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글쓰기가 불랙컨슈머가 되어서야

미국 여행기를 쓰다가 말다가 했더니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어디론가
슬그머니 사라져 버리고 다시 쓰려니 김이 빠져 재미가 없어졌습니다.
여행 이야기도 다른 이야깃거리가 들어와 섞이기 전
싱싱할 때 계속 해야 하는데 이제 세삼 하기도 열없습니다.
나중에 다른 이야기 할 때 생각나면 조금씩 쓰기로 하겠습니다.
여행기 마무리조로 인터넷 글쓰기에 대한 느낌을 적어보겠습니다.

6월초 남해에 있는 소매물도에 갔을 때도 그곳에서 식당 하는 분께서
내 남동생이 안경을 통영 주차장에 두고 배를 타는 바람에
해가 진 뒤에도 검은 색안경을 끼고 커다란 카메라를 가지고 있으니까
사이비기자 같은 느낌을 받은 주인이 "인터넷에 좋게 써 주시라고,
나쁜 말이 올라가면 장사하기 어렵다."고 하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부당한 대접을 받았다면 현장에서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하면
서로에게 유익인데 인터넷에 글을 올려서 장사하는 분들의 뒤통수를 치는 사례가 많아 보입니다.
인터넷 글쓰기를 하는 분들이 남을 위협하는 수단으로 삼는 일이 있다 보니
공무원들도 인터넷 민원을 두려워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재작년인가? 한 겨울에 점방 앞 보도블럭이 평평해야 하는데
올라오기도 하고 움푹 파이기도 해서 구청에 공사를 의뢰했더니
겨울이라 땅이 얼어서 파기 어렵기 때문에 공사는 할 수 없고
위험 표지판만 세워 놓고 해동이 되어야 공사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땅이 얼어서 파기 어렵다는 데는 수긍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출입문 앞이기는 하지만 드나들 수 있는 곳이 두 곳이니 한쪽 문은 걸어놓고
남쪽으로 난 출입문으로만 손님이 드나들게 하면서 겨울을 나아할 형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손님들이 아우성을 했습니다.
"장사하는 사람이 출입문 앞을 이렇게 막아놓고 무슨 장사를 하느냐?"
"사람들이 지나다니다 빠지기라도 하면 이집 책임인 걸 아느냐?"
하면서 나에게 화를 냈습니다.
얼어서 공사하지 못한다고 구청에서 그러는데 더 이상 어찌 하겠냐고 했더니
나를 한심한 듯 쳐다보면서 똑똑한 손님이 나에게 팁을 알려주었습니다.
"인터넷으로 민원을 넣어보세요. 재깍 이지요." 이러는 것입니다.

장사하는 사람이 한쪽 문을 닫아걸고 하는 것도 말이 안 되고
사람들이 지나다니다 다칠까도 염려가 되고 손님들의 아우성도 견디기 어려워서
구청 민원 게시판에 혹시나 하는 기대로 사연을 적었습니다.
그랬더니 정말로 금방 접수가 되고 얼어서 파기 어렵다는 땅을
많은 인부들을 동원해서 공사를 말끔히 해 주었습니다.
나중엔 "누수 신고자"로 이 만 원짜리 문화 상품권도 받았습니다.
전화로 수차례 신고를 했지만 한결같이 어렵다던 공사가
금방 진행되는 것에 감사하고도 놀랐습니다.
난 "누수 신고자 포상" 이라는 말을 "우수 신고자"로 알아듣고
내 의도와 다른 것에 속이 상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정서상 "신고자"는 "밀고자" "고발자" 같은 느낌이 강해서
그런 것을 극도로 싫어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미국 여행 중에도 마지막 날에야 알고 놀란 것이 인터넷 때문이었습니다.
가이드가 다가와 나에게 "또 뭐 쓰세요. 잘 좀 써주세요." 이러는 겁니다.
나는 메모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겔럭시탭을 양손으로 받쳐 들고 양쪽 엄지손가락으로 메모장에 메모를 했습니다.
종이와 연필을 사용하는 것 보다 메모장에 기록된 것을 바로 내 이메일로 보내
조금만 수정하면 되니까 자주 겔탭을 꺼내 메모를 한 것입니다.
가이드는 나에게 유난히 신경을 쓰는 모습이 보이긴 했지만
친구나 가족 단위의 여행객 속에 내가 혼자 여행하니까 그러나 보다 했습니다.
알고 보니 그게 아니라 내가 영어도 못하는 사람이 혼자 여행을 떠나니까
남편이 여행사와 관련이 있는 사돈댁에 특별히 부탁을 했던 것입니다.
사돈댁에서는 친구인 여행사 사장님께 "우리 사부인이 혼자 미국을 가는데 좀 배려를 해 달라" 고
하면서 나를 "글 쓰는 사람"이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여행사 사장님은 글 쓰는 사람 특히 인터넷에 글 쓰는 사람들에게 경기를 할 정도로
시달리는 사람이라 (여행후기를 여행사 홈페이지에 올리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서비스 불만을 거칠게 항의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랍니다.)
기분이 좋을 리가 없지만 친구의 부탁이라 나를 "요주의" 인물로 내가 이용하는
여행사마다 지령이 내려갔던 것입니다.
사돈댁에서는 나를 "글 쓰는 사람"이라고 했고 여행사 사장님은 나를 "여행 전문가"로 만들고

여러단계 얘기가 건너가다 보니현장에서는 "여행사 비리를 들쳐내는 블랙컨슈머인가?"해서
내 행동에 신경을 쓴 것입니다.

그걸 나는 마지막 날에야 알았으니 …..
나의 취미인 글쓰기가 그들에게는 위협적이었고 거슬렸다는 것이 미안했습니다.

어제 우리 조선 블로거이고 남해에서 팬션을 운영하는 소리울님의 글에
어떤 손님이 자신들이 생각했던 야외 수영장이 없다고 따져서 환불해 드렸더니
"인터넷에 제대로 된 댓글을 한 번 써 볼 테니 장사를 할 수 있나 어디 보자."
고 하고 갔다는데, 이러는 것은 너무 과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대로 된 댓글이 어떤 것일까 궁금합니다.
내 생각으로는 여행을 하면 조금 불편한 것은 참고 이해해아 하는데
그 아름다운 남해 바다를 눈앞에 두고 개인 수영장이 꼭 있어야 할까?
그런 의문이 들면서 너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블로거는 물론이고 인터넷 기사에 댓글을 다는 분들도
파괴적이고 악의적인 댓글 보다는 격려하고 위로하고 나누는 글쓰기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당연한 생각을 합니다.
싫은 소리를 하면 내가 더 피곤하고 기분이 나빠지지 않나요?

순이

1 Comment

  1. eight N half

    2012-07-29 at 01:59

    각자 개개인의 창의성과 개성이
    전체적으로 균형과 조화를 이루면 좋겠지만
    어려운 시절에는 눈치가 빨라야 살아 남겠지만
    요즘같이 풍족한 시절에 험담과 모의를 일삼고
    귀가 여려서야 목적없는 미로에서 헤매겠지요
    당장은 살기가 편리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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