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포대기를 하나 샀습니다.
며칠 감기가 들려서 코가 막히면서 밤에 잠을 잘 못자는 아기를 안고
고생하는 딸아이가 안쓰러워 내가 아기를 받아 큰 수건을 이용하여 둘러업었더니
등에서 잘 자기에 포대기를 하면 편할 것 같아서입니다.
어릴 때 장녀이다 보니 동생들을 업어 키워야 했습니다.
조그만 등에다 아기를 붙여 매려면 포대기를 두르고도
아기 엉덩이를 받쳐서 긴 소청기저귀를 엑스자로 해서
어깨에 붙들어 매놓으면 아기가 흘러내리지 않고
어머니가 풀러줄 때까지 업고 있을 수 있었습니다.
아기가 등에 매달려 있으면 친구들과 함께 뛰어 놀 수는 없지만
구경은 할 수가 있습니다.
내 친구는 너무 놀고 싶으니까 전봇대에다가 아기를 매어놓고
놀다가 보니 아기다 울다가 포대기 밖으로 빠져나와 바닥으로 떨어져서 얼굴에
상처가 났는데 어머니께 혼날까봐 모래를 더 얼굴에 바르고 집으로 가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무모한 일이지만 그래도 건강하게 다 잘 컸습니다.
등에 아기가 한 짐 달려있어서 뛰어노는 애들이 구경하려고 서 있으면
그들이 많이 부러웠지만 아기라도 봐야 어른들이 일을 할 수가 있으니
6~7세가 되는 여아들에겐 당연한 일거리였습니다.
나도 아이를 낳아 기를 땐 포대기로 아이를 싸 업기를 잘 했는데
요즘 엄마들은 포대기를 이용하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내가 손자를 업고 밤에 잠들 때 까지 서성거리는 것을 보더니
딸이 인터넷으로 포대기를 하나 신청해서 사왔습니다,
딸은 그 포대기를 받아들고도 사용이 서툴러서 업을 엄두를 못 내기에
내가 아기를 업혀서 포대기를 끄려 주었는데도 아기가 흘러내릴 것 같다며
허리를 못 펴고 엉거주춤 힘들어 합니다.
옛날 엄마들은 등에는 아기를 업고 머리에 짐을 이고
한손에 아이 손을 잡고도 다녔다고,
두 손이 자유로운데도 아기를 업는 게 불편한 것은 훈련이 덜 된 탓이니까
자주 연습하라고 했더니 요즘엔 아기를 업는 모습이 덜 어설픕니다.
엄마가 되어가지고 아기 한명을 기르면서 쩔쩔 매는 모습은 유약해서
안된다고 자녀를 낳았으면 잘 기를 책임이 있는 것이니까
자녀를 키우는 엄마는 응석을 부리면 안 된다고 딸에게 단호하게 말합니다.
손자를 길러주지도 않으면서 (가끔은 봐 주지만) 딸을 엄마로서 훈련시키려고 하는
내 모습이 스스로 생각해도 야박해 보입니다.
요즘 젊은 엄마들은 아기를 등에 업고 일을 해야 할 정도로 바쁜 것도 없고
유모차에, 아기 의자에, 음악이 나오는 아기 침대 등 이런 것들을
이용하느라고 엄마 등의 따뜻함을 아기가 잘 모릅니다.
사실 엄마 등처럼 따뜻한 곳이 있나요?
나는 할머니가 된 이 나이에도 어머니를 등 뒤에서 안고 어머니를 느낄 때가 많습니다.
나보다 훨씬 작아진 어머니지만 어머니의 등에 얼굴을 대고 있으면
걱정이 가라앉고 마음이 평안해집니다.
손자를 들쳐 업고 딸 살림을 살아주느라 애쓰는 나의 큰 시누이가 있습니다.
시누이는 환갑이 넘은 나이인데 딸이 직장에 나가니까 연년생으로 낳은
외손자를 집에서 길러주느라 보통 고생을 하는 게 아닙니다.
몸도 약한 분인데 외손자를 기르고 딸의 살림도 살아줍니다.
연년생으로 태어난 아기들이 다 아들이라 딸을 낳고 싶어서
한명만 더 길러 주겠느냐고 제 엄마에게 요청하는 조카에게
온 집안 식구들이 다 말렸습니다.
"네가 직접 키우려면 낳고 엄마보고 키워달라고 하려면 낳지 마"
이모 삼촌 고모 사촌 형제들이 다 말리고 욕을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제 엄마 고생하는 것을 알아야지, 두 명이나 길러줬으면 됐지 또 낳는다고?’
"개는 염치가 있는 애냐 없는 애냐?"
"제 엄마 불쌍하지도 않냐?"
바짝 여윈 시누이가 큰 아기를 놀이방에 보내놓고 작은 아기는 들쳐 업고
시장을 봐서 무겁게 들고 오는 모습을 본 시동생은 조카딸에게 화를 냈습니다.
누나가 너무 불쌍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두 명의 아기를 친정엄마에게 맡겨서 키우는 조카에게 비난을 퍼부었지만
정작 아이를 기르는 시누이는 손자를 키우는 일을 축복으로 생각합니다.
평소에도 몸이 약하고 간경화라고 해서 치료를 받느라 오래 살지 못할 거라고 했는데
아이를 키우면서 오히려 건강해졌습니다.
실제로 아기 둘을 키우다 보니 병원 갈 틈도 없고 아플 틈도 없더라는 것입니다.
착한 시누이는 "하루 종일 아기들과 지내다 보니 아기의 생기가 나에게 전해져서
내가 건강해진 것 같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체력이 딸리기는 하지만 그 나름대로 아기를 돌보는 것에 즐거움이 있고
딸을 위한다는 생각도 있고 생명을 키운다는 보람이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를 등에 업고 힘들 것 같지만 오히려 생기를 얻는 다는 말은
정말 맞는 것 같습니다.
시누이는 딸의 직장생활을 위해 직접 손자를 돌봐 주느라 애쓰지만
난 자기가 낳은 자녀는 자기가 키워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MBA 까지 한 딸이 집에서 아기를 보고 있으면 아깝지 않느냐고 하는데
자녀를 키우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고 봅니다.
딸도 아기에게 젖을 먹이고 기저귀를 갈고 목욕시키고 하는 일에 온종일
매달려서 즐겁게 육아를 합니다.
요즘엔 육아휴직제도가 잘 되어있어서 직장에서 언제든 원할 때 복직하라고
협조해 주기 때문에 승진이나 경력에 불이익이 없습니다.
새로 산 아기 포대기를 가지고 사위도 자주 아기를 업어줍니다.
커다란 사위 등에 매미처럼 매달려 있는 아기가 귀엽습니다.
제 엄마 등이 아직 어설프긴 하지만 그런대로 모습을 갖추어가고
가끔은 나도 포대기를 둘러 업어줍니다.
손자 한이도 나중에 커서 사람의 등이 따뜻한 것을 기억할 겁니다.
순이
데레사
2012-10-21 at 03:02
딸이 미국에 살때 제가 포대기를 사가지고 갔지요.
그래서 아기를 등에 업고 재우면 신기하게 잘 잤거든요.
그런데 놀러 온 미국사람들이 너무 부러워 하더라구요.
우리의 옛날 포대기, 정말 좋은겁니다.
딸은 미국에서 애 셋을 다 낳았는데 모두 내가 사준 포대를 들쳐업고
애들을 키웠습니다.
지금 북경의 아이들이 그 아이들입니다.
안영일
2012-10-21 at 13:27
5남매 세째 여동생 제가 업어서 키우다 놀고 싶어서 마당가 기둥에 묵었나봄니다, 짧게묵어서 5-6월 해에 짧은 띠로 허리를 묵어서 온몸이 빨갛게익었다고 지나던 이웃 인숙엄마 큰오빠인 저를 나무랐다는 동네이야기 그시절에는 그리 자란것같습니다, 약사할머니이지만 손주는 제가좀 앞선것 같습니다 (기르는순서)간난아기들의 감기에 코가 심히막히면 고생도하지만 콧물이 귀로넘어가서 중이염이 생기는수가 많으며 넘어가도 자연치유가되지만 코를 뚫어주는 코마스크에 수증기처럼 약품이 있더군요, 코막히어서 고생할때에 자기전에 5-10분 해주더굼요, 심하면 5-6살 기다렸다가 ?저의손주 딸팽이관에 관을 시술해주었는데 ?현재좋은 결과입니다,손주들이 어떤 묘약 ,선약보다고 노인에게는 힘이됨니다, *지난밤 할배는 바닥 두손주는 할머니와 저희방에서 자는 벌써 8년째하는 손주들과의 주 1회 잠자리입니다, 손주들 돈 많히들어감니다, 에미 집에서 두놈 수발들고 두놈다 시림학교 보내고 그렁그렁 살고있는 저희집 자랑을 해보았읍니다, 손주들 무럭무럭 무탈하게 자라기를 바람니다,
jh kim
2012-10-22 at 04:06
이렇게도
감동어린 일상들이 우리마음을 훈훈하게 한답니다
박경리선생님도
모윤숙 선생님도
따라오지못해 울고갈
이리도 아름다운이야기들을
순이님이 엮어간답니다
그따뜻하던 할머니의등
난 오늘도 울 할머니의 따스한 체온이 남아있는 등을 생각합니다
순이님 고마워요
마이란
2012-10-22 at 04:26
무슨 말을 하면 군더더기가 될 것 같아서
그냥 추천만 살짝 누르고… ^^
소리울
2012-10-25 at 04:53
제게 리나 업던 포대기 있는데..제가 던져 드릴 걸…
내가 다리가 아픈 걸 알고 누가 오면
어바어바 하면서 등뒤로 돌아가던 우리 리나가
11월에 저를 보러 온다네요.
자기의 보물이 할머니 할아버지라면서… 다 잊었을 것 같은데
기억하니 고맙데요.
그런게 다 행복이라고..
근데 딸 엄마는 아기 업고 싱크대에서 죽는다더라구요.
조심하세요 순이님,
저는 아들만 둘이라서 길바닥에서 죽에 생겼답니다.
쉬리
2012-11-02 at 08:05
저도 순이님의 의견에 동의 합니다.
자녀는 엄마가 직접 키워야 한다고.
요즘 여성들의 학력이 올라가고
여성의 능력이 출중해지다보니
육아가 타인에게 넘어가는 것.
저도 절대 반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