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워야하나, 회사를 가야하나
“노약자나 임산부 그리고 마음이 약한 분은 뉴스 시청을 삼가 해 주시기 바랍니다.”
방송국에서 뉴스를 내보내기 전 이런 안내 방송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요즘 들어 성범죄도 많고 인간성을 상실한 뉴스가 너무도 많습니다.
우리 집에서는 요즘 어린이와 신생아가 있는 가족 구도라서 그런지
유아에 관한 것이나 어린이에 관련된 뉴스에 충격을 더 심하게 받습니다.

어떤 보육시설에서 17개월 된 아기가 울며 보챈다고 유아원 원장이
아기 발바닥을 20여차래 찌른 것이 감독관청에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말 못하는 아기를 돌봐주는 일이 직업인 분이 어떻게 그런
끔찍한 일을 할 수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아기 울음소리가 싫으면 그 일을 안 하는 것이 맞을 것 아닙니까?
우리 아파트 일층에도 아기 놀이방이 있는데 일하는 부모들이 일찍 아이를
데리고 와서맡기고 출근하는 모습을 봅니다.
아기는 2~3세 정도 되었는데 아침마다 부모 떨어지기 싫어서 매어 달리고
출근이 늦은 부모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아기 놀이방에
아이를 밀어 넣는 풍경을 목격하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부모와 강제로 떨어진 아기는 놀이방 적응이 될 때까지 그러다가
두어 주 지나면 조그만 손으로 바이 바이를 하고 자연스럽게 헤어집니다.
그런 아기를 돌본다고 하면서 아기에게 해롭게 한다는 것은
상식이하의 일이라고 보여 집니다.

우리 건이는 이제 17개월이 되었는데 말썽이 늘어나서 하루 종일 따라다니며
봐야하는 건이엄마가 무척 힘이 들어 하는 것을 옆에서 봅니다.
스케치북과 크레파스를 가지고 그림을 그리다가도
어느새 마룻바닥과 벽지에 그림을 그려 넣기도 하고
물이 담긴 컵을 거꾸로 들고 그냥 쏟기도 합니다.
탁자에 물건을 다 꺼내놓기도 하고 정리해 놓은 물건을 흩트리는 것은
말썽 축에도 끼지 않습니다.
사촌인 신생아를 예뻐하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에 때리는 모습도 있습니다.
이렇게 말썽을 부리니 여러 아기들을 맡아서 보육해야 하는 곳에서는
힘들고 짜증이 날만 하다고 어느 정도 이해는 하지만
그 아기에게 무슨 한풀이 하는 것도 아니고 바늘을 들고 찌를 수가 있는지?
건이를 키우는 큰딸과 한이를 키우는 작은딸과 한참 흥분을 하면서
성토를 하였습니다.

한이 엄마는 한이를 낳은 지 오늘로 49일 되었고
9월 10월 두 달이 지나면 회사에 출근을 해야 합니다.
유난히 마음이 곱고 응석이 많은 딸이라 아이를 어떻게 기를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아기 젖을 먹이고 목욕시키고
재우고 하는 일을 하루 종일 반복하는데도 싫은 내색 없이
잘 해내고 있어서 얼마나 예쁜지 모릅니다.
아기가 울어서 밤에 잠을 못자고 고생하기에 내가 밤에 봐 주겠다고 하면
괜찮다고 자기가 잘 할 수 있다고 걱정하지 말고 자라고 나를 밀어냅니다.
17개월 된 건이가 두 달도 안 된 한이를 때리면 눈물을 글썽이기 까지 하면서
"건이야 아기 때리지 마, 이모가 마음이 아파.“ 이러며 사정을 합니다.
조카에게도 화내지 않고 조용히 부탁하지만 제 이모의 마음을 알기까지는
건이는 한참을 더 자라야 할 것 같습니다.
건이가 집에 오면 아기를 건이 손이 안 닫는 곳으로 피해 다니지만
건이는 아기를 안아 보겠다고 고집을 부려서 결국 안겨주어야 합니다.

건이가 아기였을 때 외국에 사는 건이 막내고모가
두 돌이 안된 딸을 대리고 귀국을 하셨는데
고모가 건이를 안고 있으면 외국에서 온 아기가
건이 얼굴도 때리고 다리도 꼬집고 해서
몹시 서운했던 감정이 남아 있던 건이 엄마라
건이가 한이를 때려서 한이 엄마 마음 아프게 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미안해 하면서 건이를 단속해 보지만
아기라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많습니다.

철없는 조카에게 한 대 맞는 것도 마음이 아파 어쩔 줄 모르는데
출근을 위해 보육원에 아기를 맡겼다가 그런 사태가 난다면
견디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한이 할머니가 맡아서 길러준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하시지만
유난히 모자간에 애착이 많아서 시어머니에게 아기를 맡기고
출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여자는 자녀를 낳아서 기르는 일이 어떤 직업보다 중요한데
직업을 그만두기에는 공부한 것이 아깝고 직장을 그만두면 회사도 손실이고
직업과 육아를 병행하기에는 큰 무리가 따르는데
출산휴가를 넉넉히 받긴 했지만 앞으로 두어 달 안에
해결해야할 과제가 되었습니다.

전업주부로 아기를 키우고 싶은 생각이 많은 것 같은데

회사에서도 한이 엄마가 출근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니

결정을 못하고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순이

5 Comments

  1. 김진아

    2012-09-04 at 00:40

    힘들죠. 힘들지만,
    한이 엄마 잘 하실 수 있을거예요.
    멀리 떨어져서 일주일에 주말만 만나는 그런 양육과정을 저는 반대하지만,
    아침에 아이를 맡기고, 저녁에 데리러 와, 엄마와 아빠의 스킨쉽 과정을 풍성하게
    나눌 수 있다면 조금 보다 많이 힘이 들테지만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   

  2. 소리울

    2012-09-04 at 00:55

    한꺼번에 두 손자손녀를 두셔서 너무나 행복하신 모습이 눈에 보입니다.
    시한적으로 아기가 크고 나면 일을 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 Lisa♡

    2012-09-04 at 02:16

    모든 게 눈에 보이듯 훤하고

    안봐도 어떨지 바로 알겠습니다.

    무려 3명을 동시에 키웠으니..우리는
    과연 어땠을까요?
    후후후….건이 귀엽네요.   

  4. 말그미

    2012-09-05 at 11:59

    건이 총각이 조렇게 이쁠 수가 없습니다.
    동생을 가끔 해코지를?…
    웃음이 났습니다.
    맘씨 착한 아기 엄마가 딱하기도 하구요.

    하여간 우리 여자들은 남자 군대 입대하는 것 보다
    훨씬 난감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그래도 참고 직장에 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살 날이 창창해서요.
    저희는 건이 보다 몇 개월 늦게 난 손녀가 동생을 곧(12월)
    보게 되어 며느리는 10월쯤 직장을 그만 두기로 했습니다.
    연년생 둘을 키우게 돼서요.
       

  5. 리나아

    2012-09-06 at 17:56

    조 이쁜 아기를 어찌해야할지 고민 고민 또 고민 되겠어요……
    아이를 키우면서 어릴때 몇년간 최소6년은 엄마가 같이 있어야한다는
    고루(?)한 생각을 지니고 살았네요, 참
    그게 최선인지는 아직도 정말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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