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머니가 치매라구요?

어머니께서 손목 터널 증후군에 대한 수술을 하셨습니다.
손목을 지나는 신경이 눌려서 손목뿐 아니라 어깨 목, 다리 까지
어느 한곳 편한 곳이 없이 저리고 아프다고 하셔서 혹시 중풍이 왔나 해서
MRI CT 엑스레이 근전도 혈액검사 소변검사 등 많은 검사 끝에 나온 결론은
손목 터널 증후군이었습니다.

설마 손목을 지나는 신경 때문에 온몸이 그렇게 아플까 믿기지 않았지만
이렇다 할 병명은 그것뿐이라 수술을 받게 된 것입니다.

손목을 어깨 방향으로 약 5센티 가량 절개를 해서 신경을 펴 바로 하는 수술인데
간단한 수술로 효과는 아주 좋다고 했습니다.
어머니 주치의는 정형외과 의사인데 어머니 무릎 양쪽을 다 인공관절로 대치해 주셨고
척추수술도 두 번 . 넘어져서 다친 골반 뼈 치료 등을 해주신 분이라
어머니의 병은 물론 성품도 파악하고 계십니다.
어머니도 주치선생님을 믿고 이분의 치료를 받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실 정도로
믿음이 있는 관계입니다.

그런데 수술한 첫날 밤 부터 손이 저리고 아파서 못 견뎌 하시는 겁니다.
잠이 들지 못하고 밤새 괴로워하시다가

아침에 주치의가 오자 통증의 강도를 말씀드렸더니
손목에 대어 놓은 부목의 위치도 달리하고 드레싱을 새로 해 드리면서 삼일은 아프니까
그 동안만 잘 견디시라고 어깨를 토닥거리고 가셨습니다.

그러나 통증은 오전 내내 점점 심해져서 진통제를 두 번이나 맞아도 해결이 안 되어
뭔가 잘 못 된 것 같다고 참지 못해 하셨습니다.
도저히 안 되어 의사선생님이 와서 좀 보셔야 겠다고 했더니
오전에도 큰 수술을 하시고 외래에 환자가 밀려 있는 가운데도 헐레벌떡 오셔서
상처를 다시 열어보고 수술이 잘 되었으니 조금만 더 참으시라고 하시면서
치료를 다시 해 주었습니다.
탄력붕대 두 개를 다 풀었다가 다시 감는 일도 여간 시간이 걸리는 것이 아닙니다.
수술을 끝내고 나오신 듯 목에는 마스크가 걸려있고
초록색 수술복은 땀에 젖어 있었습니다.

어머니 저 보고 싶어도 참으셔야 해요.
환자가 밀려서 자꾸 와 볼 수 없어요.
상처가 나을 동안 며칠만 고통을 참으면 손발 저림이 사라지고 편히 지내실수 있어요.
라며 의사 선생님이 어머니를 달래고 갑니다.

어머니도 연세가 있어서 그런지 참을성이 전보다 없고 화를 잘 냅니다.
뭐든지 어머니의 뜻대로 즉석에서 해결되지 않으면 참지를 못하시는 것이
아파서 그러시는 건지, 치매가 진행 되는 건지 두 가지 다인지 그런 상황입니다.
그래도 주치의가 와서 수술한 상처를 보여드리고 다시 설명을 드리고 나자
조금 안정을 찾으시고 기분이 나아지십니다.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모든 문제는 어찌 보면 소통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어머니가 통증을 호소할 때 살을 째고 수술을 했으니 당연히 아픈 것 아니냐고
무조건 참으라고 하는 경우와
도저히 참지 못하고 고통스러워 할 때 바쁜 중에라도 와서 붕대를 풀고
부목을 빼고 상처를 열어 보여 주면서 설명을 하고 다시 상처를 싸매 놓으며
3일만 아프면 된다고 하는 설명을 듣고 나자
어머니께서 통증을 참기 훨씬 수월해 하시는 듯합니다.
같은 강도의. 통증이라도 기약이. 있는 통증은 견디기 쉬워 보입니다.

총기가 대단하고 자녀들이나 남들에 대한 배려로 자신의 어려움은
염두에 두지 않고 생활하셨던 어머니셨는데
이제는 참는 것도 어려워하고 화를 잘 내고 협조가 잘 안 되고
같은 말씀을 여러 번 하십니다.
평소에 여러 말 하는 것을 질색을 하시던 분이신데요….

이번 입원으로 여러 가지 검사를 하던 중
치매 검사도 받았는데 초기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손목 터널 증후군으로 몹시 아파서 일시적인 증상일 것으로 생각되나
연세가 있으시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수도 있어서
우리 자녀들이 받아들이고 감당해야할 몫이 되었습니다.
어머니께서 빨리 회복하셔서 전처럼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어머니가 치매라고 하니 몹시 낙담 됩니다.
긍정적이고 씩씩하고 남을 잘 돕는 분이고
지금까지 훌륭하게 살아오셨는데
여생을 지금까지 살아오신 모습을 흩트리지 않고
그렇게 유지하고 사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욕심이겠지요?

순이

8 Comments

  1. 푸나무

    2012-08-18 at 02:35

    그런 기가 있다하더라도
    사랑받으시며 사시니까
    진행이 급속도로 되지는 않으실거에요.
    아유,
    이래저래 심난한 여름끝입니다.
    오늘 어쩌실래요?    

  2. 벤조

    2012-08-18 at 04:16

    기약이 있는 통증.
    출산의 고통도 기약있는 통증이지요?
    그래서 참을 만 한…
    사는 게 참 서글픕니다.
       

  3. 사랑詩

    2012-08-18 at 04:59

    농촌 처녀를 보고

    뽕 따고 나물 캐는
    아리따운 저 처녀의
    샛하얀 가슴 속에
    넘치는 붉은 사랑
    진주 같은 그 사랑
    그 누가 엿보랴
    춘정(春情)에 움직이는
    부끄러운 그 미소
    맑은 공기를
    가벼히 흔드누나

    잘 보살펴 드리세요 사랑으로…   

  4. 士雄

    2012-08-18 at 10:56

    그러다가 그냥 아무렇지않게 지나가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걱정은 되시겠지만 대화상대가 많으셨으면 좋겠습니다.   

  5. 데레사

    2012-08-18 at 13:08

    걱정되시겠지만 미리 아셔서 다행이에요.
    조기에 치료하면 천천히 진행된다고 하니 그래도 일찍
    아시기가 참 다행입니다.

    암튼 이래저래 걱정 많으시겠어요. 힘 내세요.   

  6. 술래

    2012-08-18 at 17:46

    제 경험으로 보면
    저희 어머니도 어느 해인가 화를 많이 내셨는데
    치매의 초기 증상이라고는 생각을 못했었지요.
    증세가 현저해지고 나서야 돌이켜 보니까
    그때 화를 내는게 예사로운게 아니었다는것을 알겠더군요.

    초기에는 약도 효과가 있는거 같았고
    특히 따뜻한 보살핌이 치매에는 아주 중요하다고
    의학적 근거는 없지만 제 개인의 경험으로만
    저는 철석같이 믿고 있어요.
    진행속도를 늦출수 있지 않을까 하는…   

  7. 말그미

    2012-08-19 at 01:00

    많이 낙담하셨지요, 순이 님?
    그래도 초기에 아셔서 참 다행입니다.
    그래도 치료도 미리할 수 있는 기회라서요.

    누구나 연로하면 닥칠 수 있는 인생의 여정이 아닌가 생각해요.
    그러다가 괜찮을 수도 있고 하루아침에 어떻게 되는 게 아니어서
    그나마 천만다행입니다.
    그러나 늘 활기찬 나날들이시길 빕니다, 순이 님…   

  8. Lisa♡

    2012-08-20 at 23:58

    제 어머니가 돌아가시 전에

    잠깐 치매였지요.

    흔히 있는 노인성 치매인데 정말
    귀엽더군요.
    치매도 사람따라 다 다르게 온다고 하는데
    저희 엄마는 19살로 되돌아간 겁니다.
    정말 그 시간들이 그리워질 지경으로 귀엽고
    아가씨스럽고 그랬답니다.
    유독 저만 확실히 알아보시더군요.
    그런데 그것도 잠깐이었습니다.
    편안하게 생각하시면 어쩌면 잠깐 지나갈런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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