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이가 태어 난지 이제 16개월이 되었습니다.
오물거리며 밥 먹는 것도 예쁘고 잠자는 모습도 예쁘고
내 손을 끌어당겨 자기가 원하는 곳으로 끌고 가는 것도,
요구대로 수용이 안 되어 얼굴을 찡그려도,
거부하는 것도 무조건 예쁘고 귀엽기만 합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건이는 고민이 생겼고
어른들과의 갈등꺼리가 생겼습니다.
건이가 태어나서 최대 난관을 맞은 것입니다.
건이가 하는 행동은 뭐든지 예뻐서 수용을 한다고 해도
누워있는 23일 된 아기를 괴롭히는 일은 말릴 수밖에 없습니다.
건이는 할머니인 나의 형제 중에 가장 먼저 태어난 손자이다 보니
이제껏 어른들의 사랑을 독차지 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자기만 들여다보고 예뻐하다가 조그만 아기가 한 명 생기자
어른들의 시선이 그리로 쏠리는 것이 참을 수 없어 질투를 하는 것입니다.
건이도 아기가 예뻐서 손으로 얼굴을 가만히 만지기도 하고
아기 발에다 자기 발을 대어 보기도 하고
아기 머리에 자기 이마를 부비기도 하면서 신기해하다가도
어느 순간에 아기의 발을 꼬집고 확 끌어 당기기도합니다.
아기가 놀라서 울면 저도 깜짝 놀라면서 울상을 짓습니다.
아기 바구니에 아기를 눕히면 건이가 눕겠다고 아기를 끌어 내립니다.
아기 목욕을 시키면 자기도 목욕하겠다고 하고
아기가 젖을 먹으면 저도 먹겠다고 합니다.
아기를 침대에 눕히면 저가 먼저 눕고 싶어 합니다.
건이 엄마는 동생의 산후를 보살피고 여러 가지 도움을 주려고 자주 오지만
건이가 엄마를 그러게 놔두지 않습니다.
어른들이 모여 아기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건이는 시선을 자기에게 모으기 위해 춤을(?) 추기도 합니다.
몸을 좌우로 흔들거리며 손뼉을 한번치고 무릎을 치고
엉덩이를 뒤로 빼고 다리를 건들거리기도 합니다.
요즘 오빠는 강남스타일의 노래가 뜬다고 하더니
우리 건이는 “건이 스타일”의 춤을 춥니다.
어른들은 "건이 춤춘다. 건이 봐라. 또 해 봐." 라면서 즐거워 하니까
그런 분위기, 자기에게 집중해서 쏠리는 어른들의 시선을 좋아합니다.
과일을 썰어다 놓으면 포크로 찍어서 한 개 씩 입안에 넣어주는 서비스도 합니다.
어른들은 건이에게 과일 한쪽이라도 받아먹으려고
아~ 아 거리며 입을 벌리고 있으면 누구 입에 먼저 넣어야 할까
고민 하는 모습도 재미중에 하나입니다.
그 순간 모든 사람의 관심은 건이에게 쏠릴 수밖에 없습니다.
건이는 그걸 아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실력으로 모든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는 방법을,
생존방법을 터득하면서 사회화가 되나 봅니다.
어른들의 사랑과 관심을 나눠가져야 하는 지금이
건이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난관을 만난 것 같습니다.
되도록 건이가 보는 앞에서는 건이에게만 관심하는 것으로 하자고 했지만
그래도 갓난아기에게 시선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집을 방문 하는 사람들은 다들 아기를 보려고 오기 때문입니다.
16개월 아기도 사랑과 관심을 집중해서 받기를 원하는 강한 본능을 봅니다.
텔레비전 어린이 프로에서 인형들이 나와서 춤추는 것을 봤다고
제 몸을 흔들어 관심을 받고자 하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지만
사랑과 관심이 절로 얻어지는 단계를 벗어나 재롱을 부리는 등
노력하는 단계가 된 것을 알아가는 건이가 대견하기도 합니다.
사랑은 독차지 하려는 욕구가 강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랑은 나누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걸 알기까지는 아직 한참 멀었지요?^^
순이
무무
2012-08-08 at 01:36
EBS에서 달라졌어요라고 하는 방송을 가끔 보는데요
세네살 아가들도 자기 생각, 자기 주장, 자기 할말이 다
있더라고요 내 자식 키울 땐 그걸 몰라서 그저 내방식대로
끌고 가려했던거 같아요 지금은 아이 생각이 눈에 보이더라니까요
그래서 집안에 조부모랑 같이 사는게 아이 정서에 맞다싶어요
제가 애들 키울땐 힘들기만했는데 요즘은 아가들이 너무 이쁜걸보면
저도 빨리 할머니가 되야겠습니다 ㅎㅎ
말그미
2012-08-08 at 10:43
건이 총각이 저렇게 컸군요?
이쁩니다, 참으로…
동생도 보았나요? 축하드립니다.
질투가 보는 듯 해 웃음이 났습니다.
건이도 동생도 무럭무럭 예쁘게 자라길 진심으로 빕니다.
사랑詩
2012-08-08 at 12:26
ㅎ~~지금 한창 자신의 생존감에 위기를 느끼는거지요^^
Beacon
2012-08-08 at 14:58
죽을 때까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지 않나요?,, ^^
리나아
2012-08-08 at 17:28
우리 둘째가 6살아래 동생을 안볼때 살짝 괴롭히는걸 전 몰랐었지요..
할머니께서 귀뜸해주시기에 …들었을 때 의아하고 믿을수없었던 그때가 생각나네요.
전 형들이 늦게 태어난 동생을 다 이뻐한다고만 생각했는데….이면엔 또 다른 감정이..^^
벤조
2012-08-09 at 02:01
사랑은 주는것, 그걸 알려면 정말 얼마나 걸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