결과물을 한 권의 책으로
몇년 전 엮었다가 다시 수정 보완을 해서 출판한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영향으로 음악을 접하긴 했지만
그야말로 음악은 귀를 즐겁게 하는 것으로 알고
대강 음악을 듣는 것으로 만족해 했습니다.
그러다 결혼하고 남편을 따라 사우디에 가서 살게 되었는데
신혼초에 아이도 없을 때라 사우디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테이프를 사서 음악을 듣는 일이었습니다.
도이치그라마폰 등의 테이프를 파는 곳이 사우디아라비아 담맘에 있는
알코바 거리에 있었는데 그곳에서 듣고 싶은 테이프를 고르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습니 다.
그러다보니 여러 음악가의 심포니 협주곡 독주곡도 바이올린 피아노 첼로 등
씨리즈 별로 사서 듣고 깊이 빠질 수 있었습니다.
테이프 가게에 가면 가끔 쥬베일 쯤에 있는 건설현장의 소장님을
만날 수있었습니다.
그분은 가족을 고국에 두고 혼자 건설현장에 와 있으니
주말의 널널한 시간을 새로 만든 취미인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으로
소일하고 있었습니다.
극장도 없고 술집도 없고 즐길만 한 오락도 없는 사막 한 가운데서
음악을 듣는 것이 그분의 유일한 낙이 된 것입니다.
원래 음악을 즐겨 듣던 분이 아니라서 클래식 소품부터 접근을 하더군요
엘가의 아침인사 아베마리아, 봄이 소리왈츠, 푸른 도나우강 등등
그러다 피아노곡으로 바이올린으로 조금씩 범위를 넓혀가면서 테이프집에서
만나면 나에게 질문이 많았습니다.
음악에 대해 모르는 것은 서로 마찬가지 였지만
그래도 도움이 좀 되었나 봅니다.
카라얀 전성시대인 1980년 전후라 카라얀이 지휘한 것들이 많았습니다.
어느땐 지휘자 별로 어느 곡은 연주자별로 골라 들어 보기도 하면서
감상을 나누고 테이프를 서로 바꿔 들어 보기도 했습니다.
바이올린도 정경화 연주와이작 펄만, 핑커스 쥬커만 연주 등을 놓고
어느 연주가 맘에 드는지 나의 의견을 묻기도 했습니다.
나도 미미한 지식이지만 내가 들어서 좋았던 것
내가 좋아하는 연주자의 연주를 추천해 드리기도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작곡가의 이름을 보면서 고민을 하더니 스트라우스 일가에
대한 질문을 합니다.
왈츠의 아버지 요한스트라우스와 왈츠의 왕인 요한스트라우스이세
그리고 음악극을 지은 스트라우스도 있고, 그들의 족보를 궁금해 합니다.
어느게 아버지 곡이고 어느게 아들이 만든 곡인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그건 저도 몰라요. 스트라우스의 연대기가 머리에 있을 턱이 없거든요.
왈츠의 아버지와 아들, 부자 지간이니까 그냥 스트라우스 곡으로 알고
있으면 별 무리가 없지 않을까요? 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분은 "아하~ 아버지와 아들이니까 똑 같구나." 이럽니다.
나는 농담으로 한 말인대 그분은 진담으로 쏙 받아드리는 겁니다.
집에 와서 생각하니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르면 말을 하지 말아야지 아버지가 지은 곡이나 아들이 작곡한 곡이나
스트라우스로 알고 있으면 된다고 했으니…
그때부터 음악가나 음악 관련서적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음악도 이론의 바탕이 있으면 더욱 깊이있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러나 음악 관련 서적을 무작정 읽는 것도 쉬운일은 아니었습니다.
듣는 것보다 알려고 하는 것은 무척 힘이 들었습니다.
읽어도 머리에 남는 것이 없고 효과적이지 않았습니다.
박종호씨는 음악에 목숨을 건 사람처럼 보입니다.
오페라에 미치지 않고서야 하기 어려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오페라를 듣기위해 충동적으로
이튿날 스케줄을 모두 취소하고 아침 일찍 취리히행 비행기를 탄답니다.
그러면 현지 시간으로 오후 여섯시 삼십분 이전에 클로텐 공항에 도착하여
공항 지하로 뛰어내려가서 전철을 타면 오페라하우스 저녁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겁니다.
매번 그렇게 하지는 않지만 오페라 공연에 대한 갈망이 대단 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나는 세종문화회관 일곱시 반 공연도 맞추기 쉽지 않던데요.
사랑하는 연인이 취리히에 있다면 그럴 수 있을까요?
청년 때라도 그렇게 행동하기는 어려운 일일겁니다.
수만리 떨어져 있는 곳에 아무리 좋은 것이 있어도 모든 것을
극복하고 훌쩍 떠나기란 쉬운일이 아닙니다.
물론 매번 그렇게 하지는 않겠지만 오페라를 사랑하는 대단한 분입니다.
베르비에 페스티벌은 알프스에서 하는 것인데
국내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피아노 액스트래버갠저 라는 DVD 도
베르비에 페스티벌 10주년 기념음반이라고 합니다.
나도 그 음반이 있는데 그것이 알프스 베르비에 페스티벌에서 만든 것
인지는 명확하게 몰랐습니다.
유럽에 많은 음악 페스티벌이라고 막연히 알았던 것입니다.
랑랑을 비롯한 유명한 피아니스트 10명이 동시에 연주하는 것입니다.
책을 읽다가 발견한 부분입니다.
유럽 음악축제 순례기, 이책을 강원도 비탈에 와서 읽으면서
유럽 나라마다 열리는 고유한 음악제에 대해 무척 부러워하며 읽었습니다.
이런 골짜기에서도 그런 축제가 있으면 좋겠다라는 ….
난 박종호씨처럼 음악제에 참석할 열정도 지식도 경제적인 여유도 없지만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박종호씨 책을 교과서 삼아 들고 찾아가 보고 싶습니다.
박종호씨가 고달프게 체험한 음악제를 편하게 피서지에 와서 읽는 맛도
더할 나위없이 좋습니다
음악에 대해 깊이 공부 좀 하면 좋겠다 하면서도
그러지 못하고 이런 책을 통해 꿈만 키워갑니다.
사우디 음악 테이프 가게에서 만났던 그 소장님은 지금쯤
더욱 음악에 깊이 들어가 있을까 궁금해 집니다.
스트라우스 일가에 대해 몹시 헷갈려 하던 모습이
지금 여러 유럽 음악제를 책으로 다녀온 내 모습입니다.
음악 축제를 글로 만나는 것도 대단히 감동적이고 즐거운 일입니다.
순이
푸나무
2012-07-20 at 23:27
강릉에서 읽는 음악이야기,
난 이즈음 정말 머가 그리 부산한지 아직 시작도 못했어요.
북클럽 책도 못읽고,
다음주는 독서주간 정해야 할듯,,,,,
나는 이 책 이쁘다…로 시작할것 같은데요.
Lisa♡
2012-07-20 at 23:46
강원도에서 읽기 시작한 이 책
그리곤 손 놓고 있었는데..아주
잘 읽은 티가 팍팍 납니다.
trio
2012-07-21 at 03:16
순이님이 제일 먼저 리뷰를 올리신 것같네요.
저는 2005년도 출간된 유럽축제 순례기를 이미 몇년전에 사서 읽으면서
그분의 책은 그동안의 저의 여행의 길잡이였습니다.
그래서 맨먼저 간 곳이 오스트리아의 보덴 호수가의 오페라 페스티발이었습니다.
그 후 프라하 여행 때도, 이태리 여행 때에도 그 분의 책을 많이 참조했었습니다.
그 전에 맨 처음 책인"내가 사랑하는 클래식"이 나올 때부터도 그분의 독자였지요.
어떤 페스티발이 추가되었는지 궁금한데 아직 주문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 나온 책과 다른 점도 알려주셨더라면 좋았을텐데….
감사합니다. 순이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