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북스에서 발간한 "아이샤 꾸리(Aisha Coree)"는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에서 물리치료사로 일한 20대 한국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독특한 체험기입니다.
저자 마이란님이 체험의 주인공인 이모 조남표님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모아
이국적이고 폐쇄적인 문화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살아온
흥미로운 이야기를 풀어 놓았습니다.
“아이샤 꾸리”의 저자 장미란님과의 인연은 엉뚱한 곳에서 시작했습니다.
조선닷컴에 그분도 블로그를 가지고 계시고 나도 같은 곳에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었어도 서로 몰랐습니다.
몇 년 전 미국에 계시는 나보다 다섯 살 정도 많은 여자 분께서
보내온 편지로 인해 알게 된 분입니다.
이메일이 아니라 손으로 또박또박 정성들여 쓴 글입니다.
이민 가신지 오래고 한글 사용이 서툴러서 인터넷을 보기만 할 뿐
댓글 다는 일도 안 하시는데 내 블로그는 자주 찾으신다며
숲속나라 빗물동네 장미란씨 글도 무척 좋아한다는 내용입니다.
지금도 카멜에 사시는 그분이 대단하게 느껴지는 것은
내가 주소를 알려드린 적도 없는데 춤바람 여동생 이야기를 하다가
동생의 오피스를 언급했는데 그걸 바탕으로 검색을 하셔서
동생 오피스로 편지를 보내신 것입니다.
작년에는 직접 찾아오시기도 했는데 그 역신 내 글을 보시고 내용을 파악하고
내 점방의 위치를 물어서 동사무소까지 가서 물어물어 오셨습니다.
반갑기도 했지만 너무 놀랐습니다.
그런 내용을 블로그에 썼고 편지를 소개했는데 장미란씨가 보시긴 하셨지만
그분이나 나나 속으로만 좋을 뿐 그냥 담담하게 지내다가
넌 픽션에 당선이 되고 책을 출간하게 되어 귀국하고 그러시는 동안
한 번 뵈려고 했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았습니다.
동생이 사경을 헤매고 있어서 누굴 만나는 일도 어려울 때라
귀국해 계신동안 못 뵈었습니다.
독후감이라도 일등으로 써야지 맘먹었지만 그도 여의치 않았습니다.
책을 읽을 정신이 없었습니다.
요즘 동생이 원만한 회복기에 접어들어 비로소 나도 정신이 좀 돌아오고
나서야 아이샤 꾸리를 보게 되었습니다.
80년대 초에 나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몇 년 살았고
큰딸의 안태고향이기도 해서 아주 재미있고 흥미가 더했습니다.
그곳에서 신혼을 지나고 큰 아이가 사우디에서 태어났습니다.
모래 바람을 맞아봤고 아람코 석유회사 정원으로 놀러가기도 했고
오아시스를 구경했습니다.
그래서 리야드 제다 다란 담맘 같은 지명이 익숙하고
그분들의 모습이 눈에 잡힐 듯 선명합니다.
저자 장미란님의 세심한 표현에 의해 더욱 그렇습니다.
장미란님의 이모가 되는 아이샤는 나의 K여고 5년 후배가 되는 분이고
내가 고2때 그가 중학교에 입학했으니 캠퍼스에서 스쳐지나갔을 것 같은 분입니다.
아이샤는 아들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가정에 여자형제만 둔
귀하지 않은 딸이었습니다.
대학을 가고자 했지만 못가고 방황하다
어머니를 잃고 그 상실감에 절망하다 무슬림이 되었습니다.
아랍어를 배우러 갔던 이태원의 이슬람 사원에 나도 갔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사우디아라비아 왕의 고문을 통해 왕실로 가게 됩니다.
그 후 1986년부터 6년 동안 왕의 물리치료사가 되어
‘아이샤’라는 이름으로 살아갑니다.
이슬람교도들의 꿈이 온 세계를 무슬림화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분들은 자녀를 많이 낳고 다른 나라에 이슬람 사원을 세우고
이자 없이 돈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포교활동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유럽에서도 경제난이 심한 나라에서 무슬림의 자본을 받아드리고
그들에게 종교 활동을 허락하는 것으로 기독교가 잠식되어 진다는 우려의 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 전 이슬람 자본이 들어오는 것 때문에 국회에서 시끄러웠는데
부결된 것으로 압니다.
결혼을 앞둔 처녀가 첫날밤이 오는 것을 두려워하며 서럽게 운다는 대목에서는
의아하기도 했는데 그건 여자에게 할레를 하는 것 때문에 그런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남성에게만 할레를 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에게도 처녀성을 지키기 위한
폭력적인 수단으로 여아에게 질 입구를 꿰매어 버리는 수술을 한다는 군요.
입구를 꿰매버리고 십 수 년이 흐른 뒤에 생살을 찢으며 행해지는
초야는 그야말로 공포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남성으로 태어나지 못한 이유만으로 온갖 억압과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살아가는 이슬람의 여인들의 세계
왕과 왕비,
모든 것이 풍족하고 화려한 왕실 생활은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독특한 세계입니다.
이런 것이 넌 픽션의 매력인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80년대 전후에 많은 한국 사람들이 사우디에 가서 일했습니다.
거기서 벌어들여온 돈으로 한국경제의 초석을 삼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열사의 나라 중동의 이야기를 재미로 읽을 수 있는 지금이 우리나라에는
좋은 시절입니다
우리의 아버지가 삼촌이 아저씨가 모래바람과 뜨거운 태양아래서 노동으로
돈을 벌어 고국에 송금하던 그때가 불과 30년 전입니다.
지금은 동남아 사람들과 중국교포에게 허드렛일을 맞기고 어려운 일은 하지 않고
있지만 우리가 해외 노동자로 나가던 때를 잊으면 안 됩니다.
중동의 추억이 있으신 분들께는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어려운 시대를 지나온 분들께는 아름다운 추억을 들추어내는 책이 될 겁니다.
나는 아는 분이 책을 내면 책방에 가서 책을 찾습니다.
일부러 직원에게 책의 위치를 묻고 (내가 검색할 수 있지만)
책 제목을 말하며 중요한 책이라고 설명을 합니다.
영풍문고에 갔는데 책이 없다고 해서 꼭 비치하라고 부탁하고
다시 가서 사왔습니다.
아이샤 꾸리를 다섯 권 준비해 두었더군요.
블로거 장미란님을 응원합니다.
글의 깊이와 표현의 정교함으로 이미 여러 곳에서 상을 받으신 분입니다.
더욱 정진하셔서 좋은 책을 발간하시길 바랍니다.
에너지의 응축을 위해 잠시 블로그를 닫았습니다.
응원해주시기 바랍니다.
.순이
운정(芸庭)
2012-12-27 at 01:44
그동안 몰랐던 사실을 배웠네요.
그들만의 전통을,,,